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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Nov 06. 2022

(D+28) 집중치료실에서 일반 병실로 이동

아침 9시. 아빠의 스마트폰이 울리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아빠에게로 달려갔다. 역시나 집중치료실 간호사였다. 엄마가 일반 병실로 옮길 예정이니 11시까지 병원으로 와 달라는 전화였다.


주보호자 1명만 출입이 가능하고 코로나 검사가 필수라고 해서 병원에 미리 도착해 아빠의 코로나 검사부터 진행한 집중치료실 앞에서 대기했다. 곧 엄마의 침대가 나오면서 보호자를 찾는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벌떡 일어나 엄마의 침대 옆에 꼭 붙어 입원실까지 함께 이동했다.


오늘은 일반 병실로 옮기는 날이다 보니 준비할 것도 많은 데다 아직 엄마는 거동이 안되어 기저귀를 차고 있고 식사도 콧줄로만 하고 계셔서인지 나와 남편을 보고도 나가라고는 하지 않았다. 간호사에게 문의하니 면회는 원칙적으로 금지며 보호자 1명만 출입이 가능하지만 코로나 검사를 받고 주말에 잠깐씩 엄마를 뵙고 가는 건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아빠도 고령이신 데다 엄마의 상태가 상태인지라 간병인을 써야 할 것 같다고 하니, 간호사도 현재 엄마가 거동이 어렵고 의식 수준이 많이 쳐져있으며 콧줄로 식사를 하시기 때문에 간병인이 있는 게 훨씬 환자에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병원에서 연계된 곳은 없고 몇 군데 연락처를 알려주었는데 우리는 24시간씩 교대로 간병인을 보내준다는 업체로 결정했다. 한 사람이 쭈욱 엄마를 돌봐 주는 것도 장점이 있겠지만 쉬지 않고 엄마 옆에만 있을 경우 간병인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가 높을 것 같아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병인 역시 자잘한 일들이 있을 텐데 집 한번 다녀오지 못하고 내내 병원에만 있는 다면 금세 지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와 엄마를 돌봐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엄마의 침대 옆 락커에는 콧줄 식사를 하는 법, 식사 용량, 대소변 용량을 기록하는 기록지 등이 붙어있었다. 간병인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내가 엄마 옆에서 필요한 것들을 할 수밖에 없었다. 잔뜩 긴장한 체 콧줄 식사법, 토닥이 사용법 등의 설명문을 읽고 있었는데, 간병인은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해 주었다. 그리고 굉장히 능숙했다.


간병인은 도착하자마자 엄마의 기저귀를 갈고 침대를 세워 엄마에게 콧줄 식사와 약을 챙겨 드렸다. 나는 그런 능숙한 간병인 옆에서 서툰 솜씨로 보조를 맞추어 함께 기저귀를 갈고 콧줄 식사를 하시는 걸 돕고 토닥이 사용법을 배웠다.


엄마의 손과 발은 주삿바늘을 너무 꼽아서 그런지 온통 멍이 들어있었다. 손과 발뿐만 아니라 허벅지도 팔도 곳곳이 다 멍투성이였다. 그리고 여전히 온몸이 많이 부어있는 듯했는데 양손이 특히나 심했다. 내가 너무 속상해하니 간병인은 부어 있는 손에는 알코올 거즈를 덮어 두면 잘 빠진다며 간호사실에 요청해 거즈를 받아왔다. 콧줄을 뺄까 싶어 침대에 살짝 묶어둔 엄마의 손을 풀고 물티슈로 깨끗이 닦아 드린 다음 알코올 거즈를 올려 두었다.


엄마는 거의 잠만 주무셨지만 가끔 눈을 뜨기도 하고 내가 묻는 말에 대답도 하고 말씀도 하셨다. 대부분은 엄마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 엄마의 입 가까이에 내 귀를 가까이 대어야 들릴 동 말 동했지만, 손톱을 갂아 주겠다는 내 말에는 똑 부러지게 괜찮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간병인이 병원 편의점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면, 내게 돈이 많이 들어 어쩌냐고 하고, 집중치료실에서 엄마 면회를 했을 때 엄마의 손과 발이 너무 차가웠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춥다는 말을 했는데 그래서 지금 춥냐고 물으면 집중치료실에 있을 때 춥다고 했다.


그러다 꿈을 꾸듯 "걔들은 갔어?" 하는 엉뚱한 질문을 하기도 했는데 자연스럽게 "응, 걔들 갔어"하고 나도 엄마의 질문에 장단을 맞추어 대꾸했지만 엄마의 인지기능이 아직 정상적이지 않구나 싶었다. 그래도 일반 병실로 내려와 미약하게나마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의 체온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엄마를 두고 올라갈 생각을 하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하루만 연가를 낸 터라 내일은 출근을 해야 했기에 저녁 9시 기차표를 끊어두고 KTX역으로 향했다.

 

이제 일반 병실로 내려왔으니 차차 나아지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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