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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Jul 21. 2024

동탄으로 이사했다.

동탄호수공원


동탄으로 이사했다. 이사는 대개 그 도시 안에서 일어난다. 생활 기반이 잡히고 나면, 아파트 평수를 늘리거나 줄이려 집을 옮긴다. 그러다 보면 터전을 벗어나는 일이 흔치 않다. 나는 인천 부평에서 70킬로미터 더 걸리는 동탄으로 이사 왔다. 학교와 집 사이가 한참이나 떨어지니 쉬 엄두내기 쉽지 않은 결정이다.


동탄? 처음 신도시가 조성된다는 이야기가 요란스러울 때 잠시 내 눈길을 끌었다. 그러고는 관심에서 멀어졌다가 최근 반도체 중심도시로 성장한다는 소식을 듣긴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동탄 이야기가 나오면, 그저 그런가 보다 하는 식으로 심드렁한 표정을 짓기 일쑤였다. 그런 내가 이곳으로 올 줄 누가 알았으랴?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게 인생의 또 다른 재미이긴 하다.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있냐고? 딱히 그럴 만한 일도 없다. 사람이 살다 보면 몇 번이고 이사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처음부터 한 곳에 뿌리를 내리는 사람이 있지만, 대개는 한두 번 옮기며 산다. 굳이 낯선 곳으로 이사를 마다하지 않는 걸 보면, 내게 유목민의 피가 흐르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개항장의 유적이 많은 매력적인 도시 인천. 인천은 학교 때문에 이사를 한 곳이다. 그렇다고 고향이 아니라 훌쩍 떠나온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갈 일도 없다. 그곳으로 간다고 잊힌 정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어딘들 정붙이고 살면 고향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판교와 가까워졌다. 아이들은 판교에 산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아무 생각 없이 이곳으로 온 것은 아니다. 서울을 떠나 올 때 마지막으로 살던 곳이 송파구 가락동이다. 아내 마음이야 절절히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15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곳 생활에 나름 편리했을 것이다. 그사이 살던 아파트 가격은 폭등 아니라 하늘 끝까지 가버렸다.      


돈을 따질 일은 아니었다. 대신 그 돈으로 아이들 공부를 제대로 시켰다는 보람은 남았다. 딸아이는 아마존에 근무하다 알아주는 국내 IT 회사로 스카우트됐다. D 외고를 졸업한 아들아이는 모 대학병원의 펠로우 과정을 준비한다. 그때는 그 길이 최선이었다. 지금 와서 그 입장이 되어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식 교육을 투자라고 표현하면 야박하게 들릴지 모른다. 그래도 투자에 성공한 셈이다.      


지은 지 30년쯤 된 아파트도 나쁘지 않았다. 인천의 아파트는 보수를 잘해서 딱히 불편한 점은 없다. 그렇지만, 요즘 새로 지은 아파트와 비교하기에는 머쓱하다. 지하철 노선과 거의 붙어 있는 아파트라 밤낮없이 전철 다니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래도 가까이 산이 있고 지대가 높아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좋았다.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 생활할 만큼 시원한 것도 그곳의 장점이다.      


30분이면 너끈히 가는 길을 마다할 수 없었다. 학교까지 가는 시간 말이다. 지금은 방학이라 그나마 낫지만, 학기가 시작하면 출퇴근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신도시로 가려는 아내 입장을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몇 번의 토론과 대화를 거치면서 내 입장을 철회했다. 그래 새 도시에 가서, 새집에서 살아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렇게 결심하고는 월요일 일사천리로 이사했다.


도시는 젊고, 아파트는 새것이다. 입주민들도 젊은 세대가 많다. 주변 환경이 깨끗하고 쾌적하다. 아파트 거실에서 푸른 산이 보이고, 뒤로는 전원주택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동탄에서도 꽤 외곽지인 산골을 개발한 곳인가 보다. 창밖으로 바람길이 보인다. 낮에는 물론이지만, 창문을 열어 놓으면 밤에도 바람이 시원하다. 쾌적하기로 따지면 더할 나위가 없다.   


먼 거리를 출퇴근해야 한다. 늘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수만은 없는 일이다. 가뜩이나 운전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대안을 찾기로 했다. 그래서 주중에 지하철을 타봤다. 아파트에서 오산역까지 마을버스로 이동했다. 오산역에서 구로역까지 급행을 타고, 구로역에서 다시 인천으로 오는 급행을 탔다. 방문을 들어오는 순간까지 2시간이 넘는다. 처음이라 약간의 피곤함은 어쩔 수 없다. 익숙해지면 한결 나아질 것이다.


환승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긴 시간을 무료하게 보낼 수 없이 이참에 소니 헤드폰과 블루투스 스피커를 장만했다. 헤드폰을 끼고 평소 듣고 싶은 음악과 인강을 들으면서 지하철을 탔다. 여행 삼아 이렇게 다니는 것도 좋은 일이다. 숨 넘을 갈 만큼 바쁜 일이 아니면 말이다. 너무 급하고 빠른 디지털 세상에서 뚜벅뚜벅 걷는 아날라그 갬성을 느낄 기회도 그리 흔치 않다.       


2킬로 남짓한 곳에 호수공원이 있다. 9월 송도 국제마라톤을 준비하는 나에게는 참 멋진 일이다. 어제 오후 생각난 김에 비 그친 한여름의 호수를 뛰었다. 호수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뛰다 보니 30분이 후딱 지났다. 신도시 공원답게 현대식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았다. 호수 초입에는 이쁜 카페들과 맛집들이 들어서 있다. 나무로 된 길을 만들어 호수 위를 걷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호숫가 벤치로 바람 불어 좋은 날이다. 마라톤 연습을 마치고, 블루투스 음악을 틀었다.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를 마셨다. 마침 호수에서 분수 쇼가 벌어졌다. 물줄기가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호수 위로 작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진다. 트위스트를 추는 물줄기가 한결 시원하게 해 준다.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한여름의 오후를 즐긴다.      


이사하는 일은 자칫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이사는 직장 이동이나 만큼이나 스트레스 요인이 된다고도 한다. 이사는 주거 환경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낯선 지역사회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따르기도 한다.


전생에 나는 에뜨랑제였나 보다. 어딜 가도 신나고 흥분된다. 낯선 도시가 주는 신선함이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못지않게 좋다. 인천도 매력적인 도시이지만, 동탄은 또 다른 자극으로 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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