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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Oct 17. 2022

(D+8)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집중치료실 간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의 상태를 물어보고 주치의와의 전화 면담을 요청했다. 어제 동의를 구했던 혈관조영술에 대한 결과가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20분가량 지났을까? 주치의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가 폐렴이 있어 뇌와 복부 쪽 혈관조영술을 실시했는데 뇌는 수두증 우려되어 찍어 보았으나 생각했던 것보다 상태가 괜찮았고 복부 쪽은 역시나 폐렴인 것 같다고 했다. 항생제를 폐렴에 잘 듣는 것으로 바꾸고 호흡기 쪽과 협진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주말 면회 때문에 일정을 여쭤보니 토요일엔 본인이 병원에 없기 때문에 일요일 오전에 병원에 와서 주치의 면담을 요청해달라고 했다.


중환자의 경우 폐렴은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 마음에 동요가 일었다. 그래도 간호사의 의식 수준이 좋아졌다는 말을 되뇌며 희망을 가지고 한 주를 보내보려 애를 썼다.


틈날 때마다 엄마와 동일한 케이스였던 분들의 간병일기를 찾아보았는데 해피엔딩도 있었고 세드엔딩도 있었으며 그 사이 어딘가 즈음도 있었다. 결과와는 관계없이 회복 측면에서 보았을 때 우리 엄마는 다른 분들에 비해 많이 느린 측면이 있었다. 아마 엄마의 연세가 그분들보다 좀 있으신 데다 엄마는 두 해 전 부정맥으로 심장에 시술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일주일간 급박한 상황은 한 번도 없었다. 우려했던 재출혈도 혈관 연축도 수두증도 없었다. 분명 급박한 일이 생겼다면 병원에서 전화가 왔었을 텐데 물품이 필요하다는 전화 말고는 특별히 전화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금요일, 아빠가 걱정되어 회사가 끝나자마자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친정으로 내려왔다. 아이들은 아버님이 시댁으로 이미 데리고 가신 뒤였다.


토요일 낮, 깜빡 낮잠이 들었다. 자고 있는데 엄마가 번호키를 누르며 집으로 들어와 아파 죽을 뻔했다고 욕을 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으며 엄마의 이것 저곳을 더듬었다. 엄마는 덤덤하게 이제 다 나아서 퇴원하라고 해서 집으로 왔다고 했다. 다행이라고 다행이라고 마음을 쓸어내리며 눈물을 펑펑 쏟는데 깼다.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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