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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18.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27>-부지이작不知而作


子曰 蓋有不知而作之者 我無是也 多聞擇其善者而從之 多見而識之 知之次也

자왈 개유부지이작지자 아무시야 다문택기선자이종지 다견이지지 지지차야


-스승께서 말씀하셨다. "알지 못하면서 지어내는 자들이 있다던데 나는 그렇지 않다. 많이 듣고 좋은 점을 골라 따르며 많이 보고 적어 두는 것이 앎에 버금가는 일이다."  



<위정> 편 11장에서 공자는 '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 -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알면 스승이 될 만하다'라고 했지요. 이것을 힌트로 삼으면 우리는 지知를 타인을 가르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 요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알지 못하면 가르쳐서는 안 되고 창작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 공자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지요.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논점에서 벗어나면 안 됩니다. 공자는 지금 지知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도 쓸 수 있는 에세이 장르의 책은 지知와 무관합니다. 지식의 전달이나 계몽을 목표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공자는 누군가를 지도할 수 있을 정도의 앎이 없으면서도 지자知나 각자覺者인 척 꾸미지 말라는 것입니다.      


강하게 얘기하자면 '알지 못하면 쓰지도 말고 떠들지도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글뿐만 아니라 말로도 지을 수 있으니까요. 또한 알지 못하면서도 논문을 쓰고 책을 내며 강의하는 일을 만들지 말라는 뜻으로도 확장해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 업業을 짓는 그릇된 행위에 불과한 것이니까요.  


공자는 그럴 시간에 다문多聞하고 다견多見하라고 말합니다. 듣고 깨우친 바가 있으면 실천으로 옮기고, 보고 되새길 내용이라면 잘 적어 두라고 조언합니다. 은 여기에서 적을 지()로 쓰였는데 단어 뜻 그대로 메모해 두는 것입니다. 그래야 자주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기억하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너무 멀리 나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암기는 앎을 향해 가는 과정과 무관하지요. 


처음에는 뜻을 이해하기 어려워도 자주 반복적으로 읽고 사유하는 노력을 통해 의식의 확장을 이루고 일상의 실천으로 연결시키는 텍스트야말로 진정한 앎으로 우리들을 이끕니다. 우리에게 지知는 지식知識이 아니라 지혜知慧여야 하기 때문이지요. 결국 지혜란 자기의 언어로 승화된 지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의 입과 나의 손으로 남의 말과 글을 옮기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는 우리는 아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앎을 흉내 내고 있을 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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