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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07. 2022

잠이 보약이다.

생체 시계가 빨라졌다.

요즘 들어 잠자는 시간이 빨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2시를 넘기기가 예사였고, 새벽 1시나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최근에는 밤 10시면 잠이 쏟아진다. 조금 피곤한 날이면 9시부터 졸기 시작한다. 왜 그럴까? 나도 나이가 드는 걸까? 그거야 당연한 일이니 그리 슬퍼하거나 노할 일도 아니다.    


https://www.sleepmed.or.kr/content/info/sleeptime.html

  

곰곰이 생각하니 내 수면 리듬은 우주의 질서와 함께한다. 뭐라고? 내 수면 시간이 빨라진 걸 거창하게 우주의 질서와 연결한다고 놀릴지도 모르겠다. 내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생체 시계(生體時計, biological clock)는 지구의 자전의 영향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구의 자전과 생체 시계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오늘 글을 시작하자.      


우주 공간 속에서 태양 주변을 떠다니고 있던 물질끼리 서로 중력으로 끌어당겨 몇 개의 작은 덩어리를 만든다. 그 덩어리들끼리 충돌과 합체를 반복하면서 서서히 커다란 바윗덩어리가 된다. 그렇게 해서 긴 시간이 지나면서 행성이 만들어진다. 46역 년 전에 태양이 만들어지고 그 이후 약 1억 년 동안 물질의 덩어리들이 뭉쳐져 지구가 탄생했다.       


물질과 물질이 부딪힐 때 정확하게 중심끼리 부딪치면 회전하지 않는다. 바위와 바위가 부딪칠 때 정확하게 중심끼리 부딪치면 큰 바위가 만들어지긴 하지만 돌지 않는다. 우주 공간에서 물질과 물질, 혹은 바위와 바위가 정확히 중심끼리 부딪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빙그르르 돌게 된다. 우주 공간에는 움직임을 제어하는 마찰이 없다. 그래서 영원히 하루에 한 번씩 회전한다는 것이 일본의 저명한 우주 물리학자 마쓰바라 다카히코(松原 隆彦)의 설명이다.      

  

우리는 지구가 왜 하루에 한 번 회전하는지 알았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매일 한 바퀴씩 서쪽에서 동쪽으로 자전한다. 그 속도는 시속 약 1,300km에 달한다. 생각보다 꽤 빠른 속도다. 이에 따라 우리는 매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것을 본다. 그렇게 낮과 밤이 바뀌는 것이다. 지구의 자전이라는 물리적 현상이 우리 뇌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우리 뇌 깊숙한 곳에 생체 시계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빨간색의 송과선 출처 : 위키백과



우리의 뇌 속에는 송과선(松果腺), 솔방울샘, 또는 송과체(松果體)라 불리는 작은 내분비 기관이 있다. 이 기관은 잠을 자게 해주는 멜라토닌을 만들어낸다. 멜라토닌 호르몬은 수면을 조절한다. 멜라토닌은 밤에 많이 분비되어 잠을 유도하고, 해가 뜰 때면 분비량이 줄어 잠에서 깬다. 멜라토닌 분비에 이상이 생기면 잠을 못 자거나 잠자는 시간이 헝클어진다. 우리 몸의 생체 시계가 고장 고장 난 것이다.

   

생체 시계는 모든 생명체의 생체 리듬을 관리한다. 출생 및 사망, 수명, 행동, 생리, 세포 분열, 생화학적 반응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체 시계는 환경 변화를 몸 상태를 맞추고, 이에 적응하게 하는 장점이 있다. 지구의 자전 운동과 태양의 빛이 밤과 낮을 바꿈으로써 우리의 생체 시계를 조절하고 있는 셈이다.

 

잠이 보약이다.

멜라토닌은 어두운 밤에는 분비가 증가하여 잠잘 시간임을 알려준다. 멜라토닌이 잘 분비되면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솟아오르는 태양은 우리 뇌의 멜라토닌 분비를 줄인다. 잠에서 깨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라고 한다. 생체 시계의 멜라토닌은 숙면을 취하게 하고 몸의 여러 장기가 쉴 때와 일할 때를 구분해준다.      


