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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향 Nov 09. 2022

들꽃 2 / 한향

  

  들꽃 2 / 한향



  아무도 나의 원전을 모른다

   나는 수억 년 바람의 구전으로 전해

올 따름이다

   내가 주로 인용하는 문장은

   뜨거운 오후 두 시의 태양과

   늙은 낙타 등을 어루만지는 여린

초승달

   전설 속 작은 섬의 은모래별

   그렇다고 나의 문장이 늘 촉촉한 것은

아니

   문체가 건조해지면  이슬이나 는개

불러오고

   어쩌다  나를  유기하고  싶을 때는

   후드득  한줄기 소나기와 우박이 문

장 부호가 되어 주지

   그렇다고 애절하게 바라보지 말아

다오

   어둡고 광포한 계절이 지나고

   억겁의 바람이 알려 준  한복판에

   나 이렇게 피어 있으니



 「아무르강에 그리운 사랑 있네」(문학

의 전당, 2021)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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