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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고잉 박리라 Feb 23. 2023

(D+133) 기관지 협착증 수술 그리고 재활병원 찾기

삼성서울병원 입원장을 받은 다음날 오후, 입원할 병실이 자리가 났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아직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긴 뒤의 상황이 그려지지 않아 마음이 어수선했지만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빠에게 부탁해 이전 대학병원에서 의무기록 사본 및 입퇴원 요약 기록지, 수술기록지 같은 서류를 부탁드리고 사설 구급차를 섭외해 시간약속을 정했다. 그 사이 엄마 식사를 챙겨드리고는 짐 정리를 시작했는데 긴 병원 생활에 짐이 많이 늘어 이걸 다 어쩌나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어쨌거나 당장 사설구급차를 탈 때 입원 준비물을 함께 챙겨가야 하니 세면도구, 기저귀와 물티슈 한 팩, 각티슈 한 상자, 각종 연고 및 드레싱 재료, 보호자용 이불과 베개부터 싸두고 나머지는 개략적으로 분류해 그냥 차에 실어 두었다.

병원 입원 당일은 시간이 너무 늦어 복용약과 가져온 의무기록지를 전달드리는 것으로 일단락되었지만 다음날엔 아침부터 각종 검사를 하느라 바쁘게 보냈다. 교수님은 바로 다음날 엄마의 수술 일정이 잡혔다고 말했다. 바로 오늘이었다. 수술예정 시간은 오전 9시 40분. 수술 당일이라서 일까, 새벽 5시부터 간호사 선생님께서 분주하게 움직이신다. 덩달아 내 마음도 바빠져 간호사 선생님이 수액을 달고 혈압을 체크하는 모습을 긴장한 체 바라보았다. 새벽 6시 즈음엔 수술해 주기로 하신 교수님께서도 다녀가셨다. 어제 찍은 CT 결과가 예상보다 좋아서 목에 스텐트 삽입은 어쩌면 하지 않아도 될 수 있겠다며 잘해보겠다는 인사를 하시고는 빠르게 사라지셨다.

수술해 주기로 하신 호흡기내과 김OO 교수님은 기관지 협착으로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 나 역시 엄마의 진료 예약을 잡아 둔 분이었다. 물론 1월 잡아둔 예약 날짜가 6월이기에 아직 뵙기엔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분이었지만 삼성서울병원 예약센터의 실수와 나의 실수, 이비인후과 교수님의 따스한 마음이 합쳐져 엄마는 운이 좋게도 이렇게 당장 수술까지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엄마는 이비인후과로 입원해 목 CT를 찍고 난 뒤 바로 호흡기내과로 전과되었다.

너무도 감사해야 할 분들이 많았으나, 당장 내일 퇴원을 해야 된다는 어제 김OO 교수님의 말에 나는 정신없이 엄마가 기관지 협착 수술 후 전원을 갈 만한 재활병원 찾기에 집중하던 중이었다. 인터넷 검색은 정보가 정확하지 않고 단편적이란 단점이 있지만 나에겐 주워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니 우선은 인터넷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뇌출혈로 인해 개두술을 받은 경력이 있고 폐색전증까지 있었기 때문에 전신마취에 대한 위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기에 수술 전 마취과로부터 안내받은 위험성에 대해 이번에는 큰 걱정 없이 동의서를 작성할 수 있었다. 이전에 받았던 수술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덜 위험한 수술 같아 보였다.

한 시간을 조금 더 기다렸을까. 수술도 무난히 잘 끝나고 엄마가 의식도 차리셨는지 병실로 모시겠다는 전화가 왔다. 보호자 대기실에서 수술실 쪽으로 뛰어가 보니 엄마는 수술방에 들어갔던 그대로였다. 편안해 보였다. 4시간 금식 후 드린 식사도 비교적 무난히 잘 드셨고 산소포화도 역시 100%. 가끔 피가 섞인 가래가 나왔지만 하루정도는 그럴 거라는 안내를 간호사선생님으로부터 미리 받았던 터라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다. 이젠 정말 재활에만 집중하면 되겠다 싶어 마음이 놓였다.

지금부터는 내가 손과 발로 뛰어야 할 시기인 것 같았다. 당장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기는 엄마에게 무리인 듯도 싶고 딱 한 달 뒤로 잡힌 외래진료도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게다가 이왕 서울까지 올라온 김에 재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신촌세브란스와 아산병원 진료도 받아보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주치의 선생님께 병원협력센터를 통해 재활병원으로 전원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을 드리고는 나 역시 열심히 찾아둔 수도권 쪽 재활병원에 전화를 돌려보았다.


하지만 대부분 유명세를 탄 재활전문병원은 자리가 없었다. 그래도 상급병실을 많이 보유한 서울 소재 C병원과 분당 소재 B병원, R병원은 자리가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나와의 전화통화와는 달리 엄마를 받아준다는 병원은 오직 C병원뿐이었다. 엄마의 엉덩이 꼬리뼈 쪽에 생긴 5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의 욕창 때문이었다. C병원은 개인간병(가족 또는 간병인)을 하려면 1인실 입원만 가능했기에 병원비가 엄청나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덜컥 돈 걱정부터 들었지만 어찌어찌 몇 달은 버텨볼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수도권은 병원조차도 경쟁이 무척 치열하구나. 그래도 유명한 재활전문병원 중 엄마를 받아주는 곳이 있어 다행이었다. 힘들게 들어가게 될 새로운 병원은 유명세만큼 재활을 잘할까 어떨까. 기대반 걱정반으로 하루를 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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