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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10. 2022

1. 대학의 위기 이야기를 시작하며

‘시선 1’ 대학 이야기를 시작하며

대학이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지만, 위기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자 사람들의 평도 나뉜다. 이참에 몇 개 대학을 남기고 다 없애야 한다는 격한 주장도 있다. 반면에, 대학이 망하면 가뜩이나 인구가 줄어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은 큰 타격을 입는다는 반박도 나온다.  


대학은 정원 감축이네, 구조조정이네 해서 살풍경한 분위기다. 학생을 잘 가르치고 훌륭한 인재를 키우기도 바쁜데, 당장 살아남기 위해 마음 졸여야 할 형편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현재 대학이 처한 형편이다. 하긴 대학이라고 다 악조건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혹한의 한파가 몰아치는 곳은 대부분 지방 소재 대학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서울 소재 대학과 기타 대학으로 구분해야 한다. 수도권의 사전적 의미는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와 경기도 지역이다. 그러나 대학을 선택할 때는 서울 제외한 지역은 우선 선택 대상에서 빠지는 것이 현실이다. 흔히 말하는 수도권 대학은 서울 소재 대학 외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첨단 기술의 발달이 불러올 교육 방식의 변화는 서울 시내 대학이라고 강 건넌 불구경할 일은 아니다.  


현재 대학이 위기에 처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겉으로 드러난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입학자원 감소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 입학자원이 증가할 일이 없다. 이것은 학생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대학으로서는 생존과 직결된 위험 요인이다. 


입학자원 감소 현상도 잘 뜯어보면, 인구의 자연 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감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첨단 기술을 익히거나 구글이나 MS 같은 기업에 바로 입사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자연적 대학 입학자원 감소와 별도로 사회적 대학 입학자원 감소가 일어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사회로 진출하는 사람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첨단 기술의 발달도 대학의 위기를 부추긴다. 대학이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강의실에서 대면하는 학습하는 방식이 여전히 대세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어쩔 수 없이 비대면 강의를 진행했다. 비대면 강의의 학습 효과를 두고 논란이 많다. 그렇지만 온라인 기반의 비대면 강의도 점차 기반을 잡아갈 것이다. 

    

위기는 우리나라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학 강국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형태의 교육기관이 캠퍼스 중심의 대학의 허점을 파고든다. 덩치 큰 대학은 첨단 네트워크 기술을 적용하기에는 동작이 굼뜨다. 허점을 파고든 새로운 교육기관이 등장했다. 100% 온라인으로 강의하는 미네르바(Minerva)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세계 최고의 IT 기업들은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교육을 마치면 단기 학위(micro degree)까지 수여한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첨단 기술은 수확 체증의 법칙을 따른다. 신기술이 한 번 탄생하면 그다음 기술의 탄생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는 뜻이다. IT, 네트워크, AI, IOT 등 기술 혁신은 다음 기술 혁신까지의 속도를 반으로 단축한다. 도약과 도약의 기간이 짧아지고, 도약의 폭도 커진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조차도 어지럽다고 말할 정도니, 일반인이야 더할 말이 없다.      


신기술의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은 지식 공유의 장(場인) 대학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음을 뜻한다. 지금까지 대학은 지식과 학문을 습득하는 플랫폼 기능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러나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은 이 기능을 온전히 대학에 넘겨주지 않는다. 그들 자신이 지식과 학문을 공유하는 네트워크 기능을 수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로 등장한 것인 미네르바 대학이고 구글의 사내 대학이다.      


역사상 경험한 대학 위기 살펴보기 

역사상 경험한 대학의 위기와 그 결과를 시리즈로 살펴보려 한다. 지식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대학이 어떤 위기를 경험했는지 분석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은 크게 두 번의 위기를 경험한 것으로 파악한다. 현재 직면한 대학의 문제를 세 번째 위기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위기는 막강한 권한과 지위를 부여받았던 중세 대학의 자치권이 왕권으로 귀속되면서 시작되었다. 대학의 면책 특권이 사라지고,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면서 중세 대학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중세의 몰락과 함께 중세 대학도 지위를 상실한 것이다. 대학 역사상 최초의 위기가 닥쳤고 중세 대학은 차례로 붕괴했다. 


두 번째 위기는 히틀러 정권하의 독일 대학의 위기와 몰락이다. 중세 대학 이후 독일은 국가 주도로 설립된 학문과 토론 중심의 대학을 설립했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가만 해도, 연구와 교육의 중심으로서 독일의 대학은 막강한 지위를 누렸다. 이러한 독일 대학의 위세도 히틀러 정권이 들어서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았고 한때 몰락의 길을 걸었다. 


독일 대학이 경험한 위기는 정치 체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첫 번째 위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지금 우리가 맞이한 위기가 대학 교육의 근본적 변화에 따른 것이다. 중세 대학의 위기와 현재 우리가 직면한 대학의 위기가 비슷한 성격이라 할 수 있다. 분석의 편의를 위해 필자가 두 번째로 독일 대학의 위기를 들었다. 성격으로만 보면 첫 번째와 세 번째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당면한 대학의 위기는 일부 국가의 문제에 국한 것은 아니다. 시대적 흐름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어떤 대학이 몰락하고 어떤 대학이 살아남을지는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에 달렸다.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하고 그것에 잘 편승하면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지 못한 대학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다. 


그렇다고 대학이 느끼는 위기의 강도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명문대학은 교육 패러다임 변화 같은 거대한 흐름에 관심을 둘 것이다. 반면에, 규모가 작은 대학이나 지방 소재 대학은 당장의 생존이 더 절박하다. 이들 대학은 중장기적인 교육 플랫폼의 변화도 준비해야 하지만, 한 해의 입시도 걱정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대학을 둘러싼 위기와 극복 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글을 시리즈로 쓸 계획이다. 시리즈 제목을 대학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이라는 의미에서 ‘시선’으로 정했다. ‘시선 1’에서는 대학의 위기를 주로 살펴보고, 대학 교육의 공공성 여부를 따져보려 한다. 대학 교육이 공공성을 지닌다면 국가가 적극적으로 대학 교육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학은 정부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홀로 서야 할 것이다. 


교육은 워낙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영역이라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토론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해서 글을 쓴다. 대학의 기원과 역사에 관해서는 연세대학교 허준 교수가 쓴 『대학의 과거와 미래』(연세대학교 대학출판문화원, 2020)의 내용을 많이 참고했다. 허 교수의 저서에서 대학의 과거와 미래를 잘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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