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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07. 2022

사랑하라! 사랑하기 위해서 상처받는 것이므로..

사랑하기 위해서 상처받는다. 

덤블 속에 가시가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꽃을 더듬는 내 손 거두지 않는다.
덤불 속의 모든 꽃이 아름답진 않겠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꽃의 향기조차 맡을 수 없기에


꽃을 꺾기 위해서 가시에 찔리듯
사랑을 얻기 위해 내 영혼의 상처를 견뎌낸다.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므로


https://pixabay.com/ko/photos/

   

프랑스의 여류 소설가 조르주 상드(George Sand, 1804~1876)의 시 '상처'다. 1804년 7월 1일 귀족인 아버지와 평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의 원래 이름은 오로르 뒤팽(Lucile-Aurore Dupin)이다.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 조르주 상드라는 남성적인 이름의 필명을 본명처럼 사용했다. 16세에 결혼하지만 오래지 않아 별거한다. 그리고 두 아이를 데리고 파리로 돌아와 『피가로』의 기자로 일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조르주 상드는 초기에 당시 프랑스의 관습을 비판하였다. 자연스레 여성의 자유연애를 주제로 하는 연애소설을 주로 썼다. 그러다가 점차 사회소설로 방향을 전환했다가 자연주의 경향의 작품으로 옮겨갔다. 말년에 파리 상류사회의 연애담을 작품으로 남겼다.     


그녀는 남장을 한 채 파리 사교계를 출입했다. 작품과 애인은 다다익선이라 말한 그녀는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 음악가 프레데릭 쇼팽 등 당대 최고의 유명 연하 남성들과 염문을 뿌렸다. 화가 들라크루아, 소설가 플로베르와의 우정도 당시에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녀는 평생 약 2,000명의 사람과 우정을 나눴다. 그 가운데는 연인도 있었다.     


그녀는 평생 사회적 관습을 무시하고 조롱했다. 남녀평등을 주장하면서 자유분방한 연애를 실천했다. 자연히 그녀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그녀의 문학사적 의미는 높이 평가받지만. 그런 그녀도 시인 쇼팽의 뮤즈이자 연인으로 순애보를 바친 것이다. 쇼팽의 음악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가 이때였다고 하니 그녀도 순정을 가진 여인이었음을 짐작게 한다.      


조르주 상드가 살았던 프랑스는 대혁명의 시기였다. 1789년 일어난 시민혁명은 왕정을 폐지하고 제1 공화정을 수립했다. 그 이후 제 3공화정이 성립하는 1870년까지 프랑스는 제 1제국과 제 2제국의 성립, 카페 왕조의 부활, 제2공화정의 성립 등 몇 차례 역사의 급류에 휩쓸렸다. 그녀는 역사의 부침을 온몸으로 체험했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참 많은 사람이 인용하고 좋아하는 구절이다. 알프레드 디 수자(Alfred D'Souza )의 글이라고 하지만 그녀 또한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초 누가 이렇게 말했는지 알 수 없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곁가지에 불과하다.     

산다는 건 늘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다. 부모를, 배우자를, 연인을, 아이를 사랑하는 일이다. 친구를 사랑하고, 동료를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을 멈추는 순간이 우리 삶의 마지막 날이다. 그러니 조르주 상드와 알프레드 디 수자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사랑하며 살아가야 한다.     


진화 과정에서 인류가 익힌 감정에서 제일 잘한 것 중 하나가 사랑이다.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노래한 시는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다. 사랑은 인간의 인지 혁명이 성공한 이후부터 줄곤 우리를 전율케 하는 심오한 주제다. 새삼 그걸 논하는 건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

릴케(Rainer Maria Rilke(1875~1926)는 진정한 사람의 기쁨은 고독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릴케는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는 시에서 사람의 감정을 표현했다.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제대로 느껴본 사람의 고백으로 들린다. 이 시를 릴케가 직접 쓴 것인지 아닌지는 약간의 논란이 있다. 많은 시집에서 그가 쓴 것으로 나오니까 받아들여도 좋겠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야 한다

사랑이라고 불리는 그것

두 사람의 것이라고 보이는 그것은 사실

홀로 따로따로 있어야만 비로소 충분히 전개되어

마침내는 완성되는 것이기에     

사랑이 오직 자기감정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은

사랑이 자기를 연마하는 일과가 되네

서로에게 부담스러운 짐이 되지 않으며

그 거리에서 끊임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

사람이 겪으려 하지 말고

오로지 혼자가 되어라



루 살로메


22살의 릴케는 열네 살 연상의 여인 루 살로메(Lou Andreas-Salomé, 1861~1937)에 보자마자 격정에 사로잡혔다. 독일의 작가이자 정신분석학자인 그녀는 이미 당대 최고 지식인과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북돋워 주는 뮤즈로 유명했다.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대학교육까지 받았고, 뛰어난 미모 덕분에 세계적 지성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그녀는 니체와 프로이트, 융, 바그너 등 유명한 철학·예술가들과 구애를 거절했다. 그 밖에도 세술 없이 많은 유럽의 지성들이 그녀에게 고백하고, 심지어 그녀를 숭배했다.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파멸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녀는 니체와 프로이트 등 세기의 천재들이 두려워한 뛰어난 지성을 가졌다. 그녀는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팜 파탈'의 전설로 남았다. 


그런 루 살로메도 열정적인 청년 시인의 감성에 매료됐다. 두 사람은 금세 가까워졌고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첫 만남 이후 두 달쯤 지나 릴케와 루는 뮌헨 교외의 숲속 방갈로 한 채를 빌렸다. 그들은 꿈같은 한 달을 보냈다. 빵과 채소와 달걀 등으로 최소한의 식사만 한 뒤 나머지 시간은 사랑을 나누고 풀밭을 거닐며 시와 인생을 얘기했다. 두 사람도 끝내 이별했지만, 살로메와의 함께한 시간 동안 릴케는 폭포수처럼 걸작들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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