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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Sep 19. 2022

일상의 논어 <술이述而28>-여기진여기결與其進與其絜


互鄕難與言 童子見 門人惑 子曰 與其進也 不與其退也 唯何甚 人絜己以進 與其絜也 不保其往也

호향난여언 동자현 문인혹 자왈 여기진야 불여기퇴야 유하심 인결기이진 여기결야 불보기왕야


-호향 지역 사람들은 더불어 말하기 어려웠는데 사내아이가 알현하자 제자들이 의아해하기에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나아가려 하는 자와는 함께하는 것이고 물러나려 하는 자와는 같이하지 않는 것인데 그저 모질게 대할까? 사람이 자기를 깨끗이 하고 나아가려 한다면 그 맑음과는 더불어야 한다. 과거에 연연하면 안 된다."   



제자들은 일종의 지역 감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로 인해 호향 출신들과는 말을 섞지 말아야 한다는 고정 관념에 단단히 얽매여 있지요. 공자는 진퇴退를 화두 삼아 제자들을 일깨웁니다. 진과 퇴 다음에는 자者가 생략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진進은 나아가는 것이니 진자는 곧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자 전진하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퇴자는 그럴 생각 없이 과거에 고착되어 있는 사람이지요. 자신의 잠재력을 신뢰하지 않고 그저 되는대로 살아가는 수동적 인간형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겐 백약이 무효입니다. 가르칠 수 없습니다. 공자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요. 


사회적 환경과 문화에 종속된 객체로서의 삶에 안주하는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라도 반드시 돌연변이는 존재하는 법입니다. 더 나은 현실을 창조하기 위해 기꺼이 사회적 틀이 가하는 억압을 깨뜨리고 그것에서 벗어나려는 소수의 저항자들 말입니다. 주체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이들이야말로 자기 삶의 주인공이요 혁명가이며 위버멘쉬입니다.  


공자는 제자들의 소위 구조주의적 관념에 일침을 가합니다. '인간은 구조의 산물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구조를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다. 내가 너희들을 가르치는 이유가 그것이다', 공자의 말은 우리에게 이런 뉘앙스를 전달합니다.   


은 깨끗할 결(潔)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자기를 깨끗하게 한다는 것은 자신을 옭아매는 집착으로부터의 탈피와 같은 개념입니다. 고요한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맑아진 사람과는 더불어 지내는 것이 당연합니다.


우리 국민들도 이제는 수구 정치인들이 조장해 온 망국적 지역 감정으로부터 빠져나와야 합니다. 언제까지 '우리가 남이가' 병에 걸려서 나라를 망치는 선택을 지속할 것인지, 지켜보는 마음이 갑갑하기만 합니다. 국민이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면 민주주의는 그 취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지요. 국민을 노예처럼 부리려는 자들이 주인 행세를 하게 됩니다. 이번 체험이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퇴자들을 역사 속으로 돌려보내고 진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현명한 국민들로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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