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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Dec 14. 2022

(D+63) 갑작스러운 퇴원 요청

며칠 전 목이 아프고 몸이 무거워 도무지 회사에서도 도무지 일에 집중이 되질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퇴근 후 해본 코로나19 자가검사에서 나는 두줄을 보고서도 정말인가 싶어 내 두 눈을 의심했었다. 결국 다음날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아 보았지만 역시나 두 줄, 나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결국 7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지난 주말엔 엄마에게 가 볼 수 없었다.


자가격리 기간 동안엔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 기운에 거의 먹고 자고 먹고 자고만 반복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격리기간 동안 오롯이 쉬기만 한 것이 아까워 후회가 들 즈음, 격리 해제를 하루 앞두고 간호사실에서 전화가 왔다. 간호사 선생님은 주치의로부터 내일 퇴원명령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원 할 병원을 아직 결정하지도 못했고 엄마의 상태가 어떠한지도 모르는데 퇴원이라니! 나는 지금 엄마를 퇴원시킬 수가 없다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간호사는 전원 가능한 빈 병실이 있는 재활병원을 알아봐 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엄마를 빈 병실이 있는 병원이 아니라 제대로 재활을 시켜줄 수 있는 곳으로 모시고 싶었다. 간호사 선생님께 거부의사를 전하고 주치의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중간에서 간호사 선생님이 곤욕스러웠을 테지만 나로서는 엄마의 문제라 쉽게 물러설 수는 없었다. 어찌 되었건 나는 지금 엄마의 보호자 이니까.

잠시 후 주치의에게서 전화가 왔다. 코로나19 양성으로 격리 중이라 도무지 지금은 전원이 어려우니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까지 시간을 달라고 부탁드렸다. 무조건 퇴원을 하라고 하면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부딪힐 각오가 되어 있었는데 주치의는 의외로 상황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며 그럼 월요일에는 재활병원으로 옮기시는 것으로 알고 있겠다고 준비해 달라고 쿨하게 말했다.

일단 염두에 두고 있던 병원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렸다. 우선 보호자 상주가 가능할 것 그리고 병원 관계자로 보이는 후기가 아니라 병원에서 실제 재활을 받아본 환자나 보호자의 후기가 괜찮을 것, 마지막으로 보건복지부 지정 재활의료기관으로 선정된 곳일 것일 것이라는 게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친정집에서 거리가 가까웠으면 했다. 몇 군데 전화를 돌려본 뒤, 나는 A병원과 B병원, K병원을 최종 후보군으로 정했다. 어느 곳이든 좋지 않은 후기들이 아예 없는 곳은 없었지만 재활로 유명세를 떨친 A병원과 K병원에 마음이 갔는데, 친정과의 거리가 있어 최종 후보지는 A병원으로 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A병원에는 당장 보호자 상주가 가능한 병상이 없다는 것이 그것인데, 원무과 담당자는 연말이라 날짜를 딱 정해 말할 수는 없지만 곧 병실이 날 것 같다고 귀띔해 주었다. 나 역시 회사 문제가 있으니 그전까지 휴직을 위한 행정처리를 진행하면 될 것 같았다. 아직 엄마가 간호간병 병실에서 생활하기에는 의사표현이 원활하지 않고 콧줄과 기저귀 하고 계신 데다 걷지도 몸을 움직이기도 어려우셨기에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았지만 병원을 옮기는 것보다는 그래도 2주 정도는 A병원을 믿고 자주 전화를 드리면서 엄마의 상황을 체크하는 게 더 나을 것도 같았다.

주말에 엄마를 꼭 보러 갔었어야 했는데, 엄마가 기다렸을 것 같은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병원을 결정하고 전원 준비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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