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nry Dec 10. 2022

리더 혼자 할 수 없다. 나폴레옹과 한고조(漢高祖)유방

참모를 떠나보낸 나폴레옹의 몰락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출처: 위키피디아


나폴레옹(Napoleon Bonaparte, 1769~ 1821)을 무너뜨린 마지막 결정타는 워털루 전투의 패배다.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군은 프로이센, 영국, 네덜란드 연합군에 처참하게 패했다. 이전에도 없고, 이후에도 없는 전쟁의 ‘천재’라 칭송받던 나폴레옹이 졌다.     

      

빅토르 위고는 워털루 전투를 역사상 가장 이상한 전쟁이라고 평가했다. 나폴레옹과 웰링턴, 두 사람의 성격과 스타일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위고는 두 사람이 적대적인 상대가 아니라 상반되는 상대라고 했다. 신이 일찍이 이보다 더 강렬한 대비와 더 놀라운 대결을 만들어낸 적이 없었다고 감탄했다. 워털루 전투에서 전쟁의 천재인 나폴레옹이 당시 영국 육군 최고 지휘관이자 치밀한 계산가(計算家) 웰링턴(Sir Arthur Wellesley, 1769~1852)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양쪽 다 누군가를 기다렸다. 나폴레옹은 자신의 휘하 장군을 기다렸나 그는 끝내 오지 않았다. 나폴레옹의 참모는 다른 장소의 전투에서 발목이 묶이는 바람에 워털루 전투에 합류하지 못했다. 반면에, 웰링턴은 연합군의 장군을 기다렸다. 마침내 그가 왔고 전세는 역전됐다. 워털루 전투는 유능한 참모를 두지 못한 나폴레옹의 패배로 끝났다. 그 후 나폴레옹은 대서양의 외딴섬 세인트 헬레나로 유폐되었다가 그곳에서 죽었다.         


조르주 보르도노브(George Bordonove)의 『나폴레옹 평전』은 당시 상황을 잘 묘사했다. 정말이지 엄청난 위세로 순식간에 30만 명의 군사를 모았다. 국민방위군 17만 명과 많은 하사관이 참여했다. 소총과 군수품, 포병대, 장비들도 충원되었다. 기마대 구성도 순조로웠다. 그런데 참모부가 빈약했다. 유능한 장군들은 이미 죽었다. 네이 장군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나폴레옹 황제를 따르려 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나마 참모부 내부에서조차 배신자들이 있었다.          


황제가 되기 전부터 나폴레옹은 창의적인 부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략이 뛰어나고 보는 눈이 예리한 참모들을 싫어했다. ‘네가 전쟁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아?’라는 심리가 발동했다. 유능한 참모들의 말을 듣기 싫어했다. 자연히 젊은 엘리트 장교들이 그의 곁을 떠났다. 워털루 전투의 실질적인 야전 지휘관이 되는 네이 원수(元帥)의 건의마저 묵살하고 면박주었다. 이렇게 측근마저 무시하니 곁에 유능한 참모가 남아 있을 리 없다.             


황제가 된 후 권력에 도취한 그는 정치적 균형을 잃었다. 자신만이 정의롭고 유능하다고 믿고, 타인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독재자가 걸었던 몰락의 길을 걸어갔다. 흙수저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공이 오직 자기 능력이라고만 생각한다. 자신이 시대를 잘 만난 환경을 무시한 것이다. 자신은 뭐든 할 수 있다는 신념에 사로잡혔다. 그는 황제가 되자 유능한 참모를 멀리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전쟁의 신이라 칭송받던 나폴레옹은 자기 말을 알아듣고 따를 참모가 없었다.


참모를 잘 거느린 한고조(漢高祖) 유방의 성공     

한고조 유방 ttps://www.dotomari.com/1075


중국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가 멸망의 길로 접어들었다. 전국의 영웅들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들썩였다. 그중에 항우(項羽, 기원전 232년~기원전 202년)와 유방(劉邦, 기원전 247~기원전 195)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천하 패권을 다툰 두 사람은 출신 성분과 성향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항우는 초나라의 명문 귀족 출신으로 힘과 지략이 뛰어난 장수다. 유방은 시골의 가난한 집안 자손이었다. 한마디로 금수저 항우와 무수저 유방의 한판 대결이 역사의 흐름을 갈랐다.     

 

천하를 둘러싼 항우와 유방의 다툼은 중국 고대 역사소설 『초한지(楚漢誌)』로도 널리 알려졌다. 최후의 승자는 깡촌 출신의 흙수저인 유방이다. 유방은 항우처럼 영웅적인 개인으로 싸움을 한 것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조직적으로 싸움을 했다. 단독 지성의 항우를 집단 지성의 유방이 이기고 천하를 차지한 것이다.           


