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감성 때문에 ChatGPT가 녹고 있다.
AI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까? 요즘 챗GPT가 그리는 ‘지브리 감성 그림’이 인터넷과 스마트폰 속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말,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 게 낫다. 그래서 직접 시도해봤다. ChatGPT 4o에 내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감성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고, 아래는 그 결과물이다. 다른 사람의 사진을 쓰는 건 저작권 문제가 있어, 부득이하게 내 사진을 사용했음을 양해해주시면 좋겠다.
첫 번째 이미지가 예상보다 꽤 잘 나왔다. 그런데 욕심이 생겼다. "이마 주름을 조금만 줄여줘." 다시 요청했더니, 두 번째 이미지가 나왔다. 그런데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너무 젊어졌다. 쑥스러움은 온전히 내 몫, 하지만, 젊은 날의 나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은 좋다. 참고로 이미지 하나를 생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90초. 한 장의 삽화를 그리는 데 걸린 시간치고는 무척 짧다.
“지브리 감성 때문에 ChatGPT가 녹고 있다.” ChatGPT를 만든 OpenAI의 CEO 샘 올트먼이 최근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지브리 감성 그림 요청’에, 자사 인공지능 서버의 CPU가 녹아내릴 지경이라며 행복한 비명을 지른 셈이다.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건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단 열흘 동안, 무려 1억3천만 명 이상이 AI에 그림을 요청했다. 하루 평균 1,300만 명, 매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브리 감성으로 고양이 좀 그려줘요”, “센과 치히로 느낌의 골목이요!”라고 ChatGPT에 말을 걸고 있었던 셈이다.
지브리 감성, 그게 뭔데?
“요즘 AI 이미지 열풍 속에서, ‘지브리풍, 아니 지브리 감성? 그게 도대체 무슨 그림이야?’라는 질문을 한 번쯤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AI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지브리 감성’이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의 작품을 닮은 감성이다. 이 회사는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제작했다. 이 작품들은 단순한 만화 영화를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서정성과 따뜻함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말하자면,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이웃집 토토로>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는 단지 그림체나 색감만을 뜻하지 않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낡은 골목길과 따뜻한 노을, 말없이 나를 지켜보는 고양이 요정, 이런 요소들이 어우러져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풍경, 그것이 바로 지브리 감성이다. 젊은이들 표현을 빌리면, ‘지브리 갬성’이다.
지브리 감성의 그림은 단순한 애니메이션 흉내가 아니다. 그것은 어릴 적 마음속에 살던 세계, 잊고 지냈던 감성, 초콜릿처럼 달콤한 상상의 세계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사람들은 단순히 그림을 요청한 것이 아니다. 어릴 적 꿈꾸던 동화 속 세상을 지브리를 통해 다시 만나고 싶었던 것이다. ‘지브리’라는 말은 이제 누군가에겐 고향 마을처럼 편안하고 아름다운 정서가 되었다.
“모두 지브리 감성 프사야?”
발 빠른 사람들은 이미 프로필 사진을 지브리 감성으로 갈아탔다. 이대로라면, 비슷한 그림체의 얼굴을 마주치는 일이 더 이상 놀랍지 않을 것이다. 서정적인 색감, 만화 같은 친근함, 온화한 눈빛. 지브리 감성은 2025년 4월, 지금 이 순간의 얼굴이다. 이쯤 되면 이런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여기도 지브리, 저기도 지브리. 다 지브리 프사야? 좀 지겨운데?”
