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의 칭찬과 한 번의 비난
“이봐 김 과장. 평소 잘하더니 이건 왜 이래? 이번 보고서는 영 실망이야!!”라고 부장님이 말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나쁜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크게 혼을 낸다.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다. ‘이거 이러다가 부장님 눈 밖에 나는 건 아닌가?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잘해오다가 왜 이번에 이런 실수를 했지? 이거 큰일 났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뒤덮는다. 밤에 잠도 못 자고 밥맛도 싹 없어졌다.
사람들은 아무리 칭찬을 많이 들어도 단 한 번의 비난에 무너진다. 상사로부터 10번 칭찬을 받는 것보다 한 번 질책을 받는 것이 더 크게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가슴속에 깊은 상처가 되어 두고 문제를 일으킨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지도자, 특히 도덕적으로 존경받는 지도자가 한 번의 실수가 불러온 비난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의 존경과 칭찬을 받은 사람일수록 상처는 오래가고 깊게 남는다.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서면 마음은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는데도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대개 사람들은 기쁜 일보다 나쁘고 부정적인 일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오래 의기소침해진다. 이러한 현상을 존 티어니(John Tierny)와 로이 F. 바우마이스터(Roy F. Baumeister)는 저서 『부정성 편향(The Power of Bad』에서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라고 표현했다. 어른들도 이 정도인데 아이들은 훨씬 더 할 것이다.
우리는 긍정적인 사건이나 정서보다 부정적인 사건이나 정서에 더 강한 영향을 받는다. 칭찬받을 때 우리는 기뻐하긴 하지만 비판받을 때 받는 충격만큼 느낌이 크지 않다. 10번 칭찬하기보다 1번 비난하지 않는 것이 낫다. 특히 아직 마음이 다 자라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더 그렇다. 단 한 번의 비난에도 아이는 크게 상처받는다.
파충류의 생존 본능이 만든 부정성 편향
우리 머릿속 한구석에는 ‘부정성의 편향’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은 위기 상황이나 다급한 일이 생길 때,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부정성 편향도 따지고 보면,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본능적 심리다.
대뇌 생리학자 폴 맥클린이 주장한 ‘두뇌 삼 층 구조’ 이론에 따르면, 우리 머릿속에 가장 먼저 자리한 파충류의 뇌는 생존 본능을 담당한다. 파충류의 뇌는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우호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야 위험한 정글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뱀은 주위에 바스락하는 소리가 나면 사람이나 동물 같은 적으로 간주한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공격할 것인가 도망할 것인가를 본능에 따라 판단한다. 사실 그 소리가 바람 소리일 확률이 높지만 일단 적으로 간주하고 빠르게 대응하는 편이 뱀의 생존에는 유리하다. 비록 헛된 힘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혹시 모를 위험에 빠르게 대처한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기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본능이 생겨난 것이다.
이러한 우리 머릿속 진화의 흔적이 현상을 볼 때,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부정성 편향’을 낳은 것이다. 우리는 선하고 좋은 소식보다 나쁘고 악한 기사에 눈길을 더 준다. 선한 댓글을 읽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보다 나쁜 댓글 하나에 더 크게 상심한다. 지금처럼 온라인 네트워크가 발달한 현실에서 온라인의 잘못된 소문 하나가 착한 회사를 뒤흔들거나 유명 연예인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는 부정성 효과 때문이다.
“강의 범람이 흙을 파서 밭을 일구듯이, 병은 모든 사람의 마음을 파서 갈아준다. 병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것을 견디는 사람은 더 깊고, 더 강하고 더 크게 거듭난다.‘라는 스위스의 사상가 카를 힐티(Carl Hilty)의 말을 인용하자. 마음의 병을 이겨내면 마음은 더 단단해지고 강해진다. 상처 많은 강이 깊고 넓게 흐른다. 뱀의 뇌가 휘두르는 ’부정성 편향‘을 극복하고 인간의 뇌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확신할 때다. 그래야 나쁜 소식, 나쁜 일, 나쁜 지도자, 나쁜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지 않는다.
우리 머리에는 천억 개의 뉴런이 있다. 그 끝의 시냅스 숫자는 150조 개가 넘는다. 아동기 때는 시냅스의 숫자가 더 많다. 아직 시냅스의 가지치기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뇌 신경회로에도 안착하지 못했다. 이런 상화에서 아이를 비난하면 아이의 신경회로는 폭탄 맞은 것처럼 부서진다. 시냅스가 통째로 사라질 수도 있다. 더구나 이성과 사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성숙하려면 한참이나 멀었다. 그들의 뇌는 세심하게 보호받아야 한다.
아직 아이들의 정신은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 뇌 신경회로는 섬세하고 연약하다. 자칫하면 신경회로의 연결이 끊어지고 헝클어진다. 신경회로를 굳건히 하려면 세심하게 배려하고 격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과민하게 보호할 필요는 없다. 아이의 뇌는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갖고 있다.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방향을 잘 인도하면 된다. 가능하면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을 삼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