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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Nov 14. 2022

(D+37) 휠체어 타고 바깥 산책

엄마를 보러 가는 토요일이다. 병원에 도착해 보니 엄마는 주무시고 계셨다. 낮에는 깨어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게 좋다고 했던 주치의의 말이 생각나 주무시고 계셔도 그냥 휠체어를 태워드리기로 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병원에 있을 예정이니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총 두 번은 휠체어를 태워드릴 수 있겠다 싶었다. 날씨가 제법 따뜻해 휠체어를 태워 밖으로 나왔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엄마도 바깥공기를 쏘이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엄마 입장에선 한 달도 넘게 병원에서 실내 생활만 했으니 충분히 바깥공기를 쏘이는 것은 기분이 좋아질 법한 일이었다.

병실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던 엄마가 내가 보여준 손자 손녀 영상을 집중해서 보기도 하고 나의 질문에 응, 아니 정도의 답변도 해주었다.

특히나 바깥 산책 후에는 뭔가를 해볼 의지가 생기기도 하는 모양인지 엄마의 휴대폰 부재중 전화와 문자를 보여드린 뒤 엄마의 손에 휴대폰을 쥐어드리니 폰을 열고 무언가를 해보려고 애를 쓰셨다. 대체로 엄마 옆에서 보조를 맞추어 도와드렸지만 엄마가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것은 엄마의 휴대폰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엄마는 지난주와는 달리 말을 거의 하지 않으셨다. 지난주 주말, 의식이 있을 때엔 간단한 의사소통은 되었던 엄마이니 이번 주엔 조금 더 나아져 있으리라 기대를 했던 탓일까. 간단한 대답조차도 않는 엄마를 보고 있으려니 마음이 답답해지고 조바심이 났다. 어쩌면 말을 하고 싶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종종 차오르는 눈물을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다. 확실치는 않지만 인지가 조금 더 명확해지면서 엄마는 지금 자신의 상태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것도 같았다. 엄마의 눈가는 지난주 보다 더 자주 눈물이 고였고 외숙모나 이모들이 엄마를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병원에 데려올까라고 묻는 나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나와 아빠는 알아보시는 것 같지만 남편은 누구인지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입원실로만 내려오면 쑥쑥 좋아지지 않을까, 재활을 시작하면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엄마는 지난주와 크게 달라지지 않는 상태였다.


조급한 마음을 다스려야 함을 알면서도 잘 되지가 않는다. 
엄마는 지금 어떤 마음인 걸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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