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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Jan 11. 2023

별난 침팬지의 영리한 전략

사진 출처 : Technology Networks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가 그물처럼 연결돼 회로를 구성한다.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가 연결된 부위를 시냅스(synapse)가 있고, 시냅스의 수는 약 150조 개가 넘는다. 사람의 두뇌는 신이 창조한 세상에서 제일 강력하고 성능이 좋은 컴퓨터라 할 수 있다.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인간의 두뇌는 종일 쉬지 않고 돌아간다. 심지어 자는 동안에도 꿈을 꾸는 등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그때야 두뇌는 작동을 멈춘다. 


사진 출처 :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23608



인간의 두뇌는 덩치도 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신경망도 복잡하다. 이 복잡한 조직을 가동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초고성능의 슈퍼컴퓨터가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과 같다. 인간의 두뇌는 몸무게의 약 2% 내외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소모하는 하루 열량의 20~25%를 혼자 사용한다. 침팬지의 뉴런과 시냅스의 숫자는 인간의 1/3에 불과하고, 하루 평균 전체 열량의 8~9%에 밖에 사용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을 생각하면 인간의 두뇌는 인체의 에너지 소모 공장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두뇌가 성능이 좋은 컴퓨터라는 사실은 큰 장점이지만,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제때 음식을 먹지 못하거나 소화하기 힘든 음식을 먹으면 그만큼 두뇌로 공급하는 열량이 줄어든다. 오래 굶으면 머리가 멍해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까닭이 바로 열량 부족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고열량 음식을 먹는 현대인은 햄버거 하나면 해결할 일이지만, 별난 침팬지는 이 정도 열량을 구하려면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했다.  


침팬지가 인간의 뇌처럼 열량을 소비한다면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뇌가 크면 지능이 발달하는 장점은 있지만,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감당하기 벅차다. 뇌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어 사용할 포도당을 그때그때 공급받아야 한다. 제때 음식을 통해 열량을 공급받지 못하면 뇌의 기능은 마비된다. 이러니 큰 뇌가 가진 이점이 많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은 침팬지들의 두뇌가 작은 것은 나름의 생존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두개골이 커지고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열량을 공급받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덩치 큰 동물을 사냥하는 것은 열량을 얻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불을 이용한 요리법을 개발하기 전 날고기는 여전히 소화하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불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면서 비로소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게 됐다. 그 결과 두뇌로 단백질과 포도당을 충분하게 공급하면서 두뇌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두뇌의 하드웨어인 두개골과 소프트웨어인 인지능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원활한 에너지의 공급 덕분이다. 


인간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은 음식물로 섭취한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영양공급 능력을 결정짓는다. 과일이나 식물로부터는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기 힘들다. 그래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 이에 비해 고기는 많은 열량을 제공하기 때문에 훌륭한 두뇌의 영양 공급원이다. 고기를 먹는 경우 날것으로 먹기보다 익히거나 삶아서 먹는 것이 훨씬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한다. 만일 인류의 조상이 불을 이용해서 익히거나 삶은 고기를 먹지 않았다면 인간의 두뇌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많은 열량을 공급받지 못했을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리처드 랭엄 교수가 주장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더 크고 더 강한 두뇌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화가 잘되는 음식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때문에 두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 불을 사용해 만든 요리는 두뇌의 발달과 인간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별난 침팬지가 불을 이용해 요리한 것은 고성능의 두뇌를 계발하기 위한 영리한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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