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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Dec 18. 2022

긴급) 기업식 재무진단 도입.. 부실대학 걸러낸다. 1

정부의 새로운 대학 지원 정책

정부의 새로운 대학 지원 정책을 보며

2022년 12월 17일(토), 정부는 운영이 잘되는 대학에는 자율성과 재정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채무가 많고 교직원에게 월급을 제대로 못 주는 부실 대학은 지원을 끊겠다고 발표했다. 대학들이 ‘보고서 쓰기’에 매달리게 했던 교육부 평가는 7년 만에 폐지하고, 기업식 재무 진단을 대학에도 실시한다. 정부의 대표적 대학 규제로 꼽혔던 ‘대학 설립·운영 규정’과 학과 신설·정원 규제도 대폭 완화하고, 기업 인수·합병(M&A)처럼 대학 통폐합을 활발히 할 수 있게 법 개정도 추진한다.  

   

정부는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늘려 국가 발전의 토대가 되도록 하는 동시에 부실한 대학에는 재정 지원을 끊고 퇴로를 열어주는 두 갈래 정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최근 교육부는 내년 대학 지원 예산을 올해 8조 원에서 11조 2,000억 원으로 3조 2,000억 원 인상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평가에 통과한 대학들에 나눠주는 재정 규모를 올해 1조 원에서 내년엔 1조 9,000억 원으로 100% 가까이 늘린다. 규제도 대폭 푼다. 지금은 이 예산을 인건비, 전기료 등에 못 쓰게 막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곳에도 일부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다만 실현되려면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이상은 정부가 발표한 새로운 대학 지원 정책의 핵심 내용이다. 여기에 대해 오늘 아침 긴급히 대학 현황과 관려한 글을 4편 올린다. 순서는 지금까지 정보의 대학 지원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순차적으로 알아본다. 그리고 난 후, 기업식 재무진단의 의미와 내용을 분석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학 지원금 평가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지금까지 정부는 각종 보고서 평가를 통해 대학에 국고 지원을 해왔다. 국고 지원금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사업 목적을 정해놓고 학생 충원율과 취업률 같은 정량 지표와 사업 계획서 내용이라는 정성적 지표를 평가한다. 평가 항목도 많을 뿐만 아니라 사업 의지, 추진 체제, 추진 실적 등 모호한 지표들 때문에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문제가 됐다.              

                             

정부가 지원하는 자금의 사용 비율을 미리 정해놓고, 그 안에서만 사용하라는 것도 문제로 작용했다. 정부의 고충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대학마다 사정이 다르고 자금 사용의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사업의 목적을 정해놓고, 자금 사용 비율까지 정해놓으면 지원금을 제대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제일 큰 문제는 매년 사업 결과를 보고하고 평가받는 부담이다. 대개 국고 지원금은 1년 단위의 계획서를 받고 매년 성과 지표를 달성하도록 종용한다. 최초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때 3년 혹은 5년까지의 목표를 연 단위로 작성하도록 지침이 정해졌다. 대학은 매년 제시한 성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급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양적 지표를 채우기에 급급하다.      


대학은 성과 지표를 달성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그러니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프로그램의 종류와 수를 엿가락 늘이듯 한다. 그렇게 해야 어디서든 성과 지표를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등교육은 국가의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최종 단계의 교육이다. 지적이고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 고등교육의 최종 목표다. 그런 고등교육을 시행하는 대학이1년 단위의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성과를 보이라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일과 같다.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대학 평가

또 한 가지 심각한 문제는 국고 지원금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겨우 6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매년 교육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여 다음 해 국고 사업 예산을 확보한다. 교육부는 실제 사업을 실행해야 하는 다음 해 2월이나 3월 중 기획재정부로부터 최종 예산을 확보한다. 그렇게 자금을 확보한 후 교육부는 각 대학에 국고지원을 받기 위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공고한다. 이때가 빠르면 4월 초 늦으면 4월 말이다.          


이때부터 전국 대학은 부산하다. 신입생을 맞이한 지 채 한 달 지나지 않아 국고지원을 위한 사업계획서 작성에 정신을 뺏긴다. 13년째 동결된 등록금으로 대학 재정이 거덜 날 상황에서 국고지원금을 못 받으면 난리가 난다. 특히 학생 모집이 어려운 대학으로서는 그야말로 국고지원금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규모가 작은 대학은 대부분 교수가 계획서 작성에 참여해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어렵사리 시간에 맞춰 계획서를 제출하면 5월에 평가받아야 한다. 한정된 예산을 나눠야 하니 지원에서 탈락하는 대학이 나온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학은 평가 준비에 몰입합니다. 대개 5월 말이면 평가 결과가 나오고 대학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국고지원에서 탈락한 대학은 초상집을 방불케 한다. 당첨된 대학은 6월경에 지원금을 청구하기 위한 실행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느라 분주하다.     


이렇게 숨 가쁘게 한 학기를 마칠 때쯤 7월이면 겨우 국고 지원금이 내려온다. 이제 방학은 시작되고 학생들은 오지 않는다.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2학기 시작하면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12월 말이면 회계 결산을 위해 사업을 마무리해야 한다.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다음 해 1월까지 집행하지만 대개 연말을 목표로 사업을 정리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다음 해까지 예산 집행을 계획했다가 지원금을 다 소진하지 못하면 결과 평가에서 벌점을 맞게 된다.     


이쯤 되면 선정된 대학도 기진맥진한다. 교육의 본질은 어디 가고 국고지원금을 타기 위해, 쓰기 위해, 보고하기 위해 대학 행정이 존재한다는 착각마저 든다. 왜 이런 일을 주기적으로 반복해야 하는지 심한 회의감에 빠진다. 그렇다고 평가받은 그해만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매년 계획서를 작성해야 한다. 말이 좋아 국민 세금으로 마련한 예산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게 함이라 하지만, 정작 형식과 목적이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 된다.     


상황이 이 정도면, 대학은 국고지원금이 투입하면 결과를 토해내는 자판기가 아닌가? 겨우 3~4개월 남짓 안에 각종 프로그램의 성과를 보여야 한다. 그것도 대학마다 100개에 가까운 크고 작은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그 성과를 보이려면 바쁘기 한정 없다. 과연 이렇게 하고도 우리 대학의 체질이 강화될 거라 기대할 수 있는가?     


물론 대학 스스로 재원을 마련해서 하라는 볼멘소리를 할 수 있다. 발목을 묶은 전족처럼 등록금을 동결시킨 상황에서 대학에 재정적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기업과 대학에 여러 가지 규제를 둔 상황에서 대학 재정을 다양화하라는 주문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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