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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Oct 24. 2022

신화인가? 광기인가?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진실

천재를 시기한 이인자의 광기인가?     

“신이시여, 욕망을 주셨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얼굴에는 검버섯과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절규한다. 정신병원에 갇혀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안토니오 살리에리는 오늘도 신을 원망한다. 천재를 따라갈 수 없는 이인자의 처절한 몸부림에 사람들은 미움보다 측은함을 느낀다.


살리에리의 비애와 광기가 절절히 묻어나는 애통한 이 대사는 “아마데우스 Amadeus”의 영화감독 밀로스 포먼의 상상이다. 정작 살리에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영화의 극적 재미를 더하기 위해 만들어 냈다. 감독의 의도는 제대로 먹혔고 사람들은 그의 절규에 감정을 이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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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하늘이시여!

 정의란 도대체 어디 있는가.

 신성한 재능이, 불사의 천재가

 불타는 사랑과 자기희생과 노력과 열정과

 간절한 기도의 보답으로 주어지는 대신

 저 게으른 망나니

 미친놈의 머리통을 비추고 있다---?

 오, 모차르트, 모차르트!"


푸시킨의 희곡『모차르트와 살리에리』1장 신을 원망하는 살리에리의 긴 독백 끝부분이다. 2장에는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잔에 독을 타는 장면이 있다. 푸시킨은 시중에 떠돌던 살리에리의 모차르트 독살설을 이렇게 희곡에 버무려 넣었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영화의 모티브는 여기서 비롯됐다.


살리에리는 오스트리아의 궁정 악장이자 유명 인사였고 재력도 상당했다. 그는 베토벤, 슈베르트, 리스트 등 우리도 잘 아는 위대한 음악가들을 제자로 기른 훌륭한 스승이었다. 돈이 없는 가난한 제자들을 위해 돈을 받지 않고 지도했다. 형편이 어려운 음악가들을 위해 콘서트 수입을 지원했다. 영화와는 사뭇 다른 훌륭한 인품을 가졌다. 살리에리도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다만,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지 않아 우리가 그를 잘 몰랐다.


포장된 신화인가?

모차르트는 3세부터 뛰어난 피아노 연주 실력을 보였다. 6세부터 8세에 걸쳐 유럽 곳곳에 연주 여행을 다녔고, 귀족 후원자들부터 많은 돈과 명성을 얻었다. 두꺼운 천으로 손과 건반을 가린 채 건반 악기를 연주하고 주어진 주제에 따라 즉석에서 곡을 만들었다. 여섯 살 때 미뉴에트를 작곡하고, 아홉 살에 교향곡, 열한 살에 오라토리오, 열두 살에 오페라를 썼다. 우리가 알고 있는 천재 모차르트의 모습이다.       


데이비드 셍크(David Shenk)의 『우리 안의 천재성』과 엔더스 에릭손(K. Anders Ericsson)의 『The Cambridge Handbook of Expertise and Expert Performance』를 보면, 모차르트가 어릴 적에 작곡한 작품을 상세히 분석한 내용이 나온다. 당시에는 조기 교육이 유행하지 않은 시절이라 모차르트의 실력이 또래 아이들보다 수준이 높았다. 그러나 그 놀랄 만한 수준이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데이비드 셍크는 ‘11세부터 16세까지 작곡한 초기 일곱 개의 피아노 콘체르토 작품들은 독창성이 거의 없고, 심지어 모차르트가 썼다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고 말한다. 모차르트가 단숨에 작곡했다는 소문과 달리 그의 초고에는 고친 흔적이 많다. 게다가 어릴 적 그의 작품 멜로디의 80% 정도가 당대의 다른 작곡가를 모방한 것이다.     


이들도 모차르트가 성인이 된 후에 보여준 작곡 실력과 음악적 천재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모차르트는 자신의 천재성을 꽃피우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아버지의 강도 높은 조기교육과 혹독한 지도로 어릴 때부터 피아노 연주와 작곡 공부를 했다. 우리가 아는 천재적 작품들은 모차르트가 성인이 되어서야 나왔다. 걸작으로 통하는 협주곡 9번은 스물한 살 때 완성한 작품이다.


10년, 1만 시간의 법칙

영국의 분자세포 생물학자 네사 캐리(Nessa Carey)는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에서 유전자의 변화에 대해 재밌는 말을 했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누가 감독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색깔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같은 원작이라도 제작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영화가 된다. 그녀는 같은 원작의 DNA라도 누가 어떻게 교육하고 훈련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한다.  


학습과 경험은 신경세포를 활발하게 자극하여 뇌의 원판도 바꾼다. 네덜란드의 의사이자 신경생물학자 디크 스왑(Dick Ferdinand Swaab)의 저서 『우리는 우리 뇌다』에서 따르면, 반복적인 연습과 훈련이 뇌조를 변화시킨다.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습한 바이올리니스트의 뇌 피질의 크기는 보통 사람보다 다섯 배나 커졌다.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신경과학자 다니엘 레비틴(Daniel Levitin) 교수의 연구를 보면,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 지위에 오르려면 적어도 1만 시간 정도의 연습이 필요하다. 이 주장은 엔더스 에릭슨의 이 발표한 '10년의 법칙'으로 증명되면서 유명해졌다. 그 후 저널리스트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이 『아웃라이어』에서 이것을 소개하면서 1만 시간 혹은 10년의 노력은 성공을 보장한다는 말이 됐다.


이만하면 10년이면 강산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뇌도 변한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하루 3시간 한 분야를 10년간 공부하면 10,950시간이 된다. 호기롭게 시작해도 5~6년 동안에는 실력이 크게 늘지 않아 대부분 실망한다. 대략 6~7년 정도가 지나면 실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다. 인내와 노력 없이 이룩한 성과는 없다.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뭘 할 것인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든가 실컷 여행을 가겠다고 할 것이다. 무엇을 하던 열심히 할 거라는 다짐은 같다. 뭔가 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다. 무얼 할까 깨달음이 늦을 뿐이다. 10년 후 어느 날, 오늘을 되돌아보면서 그때 그걸 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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