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의 옥석 구분

by Henry



누구나 토큰을 쉽게 발행하고

수만 개의 암호화폐가 난무하면

어느 것이 진짜 가치 있는 것일까?

옥석을 구분하는 일은 투자자의 몫이야



한국인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암호화폐 투자

지금까지 긴 이야기 듣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는데, 드디어 우리 사업을 이야기할 차례다. 배도 든든하니 이제 마음을 든든히 채운다는 생각에 기분이 들뜬다. 지금까지 후배가 한 말을 정리하면, 이더리움 플랫폼을 활용해 토큰을 발행하자는 것이다. 뭐 발행하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이더리움에 수수료를 지불하면 떡하니 암호화폐를 발행해 주니 그저 먹기다.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든 없는 일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알고도 코 베이고, 모르면 아예 통째로 지갑을 탈탈 털린다. 하기야 이건 투자자들이 알아차려야 할 경고이지,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우리는 토큰을 발행해 많이 파는 게 중요하다. 우리 계획대로 되면 토큰 가격은 오를 것이고, 우리는 팔고 손 털면 된다.

암호화폐를 발행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없이도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은 소식이 없다. 토큰 발행이 쉬운 일도 그렇지만, 그걸 거래소 상장하기도 쉽다. 코인 거래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니 적당히 구색만 갖추면 받아주는 거래소가 많다. 이 때문에 코인 거래소에 상장되었다고 투자하는 것은 무모하다.

우리나라의 투자자는 암호화폐의 투자에서도 무척 공격적이다. 미국 투자자들은 전체 암호화폐 중에서 비트코인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다음으로 이더리움에 많이 투자한다. 미국인은 이 둘에 대한 투자 비중이 40%를 넘어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취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투자자는 이 두 대표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비중이 겨우 4%를 넘는 수준이고, 나머지 약 96%를 알트코인에 투자한다. 이더리움을 포함한 몇 개의 알트코인을 빼면, 대부분 자체 블록체인을 소유하지 않고 발행하는 토큰에 투자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투자자는 가격 변동성이 크고, 미래 가치가 불안정한 곳에 위험하고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도 발달 초기 단계라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 상태다. 불나방처럼 돈을 보고 달려드는 사람이 천지다. 코인 관련 사기 사건이 심심치 않게 터지고, 심지어 살인 사건이 터진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된 사업 아이템과 기술력을 가진 블록체인 비즈니스 모델이 드러날 것이다. 우리 생활 속으로 기술이 더 깊숙이 들어오면,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사업들이 번창한다.

어떤 암호화폐에 투자할 것인가? 판단이 쉽지 않다. 닷컴 열풍이 불 때도 수많은 기업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아마존닷컴에 투자한 사람은 대박을 터트렸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돈을 날렸다. 블록체인 사업의 미래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블록체인 기술의 장래도 불확실하지만, 그것을 이용해 발행하는 암호화폐의 앞날은 더 불투명하다. 과연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것인지 판별하는 통찰력, 그건 오롯이 투자자가 갖춰야 할 역량이다.


사업을 첨단 이미지로 포장하기

"형님, 우리가 전자상거래를 시작할 때, 제일 좋기는 직접 쿠팡이나 아마존닷컴 같은 온라인 거래 사이트를 만드는 것이 좋죠.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결국 투자 비용과 운영 비용 때문이죠. 그래서 직접 사이트를 구축하는 것보다 쿠팡이나 아마존에 입점하는 것이 유리하죠. 이미 개발된 플랫폼을 장점을 이용하는 거죠. 블록체인 기술에서도 이게 그대로 적용됩니다." 후배의 설명을 들으니, 뭔 말인지 이해가 된다. 아마존닷컴이나 쿠팡 같은 기존 온라인 플랫폼에 해당하는 것이 블록체인에서는 이더리움이다. 후배와 나는 이더리움 플랫폼을 이용해 토큰을 발행하자고 결정했다.

