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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09. 2022

과도한 스트레스 호르몬 달래기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다 분비가 문제다.

'이런, 스트레스 축이 흔들리고, 코르티솔 농도가 진해지는 것 같다!!'


생각한 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 기대와 긍정은 자주 나를 배신한다. 현실은 늘 생각보다 엄격하고 철저하다. 최악의 상황과 최상의 상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좋은 것만 생각하고 일을 시작한다. 꿈꾸는 순간은 아름답지만, 그것이 깨지는 순간은 마음이 무겁다.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욕망 게임의 결과는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나뉜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늘 마음이 편하고 가볍다면 살기가 좋다. 하지만 세상사는 일은 우리의 바람과 달리 힘들 때가 많다. 시험, 대학 입학, 취직 등 어느 한 곳 없이 경쟁과 투쟁의 연속이다. 경쟁에서 탈락하면 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패자는 설 자리을 잃고 승자가 독식하는 사회 구조가 되었다. 인터넷의 발달은 소수의 승자 사이에서도 1등이 몫의 대부분을 차지하도록 만들었다. 


돈 버는 일만 해도 그렇다. 하루도 돈을 벌지 않으면 살기 힘들다. 누구나 돈을 많이 벌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된다. 다들 부자로 살 수 있다면 세상은 살 만할 것이다. 경쟁하지 않아도 모두 잘 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조화롭게 살 수 있다. 인간은 생명체 가운데 유일하게 먹고 남는 것을 저장한다. 가질 수 있는 만큼 끝없이 탐욕을 부리는 존재도 인간이다. 인간 사회는 적절히 공생하고 공유하거나 협조하는 그런 마음이 상대적으로 적다. 


산업혁명 이후의 눈부신 기술 발전은 생산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수많은 사람이 매달리지 않고 몇 사람이 일해도 충분할 정도로 생산성이 향상됐다. 그렇다고 일자리가 무한정 많은 건 아니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자릿수는 적어진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야 할 때 오르지 못하면 옷을 벗고 나가야 한다. 사람들은 빨리 진급하지 않더라도 낮은 직급이라도 직장에 오래 남기를 원한다. 오죽하면 밖은 지옥이라 아무리 힘들어도 직장이 낫다는 말이 나올까.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를 엔진으로 장착한 자동차라 할 수 있다. 엔진인 시장경제의 원료는 경쟁이다. 경쟁을 먹고 달리는 것이 시장경제다. 자본주의 자동차는 빠른 속도만 중요하지, 사람을 얼마나 많이 태울 것인가에는 관심이 없다. 경쟁이 가혹할수록 시장경제 엔진의 성능은 좋아지고, 자본주의 자동차는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자연히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은 시장경제의 자동차를 타지 못한다. 그들은 상처받고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잘 관리하는 수밖에 뾰족한 방도가 없다. 사람들은 스트레스받지 않을 생각을 하지만, 정작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현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한사코 스트레스를 외면하다 오히려 그것에 치여 몸과 마음이 망가지는 불상사를 방지하는 것이 현명하다. 스트레스와 스트레스 축이 작동하는 방식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갑작스러운 사고나 가족과의 이별, 경쟁이 주는 경쟁적 손실 등은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스트레스 요인이 감지되면, 그 정보는 감정을 관리하는 뇌의 편도체에 전달된다. 편도체는 다시 이 정보를 뇌의 시상하부에 전한다. 시상하부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뇌하수체가 부신피질을 자극하여 스트레스 대항 물질을 만들도록 명령한다.


우리 뇌는 기민하게 스트레스 축(HPA) 축을 가동한다. 우리가 직면하는 정신적인 고통을 처리하는 시상하부(H)-뇌하수체(P)-부신피질(A)로 이어지는 반응 경로를 스트레스 축이라 한다. 이 기관의 영어 앞 글짜를 따 HPA 축이라 한다. 스트레스가 약하다면 HPA 축은 스트레스를 집중력 향상으로 활용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만성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속되면 HPA 축은 인체의 면역기능을 파괴하는 경로가 된다.


사진 출처 : KARA애착연구소

   

큰 충격을 받으면 사람은 깊은 절망감에 빠진다. 시상하부에서 만들어진 부정적 감정 반응이 뇌하수체로 내려간다. 뇌하수체는 부신 피질에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명령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스트레스 호르몬이 코르티솔(Cortisol)이다. 적은 양의 코르티솔은 긴장감을 불러온다. 에너지를 집중하고 일에 몰입하게 만든다. 시험 전날의 약한 긴장감은 집중력을 높여준다. 큰일을 앞두고 적정량의 코르티솔은 오히려 도움이 된다.   

   

과다한 코르티솔이 장시간 지속되는 것이 문제다. 코르티솔은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돌아다닌다. 약한 곳을 만나면 집요하게 공격한다. 큰 병이 생길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코르티솔이 시냅스를 공격하는 일이다.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에릭 캔델(Eric R. Kandel)의 『마음의 오류들』을 인용하자. 코르티솔은 단기 기억 기관인 해마와 대뇌피질의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를 파괴한다.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을 시냅스에서 제거해 버린다. 기억 상실과 우울증이 찾아올 수 있다.     


예민한 스트레스 축 달래기

에릭 캔델은 노벨 의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신경과학자다. 그는 우리 뇌가 무언가를 기억 원리를 밝혔다. 시냅스가 강화되면 기억력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알아내 노벨상을 받았다. 그런 그가 과도한 스트레스는 뇌의 시냅스를 파괴한다고 경고한다. 시냅스가 파괴되면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다. 그 부위가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와 이성과 판단의 전전두엽을 연결하는 시냅스라면 치매로 가는 지름길이다.    


쉽게 우울해지거나 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사람의 HPA축이 예민하다. 스트레스로 코르티솔이 많이 분비되면 해마가 HPA 축을 조절하여 코르티솔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도록 조절한다. 하지만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받으면 코르티솔이 계속 분비된다. 기억을 관리하는 해마가 손상된다. 사람들의 기억력이 떨어지고 집중하지 못한다.


누구나 골치 아픈 일을 겪거나 충격을 받으면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스트레스는 어김없이 HPA 축을 흔든다. 이 축이 약하고 예민한 사람은 혈압이 급속히 높아지고, 혈당이 치솟는다. 이른 시간 안에 일이 잘 해결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약한 스트레스 축이 과도하게 코르티솔을 분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피하라고 한다. 누구나 그렇게 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평소 스트레스 축을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 축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HPA 축이 너무 예민해 과도한 코르티솔이 장시간 혈액 속을 돌아다니면 좋을 게 하나 없다.  


살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다. 받더라도 가능하면 코르티솔을 빨리 분해하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축을 잘 달래야 한다.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다음과 같이 말하자.


"아, 내 스트레스 축이 예민하게 반응하는구나. 달래줘야지!!"하고 속삭여야 한다.


그러고 나서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책을 동원해야 한다. 운동, 독서, 명상, 등산, 여행, 친구와 수다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방법이 있다. 그 가운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택하면 된다. 명상과 독서의 조합이라면 환상적이다.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심호흡하며 명상에 잠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트레스 축이 안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난 후 위안이 되는 책을 읽으면 금상첨화다.


술과 우정은 묵힐수록 향기롭다. 오래 숙성한 위스키와 오래 사귄 친구가 반가운 이유다. 스트레스는 오래 묵혀 좋은 것이 없다. 코르티솔이 온몸을 돌아다니면 몸을 썩힐 뿐이다. 어른들도 HPA 축을 잘 관리해야 하지만, 특히 아이들은 더 그렇다.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인내하고 격려해야 할 이유는 쌔고 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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