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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Oct 26. 2022

내가 제일 잘 알아!!


왜 이래? 

내가 제일 잘 알아!!

나는 실패한 적이 없는 

성공의 아이콘이야





지능의 함정

“아니 왜? 저 사람이 뭐가 아쉬워 저린 일을 저질렀을까?”

“그렇게 그렇게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이 어떻게 저런 판단을 내렸지?"

     

사회적 지위가 높고 머리도 명석한 사람이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아. 뛰어난 실력과 세계 최고의 학벌을 가진 유명 정치인이 얼토당토아니한 결정을 내려. 보통 사람은 감히 쳐다볼 수 없는 높은 지위에 있는 분이 야심한 밤에 희귀 망측한 행동을 하기도 해. 조금만 양보하면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는데 끝내 고집을 피우는 일도 많지.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이 ‘욱’하고 불같이 화를 내 사람들이 떠나게 만들기도 해. 


왜 그럴까? 남보다 못 배운 것도 아니고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야. 오히려 더 많이 배웠고 거의 천재에 가까운 머리를 가졌어. 그런데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결정을 내릴까? 또 그런 기괴한 행동을 할까? 의외로 천재들은 너무 똑똑하기에 평균적인 사람보다 실수를 더 많이 해. 그 실수 가운데 어떤 것은 치명적이라 재기불능으로 빠뜨리기도 하지.  

  

인문·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David Robson)은 2020년 1월 출간한 저서 『지능의 함정(The Intelligence Trap)』에서 이 문제를 다뤘어. 그는 똑똑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특정한 종류의 어리석은 생각에 더 쉽게 빠져들 수도 있다고 말해. 그는 세계적 천재 물리학자 폴 프램튼(Paul Howard Frampton)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소개했어.      


폴 프램튼은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물리학과 교수로, 끈 이론과 양자장 이론에 관한 기념비적 논문을 다수 발표한 세계적 물리학자야. 그런 그가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모델 여성과 사랑에 빠졌어. 그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녀의 초청을 받아 볼리비아로 향하지. 그녀의 도착이 늦어져 두 사람의 일정이 엇갈리고, 가방을 벨기에로 가져다 달라는 그녀의 부탁을 받아. 그런데 프램튼은 공항에서 가방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어. 

   

머리가 좋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은 자기 실수를 인정하는데 인색해. 이를테면 실수에서 교훈을 얻거나 타인의 조언을 포용하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말이야. 실수해도 제법 그를 듯한 논쟁으로 자기 논리를 정당화하는 능력이 남보다 뛰어나기 때문이지. 이들은 자신의 견해에 의심하지 않고, 자신이 성공의 신화라는 착각에 빠져들지. '나는 합리적이고, 너는 비합리적이다'라는 편향 맹점(bias blind spot)’에 사로잡히기 쉬운 것이 지능의 함정이야. 


아집이 가져온 천재의 몰락

'내가 제일 잘 알아!!' 내가 최고다.  빼고는 일할 사람이 없어.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는 몰락의 급행열차에 올라탔다고 봐야 해.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이 바뀌고 정보가 쏟아지는 형편에,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혼자서 정보를  분석할  없어. 지위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영역으로 들어서지. 이런 상황에서는 단독 지성으로 감당할  없고,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거야.  

 

맨주먹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을 위한 욕구와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뛰어난 추진력을 지닌 건 분명해. 이들은 자신을 믿고 스스로   있다는 신감을 보여. 강한 신념과 확신으로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이겨내지. 이들은 성공하기까지 더없이 좋은 성품을 가졌지만, 성공 후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나는 해냈고, 내가 하면  된다' 그릇된 소신이 마음속에 자리잡지.  


“머리가 좋다고 해서 다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걸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머리가 아주 좋으면 최고의 선뿐 아니라 최고의 악을 실현할 수도 있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옳은 길로만 간다면, 너무 서두르다가 길을 잃는 사람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 르네 데카르트가 1637년 그의 저서 『방법서설』에서 한 말이야. 데이비드 롭슨은 지능의 함정을 현재적 의미와 가장 가깝게 이해한 사람이라고 데카르트라고 말할 수 있어. 

     

데카르트의 말을 현대적으로 표현하자면,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라는 것이 아닐까? 이런 점에서 성인 공자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재승박덕(才勝薄德)’으로 재주 좋은 사람의 덕이 없음을 경계했어. 또 ‘천재불용(天才不用)’이란 말로 덕(德)이 없이 머리만 좋은 사람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다고 일갈했어. 재주 좋은 사람은 모든 것을 안다는 착각에 빠져 성과를 서두르고 속도 조절하는 법을 몰라.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야.       


그렇게 혼내고는 없었던 일로 하자고?

무수저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지나친 자신감으로 '욱'하는 성향을 보이기 쉽다. 평소에는 침착하다가 한 번씩 성질이 난다. 그때는 아무것도 눈에 뵈는 게 없어. 머리가 하얘지고, 화만 치솟고 아무 말이나 막 쏟아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 이게 도대체 뭔 일일까. 그러고 시간이 지나면 후회가 든다. 차분하게 말하면 될 걸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후회는 잠시뿐이야. 오히려 화를 낼 때는 제대로 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내 말이 맞는데 왜 토를 달까. 괘씸하게 짝이 없어. 지네가 뭘 안다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 내 말대로 하면 될 일이지 뭔 잔소리들이야. 이런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나지. 누구보다 그건 내가 잘 아니까 내 말이 무조건 맞아.  

    

“틀렸다고? 뭔 X소리야? 아니야 내가 틀릴 일이 없어. 다시 한번 제대로 알아봐.”

“전무님!! 자세히 알아봤는데 틀렸답니다!!”

“뭐? 다시 알아봐도 틀렸다고? 알았어. 없었던 일로 해!!”     


높은 분이 한사코 자기가 옳다고 빡빡 우겼어. 그러다가 최종적으로 틀렸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럼 “없었던 일로 해!!”하고 끝내는 거야.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고 사람을 잡아먹을 것처럼 혼을 내던 분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야. 망가진 내 상처와 자존심은 어디서 보상받지? 마음이 찢어져. 남의 가슴을 그리 모질게 후벼 파놓고 어찌 저리 쉽게 잊을까. 참 모시기 힘든 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      


‘욱’하고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내는 상사를 모시는 부하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한두 번은 참는다 해도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견딜 재간이 없어. 가뜩이나 험난한 세상에 고달프기 그지없는데, 상사한테 오만 욕을 먹는다면 그 기분이 오죽할까. 끝내는 상심하고 돌아설 수밖에 없고, 정신이 완전히 황폐해지기 전에 살길을 찾아 떠나야지. 


아이가 너무 똑똑하게 자라면 지능의 함정을 경계해야 해. 아이한테 실패의 교훈을 들려주고, 패자의 아픔을 알게 해야 해.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갖춘 아이는 지능의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줄어들지. 원인 없는 결과는 없듯이, 성인이 되어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몰락하는 것도 어릴 적의 지나친 자신감 때문일 수도 있어. 늘 겸손하고 자기의 오만함을 경계하도록 일찍부터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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