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의 발견
질량을 가진 물질은 서로 당긴다. 우리는 이것을 중력이라 부른다. 물질의 질량이 너무 가벼우면 중력의 크기도 작다. 우리 몸도 중력을 갖고 있지만, 너무 미세한 힘이라 느끼지 못한다. 태양이나 지구같이 질량이 큰 물체는 당기는 힘도 무척 세다. 태양의 중력은 별들이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붙잡아 둘 만큼 강하다.
물체가 당기는 힘인 중력을 최초로 알아낸 사람은 뉴턴이다.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두 물체의 질량을 곱한 양에 비례하고 두 물체 사이의 거리를 제곱한 양에 반비례한다. 그가 이 힘의 크기를 계산한 덕분에 우리는 별들이 우주 공간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니 이럴 수가? 신만이 아는 별들의 움직임이 뉴턴의 중력 방정식을 따른다. 그전까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우주의 별을 움직이는 것이 신의 손이 아니라 중력이라니?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뉴턴은 신의 영역에 있던 우주를 인간의 품으로 끌어들였다.
뉴턴은 중력이 왜 생기는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물리학계의 영원한 슈퍼스타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물질 주위의 공간이 휜다는 것을 알았다. 이 휘어진 공간으로 물체가 빨려 들어가는 것이 바로 중력이다. 태양 같은 질량이 큰 물질의 주위에서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도 휘어진다.
아인슈타인 덕분에 공간과 시간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태양 뒤에 있는 별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별빛은 휘어진 곡면을 따라 직진해서 우리 눈에 들어온다. 우리 눈에 보이는 별이 그곳에 없다는 것을 안다. 별의 실제 위치와 거기까지의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했다. 인류는 공간과 시간이 휘어지는 저 먼 우주를 향한 장대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돈의 심리적 중력
돈과 권력 그리고 미모도 사람을 끄는 힘이 있다. 그 힘은 물리학에서 말하는 위치에너지나 운동에너지는 아니다. 그것은 계산할 수 있는 힘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심리적 힘이다. 돈과 권력의 중력장 안에 있으면 사람의 심리적 시간과 공간이 왜곡된다.
두 사람 사이에 작용하는 돈의 심리적 중력은 두 사람의 재산 차이의 제곱에다 돈의 선호도를 곱한 값에 비례한다. 재산 크기의 차이가 작으면 돈의 중력이 작다. 재벌 총수와 일반인 사이의 재산 크기의 차이는 엄청나다. 이 둘 사이에는 강한 중력장이 만들어진다. 재산의 크기가 작은 쪽이 큰 쪽으로 딸려가기 쉽다. 재벌이나 권력자 앞에 서면 괜스레 주눅이 드는 이유가 이 때문일까?
건물이나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진 사람은 부자다. 그곳도 서울 강남에 있다면 이 사람은 큰 부자일 것이다. 그가 소유한 높은 건물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주식이나 금융자산이 많은 사람도 부자다. 이들이 가진 재산을 건물이나 금과 같은 실물로 바꿔놓으면 질량이 엄청나다. 바로 이 질량이 중력을 만든다고 보면 된다. 추상같은 법과 제도도 돈의 중력장 안에서는 무력해질 수 있다. 그것을 집행하는 사람의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돈은 실재하는 힘이 아니라 심리적 힘이다. 그것을 으리으리한 빌딩이나 고가의 자동차로 구체화하면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났을 때 돈이 많은지 어떤지 알 수 없다. 그 사람이 가진 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난 후에야 마음이 흔들린다. 돈과 권력의 중력은 그 액수나 권력을 인지해야 발생하는 사후인지적 중력 혹은 심리적 중력이라 할 수 있다.
돈과 권력의 중력에서 벗어나기
돈과 권력의 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이들을 인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 재산이나 권력의 차이를 없앨 수 없다면 돈에 대한 선호도를 줄이면 된다. 돈보다 더 나은 것이 많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실제 다른 가치 있는 것들을 찾아서 즐기면 된다. 돈에 대한 선호도가 0에 가까울수록 돈의 중력은 급격히 줄어든다. 대신 의식의 질량이 커진다. 의식의 질량이 커질수록 돈의 중력장에서 탈출하기 쉽다. 돈을 키우지 못하면 의식을 키우고, 돈에 대한 사후적 인지 태도를 바꾸면 된다.
사람은 평소 좋아하는 것을 한두 개 갖는 것이 좋다. 그것이 돈의 선호도와 물질적 욕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독서하기, 그림 그리기, 여행하기, 등산하기 등 셀 수 없는 많은 취미 생활이 있다. 이 가운데서 본인에게 적합한 것을 골라 몰입하면 어떨까? 자칫 과해지기 쉬운 욕망을 생산적 열정으로 바꿀 수 있다. 봉사 활동이나 종교 활동도 돈의 블랙홀에 빠져드는 것을 막아준다. 세상에는 큰돈 들이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발품을 팔면 된다.
내 경우는 그림 그리기와 독서가 그러하다. 제아무리 비싼 그림 도구나 아무리 책을 많이 산다고 해도 명품 가방 하나 값보다 싸다. 비싼 붓, 좋은 물통, 좋은 팔레트를 사면 행복하다. 읽고 싶은 책들을 한 번에 수십 권 산들 그리 큰돈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욕망이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갖고자 하는 것들이다. 그걸로 좋은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익힌다면 행복의 크기가 훌쩍 커질 것이다. 물론 명품 가방을 가질 여유가 있다면 그것을 사서 즐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욕망을 완전히 없애기는 힘들다. 사람으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욕망은 갖되, 그것이 지나치지 않으면 된다. 부풀어 오르는 욕심을 열정으로 바꾸는 취미를 가진다면 좋다. 내가 그림을 그리거나 독서하고 글 쓰는 일은 즐거운 취미 생활이다. 명품 가방의 화려함보다 물감이 주는 색감이 더 좋고 아름다운 글의 색감이 좋다. 채색하며 만들어가는 세상과 책 속에 발견하는 야생(野生)의 삶은 그 어떤 명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그런 마음으로 나만의 행복 방정식을 풀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