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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Feb 22. 2023

(D+130) 삼성서울병원 외래진료

드디어 서울삼성병원 외래진료일이다. 엄마는 1월 내내 기관지 협착증에 때문에 호흡곤란을 겪으며 무척 힘든 시기를 보냈다. 다행히도 1월 말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외래진료에서 호흡곤란의 원인을 알 수 있었고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서 점차 상황은 호전되어 갔다. 하지만 그 약은 임시방편일 뿐 엄마의 경우는 꼭 수술이 필요했기에 지난 1월, 예약센터를 통해 가장 빠른 날로 진료 예약을 잡아 놓았는데 그게 바로 오늘이었다.

공식적 사지마비 환자인 엄마. 이런 엄마를 데리고 서울까지 외래진료를 다녀와야 하니 긴장이 되었는지 간밤에 잠을 설쳤다. 물론 사설 구급차를 이용할 테니 이동 중 엄마의 컨디션 문제에서는 안심이 되었지만 편도 3시간 왕복 6시간에다 진료대기와 진료시간까지 합치면 넉넉잡아 8-9시간 정도는 생각해야 했다. 8시간이면 최소한 식사 한 끼 정도는 외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엄마의 삼킴 장애였다. 엄마는 지난 1월 잦은 외래 때문에 탈수가 왔던 터였다.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바나나와 카스테라, 연하제를 태운 물, 약 등의 먹거리를 준비했다. 기저귀, 소변패드, 물티슈, 여벌 옷, 담요 등도 챙겼다.  

외래진료 때마다 늘 그랬든 사설 구급차는 약속 시간에 이동용 침대를 가지고 병실로 나타났다. 대학병원에서 써 준 요양급여의뢰서(진료의뢰서 개념)를 잘 챙겼는지 확인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나는 엄마와 함께 삼성서울병원으로 출발했다. 수도권 쪽에 다다르자 길이 막히기 시작했지만 요란한 엠블런스 소리에 감사하게도 모두 길을 열어주셨기에 3시간 만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상했던 데로 대기실은 붐볐다. 진료의뢰서를 제출하고도 약 한 시간가량을 기다렸을까. 엄마는 휠체어에 가만히 앉아있는 게 힘든지 고개가 자꾸 떨어지고 상체가 점점 동그랗게 말렸다. 엄마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엄마를 모시고 급히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교수님은 대학병원에서 써 준 의뢰서를 보시곤 혹시 영상자료는 없냐고 물으셨는데 순간 눈앞이 하얘졌다. 목 CT 자료가 담겨있는 CD를 들고 오지 않았던 것이다. 나의 넋이 나간 표정을 보시던 교수님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며 CT자료를 보아야 수술이 필요한지 아닌지 그리고 수술을 해야 한다면 이비인후과에서 해야 하는지 호흡기내과에서 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지금은 자료가 없으니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나는 염치 불구하고 교수님께 너무 죄송하지만 지방에서 올라왔고 엄마의 상태가 썩 좋지 않은 만큼 오늘 CT를 찍어보면 안 되겠냐고 말씀드렸다. 교수님은 입원환자가 아닌 이상 그렇게는 어렵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간절한 눈빛으로 그럼 입원이라도 시켜주시길 부탁드렸다.


교수님은 엄마의 목 안쪽을 보고 진료의뢰서에 적혀 있는 엄마의 심장수술, 뇌출혈 수술 등의 이력을 물어보시고는 고민 끝에 입원장을 내 드리겠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현재 비어있는 병실이 없기 때문에 당일 입원은 불가하다고 하셨지만 어쨌거나 입원을 하게 되면 제대로 된 검사와 수술이 가능할 듯싶어 마음이 놓였다. 너무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진료실을 빠져나오니 담당 간호사가 PCR검사를 하고 가면 3일 안으로는 어떻게든 병상을 마련해 보시겠다고 말씀하셨다. 엄마와 함께 PCR검사를 하고 다시 지방에 있는 재활병원으로 돌아오니 어느덧 해도 지고 캄캄한 밤이 되어있었다. 급히 죽집으로 달려가 따끈따끈한 전복죽 하나를 받아와 천천히 먹여드리고 나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는 듯 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진료결과가 어찌 될지 무거운 마음으로 출발했었는데 그나마 입원장은 받아 두었으니 엄마의 호흡곤란 문제는 조만간 해결이 되겠구나 싶어 안심이 되었다. 길고 고단한 하루였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 그러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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