푹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개운하고 활력이 넘친다. 숙면하면 낮 동안 부지런히 움직였던 뇌와 다른 신체 기관들도 휴식을 취한다. 잠자는 동안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음 날을 위해 기운을 차린다. 충분한 잠은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하고 신체의 면역성을 키운다. 그 외에도 질병과 비만, 우울증을 예방하며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틀린 게 없다.      


나이가 들면서 생체 시계도 말썽을 부린다. 인체의 모든 기관이 다 그렇듯, 세월 이길 장사가 없다. 생체 시계가 빨라진다. 한밤중에 나와야 할 멜라토닌이 초저녁부터 나와 일찍 잠든다. 동이 틀려면 한참이나 남았는데 멜라토닌이 줄어들어 잠에서 깬다. 초저녁이면 잠이 쏟아지고 새벽잠이 없어지는 일이 일어난다. 게다가 너무 일찍 잠든 탓에 12시가 되기 전에 깨기라도 하면 낭패도 큰 낭패다.

   

한밤중에 깨어 다시 잠들 수 없다면 큰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때 습관적으로 스마트 폰을 보면 잠은 더 멀리 달아난다. 다음날 종일 해롱거리며 몽롱한 상태가 된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다음 날까지 영향을 받는 것은 생체 시계의 고장으로 멜라토닌이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몸이 휴식을 취하지 못한다. 특히 뇌가 쉬지 못하면 여러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 뇌의 무게는 몸무게의 2.2%에 불과하지만, 매일 섭취하는 에너지의 약 20~25%를 사용한다. 덩치는 작은데 엄청나게 에너지를 먹어 치우는 대식가다. 잠을 제대로 자야 두뇌도 휴식한다. 밤에도 뇌가 에너지를 소모하면, 기억력이 떨어지고 기분까지 우울해진다. 심지어 혈당 조절도 잘 안되는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술을 마시면 숙면을 취한다?

노화가 원인이든, 아니면 스트레스가 원인이든, 고장 난 시계를 고칠 때까지는 고쳐 써야 한다. 우선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수면 주기가 1시간 이상 벗어나면 불규칙한 수면 패턴이 형성될 수 있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과 함께 식단관리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어쨌든 꿀잠을 자려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하긴 젊은 사람들 가운데도 수명장애가 많은 걸 보면 꼭 나이만 탓할 건 아니다.      

요즘 내 생체 시계가 빨라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원인을 따져봤다. 워낙 커피를 좋아해 하루에 최소 5~6잔 마시니 그 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카페인이 낮에는 집중력을 높여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밤까지 친절하게 각성시켜주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까지도 그렇게 마셨는데 수면 리듬에 문제가 없었던 걸 보면 꼭 그런 것은 아닐 것 같다. 


낮 동안 머리 쓰는 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것도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고 보면 그것도 하나의 원인이라 해도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1주일에 2~3일은 피트니스 센터에서 운동한다. 출퇴근할 때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그걸로 봐서는 운동 부족이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술자리가 있지만, 그것 말고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재밌는 현상을 하나 발견했다. 술을 마신 날이면 숙면을 취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다음 날에는 해독하는 데 지장이 있긴 하다. 적당히 기분 좋은 정도로 술을 마시면 숙면도 취하고 몸도 개운하고 금상첨화다. 그런데 적당한 수준을 알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그것을 알아내 가끔 '혼술'을 즐기면서도 슬기롭게 나이 드는 법을 배워야 한다.  


술이 잠을 유도한다고 매일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계로 오래 사용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하물며 사람 몸이야 기계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비싼 자동차일수록 자주 쓸고, 닦고, 기름칠하고, 조인다. 누구나 관리에 철저하다. 우리 몸의 소중함이야 세상 어떤 자동차에 비할 바가 아니다. 평소 철저한 관리가 중요하다. 그래야 세상에 둘도 없는 값비싼 보약을 매일 밤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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