"토큰을 발행하는 목적과 그것을 활용할 방안을 사업계획서에 담아야 합니다. 토큰 발행 목적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업에 필요한 자금 조달하는 것으로 하면 됩니다." 후배가 차근차근 말한다. "일을 쉽게 처리하려면 현재 형님 사업에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는 것이 좋겠죠. 그게 일을 단축하고 번거롭게 사업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을 필요도 없죠"

"그럼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뭐로 하면 좋을까?" 내 물음에 후배는 말한다. "아무래도 첨단 이미지가 풍기는 것이 좋겠어요. 형님, 사업 아이템으로 천연 공기 판매 사업은 어떨까요? 친환경의 이미지도 있고, 자연 공기 판매업이니까 첨단 이미지도 있으니 좋죠. 사업계획서를 포장하기도 좋아요." 후배의 제안을 듣고는 살짝 당황했다. 우리는 인터넷 가입과 컴퓨터 판매업인데, 천연 공기 사업이라? 내가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니 후배가 말을 잇는다.

"형님, 지금은 사업 계획을 구체적으로 따지기보다는 첨단 이미지로 포장하는 게 중요합니다. 배가 들어왔을 때 노를 저으라는 말이 있잖아요? 암호화폐 시장이 후끈 달았을 때 빨리 진출해 한몫 챙기는 것이 낫죠. 안 그래요?" 후배의 말을 들으니, 몸이 다는 건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이래도 되는가 하는 망설임도 든다. 그러다가 이내 내가 어디 남 생각할 처진가, 우선 내 몫부터 챙기자는 사심이 끓는다. 에라 돈 놓고 돈 먹는 판이라면 눈 딱 감고 뛰어들자. 그렇게 해서 우리는 기존의 컴퓨터 판매업에 천연 공기 판매업을 추가하기로 했다. 환경적 가치와 함께 건강과 웰빙 측면에서도 전망이 밝아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좋다.


토큰 판매와 데이터 판매

이제부터 우리 코인 발행을 위한 실무적인 내용을 검토해야 할 차례다. 창밖은 깊은 어둠에 묻혔다. 우리 대화도 더 진지하고 내용이 깊어진다. 이에 잘만하면 한몫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가 가슴을 부풀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업계획서를 잘 작성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을 끌어들이고, 또 거래소에 쉽게 상장할 수 있다. 그 문제를 두고 후배와 상의했다.

"형님, 사업계획서는 제가 작성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천연 공기 판매와 공기 데이터 수집을 사업 아이템으로 포함하겠습니다. 공기 오염도를 측정하고 필요한 천연 공기의 양을 수집해서 그것을 필요로 하는 연구소나 공기 청정기 회사에 판매하는 겁니다. 말하자면,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천연 공기 발생기를 판매하고, 연구소나 공기 청정기 회사에 천연 공기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으로 계획서를 작성하겠습니다." 후배의 말을 들으니 '이게 웬 떡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우리가 하려는 토큰 발행 사업에 관한 이야기가 제법 틀을 잡아간다.

"그럼 우리 토큰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천연 공기 발생기 판매와 공기 관련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으로 하는 건가?" 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맞아요. 바로 그겁니다. 그걸 주 테마로 해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우리 공기 발생기에다 공기 정화 농도를 수집하는 단말기를 답니다. 청정기에 기록된 공기 농도 데이터를 회사에 제공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발행하는 암호화폐를 제공하는 겁니다."

후배는 우리 암호화폐는 자금 조달을 위해 거래소에 판매하는 것과 공기 청정 데이터를 제공하는 소비자에 제공하는 두 가지 종류라 구분하자고 말한다. "와, 기가 막힌 방법이구나. 자네는 언제 이렇게 암호화폐 지식을 축적했는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지경이네." 내가 이렇게 칭찬하자 후배는 쑥스러운 듯 웃는다. "형님, 이건 어느 정도의 지식만 갖춰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발행한 토큰을 잘 파는 일입니다. 말하자면, 홍보와 마케팅 역량이 필요합니다."

시각이 어느덧 10시가 되어 식당이 마감한다는 전갈을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내일 사무실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내일은 우리 토큰 이름을 결정하고, 토큰 발행 수수료와 네트워크 이용료 등 제반 비용을 산출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케팅과 홍보를 담당할 인력 충원과 나와 후배의 역할 분담도 정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수익금 배분 비율을 내일 의논해야 하는데, 예민한 부분이라 서로가 속내를 감추고 있다.








이전 08화암호화폐 코인과 토큰, 뭐가 돈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