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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Oct 24. 2022

이제부터 과식(過識)해야겠다. 깨달을 때까지

무식(無食)과 무식(無識), 둘 다 문제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인간을 ‘죽음으로 향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 나이 들고 끝내 죽는다. 생명체는 모두 죽어 자연으로 돌아간다.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도 늙지 않고 영원히 살고자 했다. 불로초를 구하러 천지사방으로 사람을 보냈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노화(aging)의 길을 걷는다. 노화와 죽음은 모든 생명체의 숙명이다. 나이가 들면 근육과 피부의 탄력이 줄고, 얼굴에는 주름이 생긴다. 놀랍게도 노화는 30대에 이미 시작한다. 신체의 장기마다 노화에도 차이가 있다. 뇌, 근육, 뼈 그리고 소화기 순서로 늙기 시작한다. 이 순간에도 우리는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걷고 있다.

    

건강하게 활동하려면 근육량과 근력이 받쳐줘야 한다. 50대가 되면 근육량과 근력이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차츰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어진다. 그러면 노화의 시계는 더 빨라진다. 근육량과 근력 감소를 예방하려면 가능하면 일찍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 땀을 흘린다.


규칙적인 운동은 온몸의 근육을 단단하게 한다. 또 뇌 신경세포(뉴런)를 자극함으로써 뇌의 노화도 방지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젊음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사람은 자기 몸을 끔찍이 아낀다. 어떤 사람은 철마다 몸에 좋다는 보약을 달고 산다. 매일 각종 영양제에다 비타민을 챙겨 먹는 것은 건강하게 오래 살려는 마음 때문이다.


사람은 먹지 않고 살 수 없다. 음식을 먹지 않는 무식(無食)은 육체의 죽음을 부른다. 그래서 사람은 살기 위해 매일 음식을 먹는다. 지식이 없는 무식(無識)은 영혼의 죽음을 재촉한다. 뜻밖에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른다. 열심히 공부해 지식을 쌓아야 영혼이 건강해진다. 운동을 통해 육체의 노화를 늦추듯이 공부를 통해 마음의 노화를 늦춰야 한다.


독서는 유산소 운동, 글쓰기는 무산소 운동

에모리 의과대학 신경외과 교수 산제이 굽타(Sanjay Gupta)는 『늙지 않는 뇌』에서 목적의식을 가지고 뇌를 단련시킬 것을 권유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원봉사를 하고, 학생을 가르치고, 도서관 카드를 갱신하고, 취미활동을 하고, 이웃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정원을 즐겁게 의미 있게 가꾸기 위해 수업에 등록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어야 제대로 몰입할 수 있고, 몰입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안함을 느낀다.  


현대인은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을 걱정한다. 열량이 높은 음식이 넘치는 탓에 자칫하면 과식(過食)하기 쉽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 대사량이 줄기 때문에 소식(小食)하는 것이 좋다. 아는 것이 부족한 소식(小識)은 영혼의 결핍을 초래한다. 사정이 이런 데도 사람들은 소식(小識)에는 무관심하고, 소식(小食)에만 신경을 곤두세운다. 마음을 살찌우기 위해서 과식(過識)해야 할 판이다.


굽타 교수가 추천한 목적의식을 가진 과식(過識)이라면 좋다. 육체 운동을 열심히 하듯 건강한 두뇌를 만들기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마음의 근육 운동에는 규칙적 육체 운동, 적극적인 사회생활, 독서, 글쓰기 등, 종교 활동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독서와 글쓰기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독서는 유산소 운동에 가깝다. 꾸준한 달리기나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심폐 기능을 강화한다. 독서도 쉼 없이 하면 마음의 심폐 기능이 튼튼해진다. 가벼운 복장으로 동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도 좋은 유산소 운동이다. 그렇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공원 벤치에서 책을 읽는 것도 훌륭한 마음의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과 책 읽기는 오랫동안 꾸준히 해야 효과를 본다는 점에서 닮았다.   


글쓰기는 무산소 운동과 비슷하다. 무산소 운동은 역기나 아령 같은 기구를 들고 근육의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글을 쓰는 동안 머릿속에 축적한 지식을 총동원해야 하는 것과 같다. 무산소 운동은 운동 기구가 있는 곳에서 해야 제대로 몰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조용한 곳에서 몰입해야 제대로 된 글이 나온다. 무산소 운동과 글쓰기는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집중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영혼의 피트니스 센터로

마음 근육을 단련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독서와 글쓰기가 특히 효과가 크다. 책을 읽을 때는 머릿속으로 작가가 이야기하는 장면을 그려야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그림을 그리고 이해하려면 한꺼번에 많은 뇌세포를 움직여야 한다. 독서는 많은 뇌 신경세포를 동시에 자극한다. 글쓰기는 읽고 이해한 것을 글로 옮기는 작업이다. 머릿속 지식의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마음 운동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동안 우리 뇌에서는 강한 전기 신호가 흐른다. 동시에 시냅스에서는 각종 신경전달물질이 용솟음친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동안 머릿속에는 즐거움과 행복의 물질이 솟아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 신호와 신경전달물질은 두뇌 곳곳에 스며든다. 영양분을 듬뿍 빨아들인 두뇌 신경세포에서는 새로운 가지들이 쑥쑥 돋아나고 신경회로는 훌륭하게 작동한다.


어릴 적 공부를 잘하지 못한 아이가 책을 가까이하고, 열심히 글을 써 훌륭한 인재가 된 경우가 허다하다. 초등학교 만년 꼴찌의 빈민가 흑인 소년 벤 카슨의 신화가 대표적이다. 그가 존스 홉킨스 병원의 신경외과 과장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는 게 된 결정적인 이유도 독서와 글쓰기에 있다. 중이염으로 청각 기능 이상의 고통을 딛고 세계적 인지과학자가 된 스콧 배리 카우프만도 독서와 글쓰기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우리는 일주일에 몇 번씩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역기를 들고, 트레드밀(treadmill) 위를 달린다. 무산소 운동과 유산소 운동에 열심인 사람들이 정작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일을 등한시한다. 나이가 들어도 책 읽기와 독후감 쓰기를 열심히 하면 뇌는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마음 근육 운동이 습관화되면 뇌 신경세포는 줄지 않는다. 오히려 시냅스의 숫자가 늘고, 뉴런의 가지가 증가해 머리가 더 좋아진다.


햇빛 좋은 날이나 바람 불어 좋은 날에는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자. 그곳은 마음을 키우는 영혼의 피트니스 센터다. 마음이 좋아하는 책을 고르자. 처음부터 어렵고 딱딱한 책은 피하자. 무엇을 하든 마음이 가벼울수록 발을 떼기 쉽다. 글을 읽으면서 멋진 문장을 메모하고, 자신의 느낌을 적어보자. 좋은 글을 읽으면서 자기 생각을 쓰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처음에는 책을 읽어도 글을 써도 마음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실력이나 기술은 불연속적으로 도약하기 때문이다. 10년의 법칙에서 봤듯이 노력한 지 7~8년이 돼서야 실력이 비약적으로 도약한다. 그것을 양자 도약(Quantum Jump)이라 한다. 내가 책을 읽고 글쓰기를 계속하는 까닭은 깨달음의 양자 도약을 위해서다. 언젠가 '앗!!'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 순간을 기대해 본다. 그때까지 읽기와 쓰기는 쭉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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