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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08. 2022

사랑도 맛있네요. 숙성과 발효의 미학

긍정적인 생각과 긍정적인 마음

세상살이는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힘든 일을 실제보다 더 힘들게 느낄 수 있다. 슬픈 일을 남보다 더 슬프게 느낄 수 있다. 반대로 실제보다 덜 심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마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마음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인체 내 물질의 흐름이 만든다.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흐름을 잘 조절하면 좋은 마음이 된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자극에 예민하지 않은 사람의 신경전달물질의 농도가 안정적이다. 그래서 쉽게 흥분하거나 심리적으로 동요하지 않는다. 순수한 마음에 가까우면 마음이 편안하고 물질도 동요하지 않는다.  


타인의 말이나 평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사소한 자극에도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급격하게 변한다. 그렇게 되면 쉽게 흥분하고 마음이 무너진다. 몸도 망가지고 신체의 균형도 흔들린다. 체질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뇌 속의 물질이 문제를 일으키고 요동을 친다. 마음이 안정될 수 없다.


긍정적인 생각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긍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인 마음을 만든다.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잘 대처한다. 감정 기복이 작고, 편안한 마음을 갖는다. 긍정적인 마음은 머릿속 신경전달물질을 안정적으로 흐르게 해 준다. 무엇보다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을 키우고 성숙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발효와 숙성의 미학 

배추에 양념을 버무려 김치를 담근다. 갓 담근 김치는 신선한 맛이 난다. 겉절이를 반찬 삼아 밥을 먹어도 밥 한 공기는 뚝딱한다. 담근 지 하루 이틀 된 김치는 오히려 맛이 없다. 김치 맛을 제대로 내려면 발효와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술도 충분한 숙성과 발효의 시간을 가져야 향기롭게 익는다. 발렌타인으로 유명한 위스키는 보리를 이용해서 위스키 원액을 만든다. 보리(맥아)를 제조(malting barley), 제분(milling), 당화(mashing)를 거치면 발효(fermentation) 단계가 된다. 발효조(wash back) 안에 있는 맥아즙(wort)에 이스트를 첨가하면 발효가 시작되고 당이 알코올로 바뀐다.           


발효 과정에서 만들어진 알코올 성분의 원액을 몇 가지 종류로 증류(distillation)한다. 이렇게 증류한 원액을 종류별로 오크통에서 최소 3년간 숙성한다. 숙성 과정에서 위스키는 오크통의 성분을 흡수하고 나무의 향과 색을 머금는다. 숙성과 저장 기간이 길수록 위스키의 향과 풍미도 더 짙어진다. 오크통에서 30년 혹은 40년 이상 된 발렌타인이 사람을 인기를 끄는 이유가 발효, 숙성, 저장에 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지식과 경험이 머릿속에서 발효하고 숙성해야 마음이 제대로 익는다. 실패와 좌절은 마음의 발효를 위한 효소가 된다. 그것들이 버무려져 고통으로 발효하고, 인내라는 숙성의 단계로 넘어간다. 그렇게 푹 삭인 고통과 시련은 지혜로 발현한다. 세상의 현자 중에서 고통을 겪지 않고 아픔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아픔을 인내하며 스스로 한계를 넘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마음도 숙성하려면 인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고통의 순간에도 자신의 영혼을 꽉 잡아야 한다. 아픔을 겪지 않고, 울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세상 모든 것들은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성숙한다. 술도, 김치도, 마음도 숙성과 발효의 미학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


사진 출처 : https://www.christiantoday.co.kr/news/297399


맛있는 사랑의 레시피     

그렇다면 사랑은 어떨까? 향기롭고 맛난 사랑을 완성하려면 예외 없이 발효와 숙성의 긴 시간을 견뎌야 한다. 김치를 담그는 일도 그렇고, 향기로운 술을 빚는 법도 그렇고, 맛있는 요리를 할 때는 제대로 된 레시피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일 중요한 사랑을 할 때는 제대로 된 레시피도 없이 사랑에 빠진다.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고 감정의 소리만 따른다. 우리는 첫눈에 빠지는 사랑의 환상을 꿈꾼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이다. 그러나 사랑을 이어가고 지켜가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독일 출신의 세계적 철학자 에리히 프롬(Erich Seligmann Fromm, 1900~ 1980)은 사랑을 제대로 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사랑의 기술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맛난 사랑을 하려면 제대로 된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자세한 내용은 에리히 프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될 것이다. 그 보다 사랑을 맛나게 요리하기 위한 레시피라도 하나 만들면 좋겠다.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만, 늘 실천이 아쉬운 내용이다. 사랑을 맛깔나게 요리하기 위한 레시피를 정리해봤다. 진작 이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가 되지만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 사는 동안에는 우린 끝없이 사랑해야 한다.

 

1. 준비물     

  ⓵ 사랑을 담을 솥단지: 넓은 마음(속이 타고 애를 태워도 끓어 넘치지 않을 정도로 넓어야 함)     

  ⓶ 재료: 배려와 관용, 이해(비바람도 맞고 눈보라에도 젖어본 땔감이 필요함)     

  ⓷  불쏘시개 : 호감(불꽃이 잘 일지 않을 때 땔감에 살짝 뿌려주면 효과가 있음)     

  ⓸ 양념 : 잔소리와 질투 약간     

  ⓹ 첨가물(자연 조미료) : 봄꽃, 여름 장마, 가을 낙엽, 겨울 눈사람, 봄바람, 가을 햇살 등 여행의 경험        


2. 요리 방법     

  ⓵ 불 지피기  

     - 깨끗한 마음의 솥단지에 배려, 관용, 이해를 담는다.

     - 사랑의 아궁이에 호감의 불쏘시개로 사랑의 불을 붙인다.  

     - 열정으로 불꽃을 키운다.    

     - 처음부터 너무 불을 세게 하면 심장이 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 은근한 불로 넓은 가슴에 담긴 심장을 서서히 달아오르게 하면 좋다.     


  ⓶ 첨가물 투입하기

     - 배려와 관용의 불꽃이 약할 때는 약간의 질투심을 뿌리 도움이 된다.

     - 갑자기 불꽃이 확 치솟아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조금씩 데워지기 시작하면 사랑의 조미료를 첨가하면 된다.      


  ⓷ 조미료 넣기

     - 제철 자연 조미료를 첨가하면 사랑의 맛이 한결 좋아진다.      

      - 조미료는 지방마다 특색이 있어 잘 이용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⓸ 숙성과 발효

     - 긴 시간 인내심을 갖고 사랑이 맛있게 익어가는 조심을 조심스레 지켜본다.  

     - 요리 중에 너무 자주 확인하지 말고 믿고 기다리자.

     - 행여 불꽃이 꺼지지 않는지 늘 관심을 기울이자.

     - 존중하고 배려하며 사랑이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자.


사실 이렇게 정리했지만, 사랑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더 세심하고 더 존중하고 더 배려해야 할 것이다. 요리도 같은 재료를 사용해도 사람의 정성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어느 연인의 사랑인들 소중하지 않을까. 어떤 사랑은 쉽게 뜨거웠다가 깨진다.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어떤 사랑은 불꽃을 제대로 피우지도 못하고 사그라진다.     


요리도 사랑도 레시피가 필요하고 기술이 필요하다. 은근한 불꽃으로 오랫동안 정성을 다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사랑의 맛을 낼 수 있다. 관용, 배려, 이해가 있어야 맛있는 사랑을 만들 수 있다. 사랑에 빠지기는 것보다 제대로 된 사랑을 하기는 참 어렵다. 그래서 배우고 익히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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