초기에 항우의 기세는 유방을 압도하고 남았다. 기세등등하던 항우는 마지막 전투에서 유방에게 패하고 말았다. 그 이유 가운데 참모를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 차이로 보는 사람이 많다. 항우는 자신이 제일 뛰어나다는 우월감에 사로잡혔다. 전쟁이 최고조로 향하던 시점에 특급 참모 범증(范增)을 내쳤다. 반면, 유방은 친절하고 유들유들했고, 참모들 끝까지 끌어안았다. 그는 장량, 소하, 한신 같은 뛰어난 참모들과 함께 천하 패권을 도모했다.              


두 사람은 성격도 아주 달랐다. 거친 태도를 보인 항우와 달리, 유방은 부드럽게 많은 사람을 포용했다. 유방은 별 볼 일 없는 자들도 스스럼없이 대했다. 소탈한 성격의 유방에게 지략가들이 모여들었다. 유방은 항우가 가지 못한 부드러움과 넓은 아량을 가졌다. 이것이 거의 모든 면에서 항우보다 열세였던 그가 항우를 꺾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신하들은 한결같이 유방이 항우보다 역량이 뛰어나 패권을 잡았다고 아부했다.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대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 나는 장량처럼 교묘한 책략을 쓸 줄 모른다. 소하처럼 행정을 잘 살피고 군량을 제때 보급할 줄도 모른다. 또 병사들을 이끌고 싸움에서 이기는 일에 있어서는 한신을 따를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세 사람을 제대로 쓸 줄 알았다. 항우는 단 한 사람, 범증조차 제대로 품지 못했다. 이것이 내가 천하를 잡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다.“          


참모들을 아끼는 유방의 마음에 신하들은 감동했다. 그런 유방도 황제가 된 이후에는 걸림돌이 될 만한 참모들을 하나하나 제거했다. 권력을 장악하기 위해 이제는 참모들을 없애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천하의 권력을 잡고 난 후의 일이다. 그전까지는 철저히 발톱을 숨긴 것이다. 얼마나 무섭고 잔인한 인물인지 마지막에 본색을 드러냈다. 어땠든 유방과 장량의 관계는 유능한 부하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게 한 훌륭한 본보기로 지금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리더 혼자 할 수 없다.

유방과 나폴레옹은 모두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절대권력을 잡았다. 유방은 기원전 200년 전의 봉건적 유교 사회에서 왕권을 잡았다. 이에 반해, 나폴레옹은 공화정을 준비하는 1800년대 초반에 권력을 잡았다. 이들은 흙수저로서 권력을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두 사람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그것을 참모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로 분석해봤다.


두 사람의 능력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 사이에는 무려 2,000년이라는 세월의 간극이 있다. 유교 문화가 지배하는 왕권 국가 중국과 르네상스 이후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프랑스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만, 참모를 어떻게 거느리냐의 문제만 높고 보는 것이 좋다. 이 지점에서 두 사람의 지도력에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나폴레옹은 누구나 인정하는 불세출의 영웅이다. 전쟁의 신이라 불릴 정도로 싸워 패한 적이 없다. 그런 그도 워털루 전투에서 패배했다. 많은 역사가가 그의 패인을 분석했고, 시대적 상황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음을 밝혔다. 그의 패인을 분석한 글들을 읽어보면, 공통으로 발견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그가 말년에 젊고 똑똑한 장교들을 멀리했다는 사실이다. 그것이 나폴레옹의 패배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꽤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고조 유방은 참모를 잘 다루었다. 그가 천하를 통일할 때까지 참모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그의 참모들인 한신, 소하, 장량의 직언을 잘 받아들였다. 대장군 한신이 바른말을 하고, 소하와 장량이 쓴소리해도 끝내 의견을 존중했다. 처음에는 그도 불같이 화를 내다가도 그들의 조언에 따라 행동했다. 그리고 마침내 유방도 천하를 통일하고 절대권력을 그의 손에 움켜쥐었다. 


리더 혼자 똑똑하다고 성공할 수 없다. 반드시 유능한 참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리더의 능력만으로도 어느 정도까지 조직을 키울 수 있다. 차츰 조직 규모가 커지고 업무가 많아지면 리더 단독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하기 힘든 순간이 온다. 늦어도 이때부터는 곁에 훌륭한 참모를 둬야 한다. 리더가 바빠서 놓치거나 보지 못하는 것을 보완하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현대 경영에서도 마찬가지다. CEO 옆에는 때론 과감하게 직언도 하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참모가 있어야 한다. 처리해야 할 업무와 넘쳐나는 정보는 한 사람의 지성만으로 효율적으로 처리할 단계를 넘었다. 단독지성도 중요하지만, 집단지성을 잘 활용하는 것이 유능한 CEO의 자질이다. 곁에 유능한 참모가 있고 없고는 CEO의 성공 여부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작가의 이전글 바보같은 놈, 1미터 앞에 금광이 있을 줄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