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nry Dec 18. 2022

긴급) 기업식 재무진단 도입.. 부실대학 걸러낸다. 3

축적의 시간

이제 교육의 ‘양질전화(量質轉化)’이 필요한 시간이다.     

독일의 철학자 헤겔은 같은 일을 반복하고 양이 많아지면 그것들이 누적되어 어느 순간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것은 ‘양질전화(量質轉化)’의 개념인데 ‘양질전환(量質轉換)’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떤 일을 지속하고 꾸준히 반복해서 노력하면 질적으로 변화하는 임계점에 도달한다. 이 말은 임계점을 넘어서는 순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 조직이나 단체는 더 나은 질적 단계로 도약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대 공대 교수 26인이 쓴 『축적의 시간』에서도 비슷한 개념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산업이 처한 핵심적인 경쟁력의 위기는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라고 진단한다. 이런 역량들은 마음먹는다고 금방 확보되거나 돈이 있다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간을 들여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숙성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확보되는 역량이다. 더 끈기 있게, 더 꾸준히, 더 오랜 시간 공들여 노력하는 축적의 시간이 있어야 창의성이나 역량이 도약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은 낮은 온도에서부터 열로 가열하지만 99도에서도 끓지 않는다. 아직은 양이 조금 부족해서 끓지 않는다. 더 가열해서 임계점인 100도가 되는 순간 끓기 시작한다. 많은 양의 열로 가열한 물은 액체에서 수증기인 기체로 질적인 전환을 달성했다. 100도가 될 때까지 열을 계속 가해 물이 펄펄 끓도록 충분히 많은 양의 열을 가했기에 가능했다. 중간에 열 공급을 중단하면 물은 뜨거울 뿐 끓지 않는다. 여전히 물은 액체 상태에 머무르고 기체로 질적인 도약을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학의 학사 제도의 경직성은 세계에 내로라할 정도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교육부의 승인을 받거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정부가 대학을 획일적이고 경직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탈피해야 한다. 특히 사업성 예산을 정부에서 지정해서 관리하는 것은 예산 집행의 비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우를 범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보다 항상 뒤처진다는 비판이 많다. 대학이 발전하려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자율이 전제되어야 한다. 더 이상 정부에서 대학을 불신하는 관료적인 규제의 관행을 거둘 때가 한참이나 지났다. 입학자원이 감소하는 현실에서 대학은 스스로 존립을 위해 학생의 선택권을 존중해야 하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정부가 규제하는 것보다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이 훨씬 강력한 감시 장치가 된 지 오래다.          


우리 대학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해외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성을 한시바삐 허용해야 한다. 아울러 당장 국고지원금에 씌워진 각종 규제라도 철폐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이 최고의 교육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예산 집행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 더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벌써 수십 년째 반복되어온 실수를 이참에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 우리 교육의 ‘양질전환’과 축적의 시간을 통한 창조적 도약이 가능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긴급) 기업식 재무진단 도입.. 부실대학 걸러낸다.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