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와 가스비

by Henry



사시사철 보일러를 들면

가스비를 감당할 수 없어

암호화폐 운영비를 절약하려면

블록체인 보일러 트는 시간을 줄여야 해



모처럼 찾아온 돈 벌 기회

청정 공기 발생기를 판매하고, 축적한 공기 청정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이 우리 사업 모델이다. 우리 회사는 인터넷 장비와 컴퓨터 판매 회사라 청정 공기 발생기를 만든 경험이 없다. 그걸 어떻게 해낼지 막막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암호화폐를 발행해 가격을 올려야 돈을 벌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 사업을 잘 포장해야 한다.

컴퓨터 판매업을 첨단 사업으로 포장한다고 하면, 남들은 속임수가 아니냐고 지적할 수도 있다. 내심 속이 뜨끔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계획이 완전 사기는 아니다. 우리 토큰 가격이 많이 올라 돈을 벌면 실제로 그렇게 하면 될 것이 아닌가. 막말로 코인 시장이나 주식 시장에 그럴듯하게 포장해 주가를 띄우는 회사가 한둘인가?

모처럼 찾아온 돈 벌 기회라 생각하니 잠을 설쳤다. 5월 밤이 짧다고 해도 홀딱 셀만큼 짧지는 않다. 그런 밤을 꼬박 지새웠다.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회사로 나왔다. 설레는 마음에 밥 생각도 저만치 달아나고,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서둘러 회사에 도착해 후배를 기다렸다.

어제보다 한결 편안한 복장을 한 후배가 자리를 앉는다. 간단한 아침 인사를 마치고 진한 모닝커피를 마셨다. 사무실 가득 짙은 커피의 육중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퍼진다. 후배와 나는 이제부터 진짜 사업 이야기를 할 것이다. 오늘도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한다.

"형님, 어제 한 이야기 이해하셨죠" 후배의 물음에 "그건 충분히 이해했고, 아침에 정리까지 다 했어"라고 경쾌하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제 우리 회사는 천연 공기(natural air) 발생기와 공기 청정도 데이터 판매업으로 거듭나는 겁니다. 공기 청정도 측정기를 부착한 공기 발생기를 팔고, 축적한 공기 청정도 데이터를 고객으로부터 다시 사들입니다. 그 대가로 고객에 우리가 발행하는 토큰을 지급합니다. 이 모든 일을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빌려서 작업하는 겁니다."

후배가 우리 사업 모델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더리움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지불하는 비용이 얼마쯤 될까? 그래도 제법 돈이 들 것 같은데?" 내 물음에 후배가 답한다. "사실 그게 문제예요. 우리가 직접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보다 적게 들지만, 그 돈도 만만치는 않아요." '그야 당연한 이야기고, 그래서 어쩌면 좋은가?'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고 후배의 말에 귀 기울였다.

"고객은 공기 청정도 데이터가 모이면 그걸 우리한테 팔겠죠.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우리 네트워크에 그 자료를 입력하는 순간 자동 계약서(스마트 콘트랙트)가 작성됩니다. 그것을 네트워크에 전송하면 거래 횟수(트랜잭션)가 발생하죠. 이 양이 많아지면 우리 네트워크의 혼잡도가 증가하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비용으로 발생합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비용을 블록체인에서는 가스비(gas fee)라고 부릅니다."


가스비를 줄여야 한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빌리고 사용료만 조금 지불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이 복잡하다. "우리가 사업을 제대로 한다면 가스비가 많이 나와요. 자칫하면 차라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한마디로 말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는 말입니다." 후배의 말에 심란해진 나는 "그럼, 어떻게 하면 가스비를 낮출 수 있는가?"하고 의기소침하게 물었다.

어두워진 내 표정을 보고 후배가 말을 이어간다. "형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 우리가 하기 나름입니다. 방법은 뭘까요? 가스비가 적게 나오도록 하면 되죠." "어떻게 가스비가 적게 나오게 할 수 있을까?" 나는 마음이 급해진다.

이 대목에서 후배는 다시 커피잔을 든다. 눈을 감고 짙은 커피 향을 음미하는 후배 얼굴에는 편안함이 배어난다. 밀당하자는 심산인지 사람 마음을 뒤흔든다. 그래도 이 친구가 저리도 자신하니 뭔가 대안이 있나 보다. 그래, 이 친구 성격상 방법이 없으면 이런 말도 꺼내지 않았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후배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형님 집 보일러가 개별난방입니까, 아니면 중앙난방입니까?" 이더리움 사용료인 가스비를 말하다가 뜬금없이 우리 집 보일러는 왜 들먹일까. "우리 아파트는 개별난방이야. 그런데 그건 왜?"하고 물었다. 내 말이 후배가 반색한다.

"그러면 가스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겠네요. 자, 생각해 보세요. 보일러 가스비를 조절한다는 말이 뭔가요? 사용하지 않는 방의 가스 공급을 차단하고, 외출할 때 난방을 중단할 수도 있죠. 그렇게 하면 가스비를 크게 줄일 수 있잖아요? 다시 말하면, 보일러를 사용한 만큼 가스비를 낸다는 말입니다." 후배가 핵심을 말했다는 듯 흐뭇한 얼굴이다. 그야 당연한 말인데 뭘 새삼스러울까, 여전히 헛갈린다.

"아니 보일러 가스비 줄이는 것과 우리가 이더리움에 지불하는 가스비하고 무슨 상관있나? 하긴 용어야 둘 다 가스비이긴 하다만" 나는 조급하게 물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이더리움의 네트워크를 보일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보일러 사용량을 줄이듯 네트워크 사용량을 줄이면 가스비도 줄어듭니다." 후배의 말이 알쏭달쏭하다.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사용을 어떻게 줄인다는 말인가?"하고 말한 나는 후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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