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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2 / 한향
by
한향
Nov 9. 2022
들꽃 2 / 한향
아무도 나의 원전을 모른다
나는 수억 년 바람의 구전으로 전해
올 따름이다
내가 주로 인용하는 문장은
뜨거운 오후 두 시의 태양과
늙은 낙타 등을 어루만지는 여린
초승달
전설 속 작은 섬의 은모래별
그렇다고 나의 문장이 늘 촉촉한 것은
아니
다
문체가 건조해지면 이슬이나 는개
를
불러오고
어쩌다 나를 유기하고 싶을 때는
후드득 한줄기 소나기와 우박이 문
장 부호가 되어 주지
그렇다고 애절하게 바라보지 말아
다오
어둡고 광포한 계절이 지나고
억겁의 바람이 알려 준 한복판에
나 이렇게 피어 있으니
「아무르강에 그리운 사랑 있네」(문학
의 전당, 2021)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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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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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아무르강에 그리운 사랑 있네
저자
시(視)와 시(時)를 시(詩)로 쓰다//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졸업/2004년 <현대시문학>으로 등단/시집 「아무르강에 그리운 사랑 있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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