이처럼 SNS 세상은 지금, ‘지브리 감성’이라는 동화 속에 푹 빠져 있다. 물론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열풍을 단순한 ‘따라 하기’나 ‘소외 회피형 소비’로만 설명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어쩌면 사람들은 지금, AI가 만들어낸 새로운 상상력에 이끌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자기 얼굴을 만화풍으로 바꾸는 일은 꽤 어려웠다. 직접 그림을 배우거나, 포토샵 같은 툴을 익혀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 동화 속의 나를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AI를 통해 자신 속에 숨겨진 동화적 욕망을 구현하고 있다. 물론, 이런 열풍은 언제든 식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AI가 이만큼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술은 늘 생각보다 빠르게 진화한다. 잠깐 한눈팔면, 어느새 ‘디지털 꼰대’가 되어 있다. 그렇다고 늘 새로운 기술을 좇으란 말은 아니다. 최소한, 편리한 건 편리하게 쓸 줄 아는 감각만큼은 갖추자. 그리고 만약, 아직도 사람 냄새 나는 건 아날로그 세상이라 믿는다면, 그 또한 멋진 균형이다.
AI 그림, 어디까지 베껴도 괜찮을까?
‘지브리 감성’ AI 이미지 열풍은 말 그대로 뜨겁다. 몇 초, 길어야 2분이면 아름다운 장면 하나가 뚝딱 그려진다. 놀라운 건 그 속도지만, 동시에 두려운 것도 그 속도다. AI의 학습 능력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AI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나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을 마음대로 학습 자료로 사용했다면, 그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닐까? 몇 초의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작가가 몇 달 동안 땀을 흘리며 작업한 결과를 AI가 단 몇 초 만에 끝낸다면 원작자들은 분명 불편할 수밖에 없다.
저작권법에서는 원칙적으로 '구체적인 표현'만 보호하고, 그 밑바탕에 있는 '아이디어'나 스타일은 보호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그대로 복제하면 문제가 되지만, 고흐의 독특한 색감이나 붓 터치 같은 화풍을 참고해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다른 예로, 디즈니의 미키마우스 캐릭터는 그 구체적인 모습과 이름이 법적으로 보호되지만, ‘귀여운 생쥐 캐릭터’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AI가 만들어낸 '지브리 감성'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다. 원본 작품을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니라, '서정적인 색감', '따뜻한 분위기', '정겨운 캐릭터' 같은 지브리 작품 특유의 느낌을 참고한 정도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다. 하지만 법적 판단과는 별개로, 원작자의 창의성과 감성을 존중하려는 윤리적 태도는 우리가 늘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AI가 그려준 동화적 감성
아직 지브리 감성 그림이 지적재산권을 위배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단순한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수준이라면, 우리도 얼마든지 즐겨볼 수 있다. 한두 번만 해보면 금방 익숙해진다. 기술이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차근차근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예쁜 손녀의 지브리 감성 사진이 완성된다. 동화 속 한 장면을 흉내 낸 그림도 좋고, 상상 속 풍경을 요청해도 괜찮다. 요구가 구체적이고 세밀할수록, AI는 더 아름다운 결과로 응답한다.
그렇지만 지브리 감성 그림이 저작권 침해가 될지 걱정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라면, 굳이 ‘지브리 감성’에 얽매이지 않고, 만화 이미지 혹은 다른 스타일의 그림을 요청해 보는 것도 좋다. 아래 이미지는 필자의 사진을 ‘만화풍 이미지’와 ‘로마 황제풍 이미지’로 변환해 달라고 요청한 결과다. 주름을 제거한 일반 만화풍의 이미지는 친근하고 캐주얼한 느낌을 주고, 주름을 그대로 살린 로마 황제풍의 이미지는 중후한 매력을 선사한다.
이처럼 AI를 잘 활용하면 누구나 다양한 창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굳이 지브리 감성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이미지 생성 중 오류나 중단 문제도 줄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자신의 개성과 감성이 담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완성된 이미지는 비록 AI가 그린 것이지만, 그 안에는 당신만의 동화적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참고로, 프로필 사진 하나만 얻자고 한 달에 20달러짜리 챗GPT 유료 버전을 쓰는 건 아깝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지 생성뿐 아니라, 시와 소설 쓰기, 여행 스케줄 짜기, 외국어 공부, 심리 상담, 그리고 자기소개서 작성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본다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 달 20달러의 투자로 감성과 창의력, 그리고 실용성까지 채우고 싶다면, 이제는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법을 익힐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