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큐는 만능열쇠가 아니다.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우리 주위를 돌아봐도 어릴 적에 지능지수가 높았던 아이들이 정작 성인이 된 후 평범하게 변한 모습을 많이 보았다. 또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높은 지능지수를 보인다고 해도 그것이 사회적 성취도를 보장하지 않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어릴 적부터 영재라는 칭찬을 받고 자란 탓에 스스로 우쭐하여 노력을 등한시했을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좋은 머리를 믿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경우다. 지능에 관한 최근의 연구 자료들은 성인이 되어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많은 천재가 엄청난 노력파였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게으른 천재는 아무리 IQ가 높더라도 사회적 성취도를 보증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어릴 적 높은 IQ를 자랑하던 아이들이 정작 성인이 되어 사회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물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모든 면에서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건 사실이다. 이때 말하는 능력이 높은 지능지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동료를 설득하는 능력, 윗사람과 소통하는 능력, 업무 처리 능력 등 조직 내에서 자신을 돋보이고 남보다 빠르게 승진하는 개인적 역량이 뛰어남을 뜻한다. 이러한 역량은 터먼의 IQ 테스트에서는 측정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다.
아이큐는 지능검사의 결과이고 그것을 테스트한 문제의 점수에 불과하다. 물론 지능검사는 심리학을 토대로 기억력, 계산력, 추리력 같은 제한적인 특정한 인지 능력을 테스트하는 시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아이큐 점수는 객관적으로 얼마나 검사 내용을 잘 알고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한 개인의 숙달 수준을 나타낸다. 전체 인구 중에서 개인의 순위를 매긴 것이라 볼 수 있다. 아이큐 검사는 개인의 능력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학업을 어느 정도 성취할지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이큐 지표라면 그 아이가 장래에 무얼 할 수 있느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IQ가 높은 학생들이 성적도 높다. IQ 검사 자체가 짧은 시간 동안 문제를 많이 풀도록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IQ가 높은 사람은 적어도 두 가지가 유리하다. 우선 학교 성적도 IQ 검사와 마찬가지로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개의 문제를 푸는 지필 검사로 매겨진다. IQ가 낮은 학생이라도 시간을 충분히 준다면 IQ가 높은 학생만큼 풀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확실히 더 걸린다. 그러니 IQ가 높은 학생들은 같은 시간 동안 시험을 보면 성적을 더 잘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아이큐가 학업 비교를 표준화하여 학업 성취를 비교하는데 매우 뛰어난 지표임은 사실이다. 특정 지역의 학생들이 전국 평균과 비교해서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알려준다. 이것을 바탕으로 미래에 다른 학생들과 비교해서 학업 성적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는 것에는 유용한 지표이다. 학업 성취도가 사람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아이큐만으로 개인의 미래를 예단하거나 미래의 능력까지 판정하는 것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나아가 아이큐나 아이들의 지능은 좋은 환경에서는 얼마든지 발달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넌 머리가 나빠 안 돼
현재의 IQ 테스트는 수학, 논리, 연산 능력에 초점을 맞추는 바람에 측정 범위가 좁다. 타인을 설득하고 타인과 공감하는 사회성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는 내용이 빠져 있다. 또 논리나 연산으로서는 해결되지 않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창의적 역량을 측정하는 내용도 빠져 있다. 스턴버그가 말하는 현실 지능과 창의 지능을 판별할 수 있는 문항이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의 IQ 테스트는 개인의 역량이나 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못하고 특정 범위의 역량만 판정하는 한계를 보인다. 이는 높은 IQ가 높은 사회적 성취도를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데이비드 솅크(David Shenk)에 따르면, 사람의 지능은 태어날 때 결정되면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라면서 계속 변화한다. 지능은 잉태의 순간이나 엄마의 뱃속에서 한번 결정되면 더 이상 개선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계속 발달하는 능력의 집합체에 불과하다. 날 때부터 이미 결정된 지능 같은 것은 없다. 지능과 아이큐 점수는 향상될 수 있다. 성인들 대부분은 IQ 테스트 갖는 낙인효과로 인해 자신의 늦게 발휘되는 천재적인 지적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하는 슬픈 현실에서 살아간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두뇌는 탄생 이후부터 계속 발달한다. 생물학적 두뇌의 발달은 사춘기를 지나서도 계속된다. 수학, 논리, 연산 영역 외에도 인내, 절제, 판단 등 종합적 사고 능력을 좌우하는 두뇌의 앞부분, 전전두엽은 20대 초반에서 20대 중반까지 수초화와 시냅스가 강화된다. 특히 10대 후반에 전전두엽 발달에 따른 인지 능력이 완성되는 여성과 비교해서 남성들은 대개 20대 중반에 종합적 사고 능력이 완성되는 경우가 많다. 늦게 완성되는 전전두엽의 특징을 고려하면, 현재의 IQ 테스트는 종합적 사고능력을 측정할 수 없다는 한계도 갖는다. 인내와 절제, 타인과의 공감 능력 등이 측정 범위에 빠져 있다는 한계를 지닌다.
인간의 두뇌나 지능은 결정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호할 수 있다. 다만 두뇌가 발달하고 지능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아무 노력하지 않는다면 유전적으로 결정된 지능조차 점차 퇴화할 것이다. 상호 소통하고 지적인 대화나 토론이 가능한 환경이 좋다. 대안 없는 비판이나 뒷담화보다 대안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학문이나 이론을 공부하는 것은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주위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종내에는 둔재와 다를 바 없어진다.
현재의 IQ 테스트가 안고 있는 두 번째 문제로는 지능이 늦게 발현되는 아이들에게는 IQ를 측정하는 시점이 빠르다는 점이다. 두뇌 뉴런의 발달 속도는 개인 간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어떤 아이들의 수학, 논리, 연산을 관장하는 뉴런들은 일찍 발현되고 예외적으로 이 부분의 발달이 더딘 아이들도 있다. IQ 테스트의 측정 범위가 좁은 것도 문제지만, 이들 뉴런의 발현 시점이 늦은 아이로서는 IQ 측정 시점이 빠름으로 인해 측정 시점의 IQ가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사춘기를 지나 측정하면 지능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는 아이들에게 머리가 좋지 않다는 낙인을 찍을 위험성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