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은 검은색이 아니라 침묵의 색이다.

by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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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은 가시광선을 흡수한다.

토요일 아침이 환하게 밝았다. 파란색 겨울 하늘이 보인다. 아파트 맞은편 겨울 산의 갈색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도시의 건물도 제법 색색으로 물들였다.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은 빛 덕분이다. 우리가 꽃의 색과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빛 가운데서도 가시광선 때문이다.


가시광선(可視光線)? 글자 하나씩을 뜯어보면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이라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볼 수 없는 빛도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빛은 파장에 따라 감마선,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마이크로파, 라디오파로 나뉜다. 파장이 가장 짧은 감마선에서 파장이 가장 긴 라디오파로 구분한다. 여러 종류의 빛 중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가운데 있는 가시광선이다, 나머지는 우리가 볼 수 없는 파장의 빛이다.


가시광선도 또 여러 종류의 파장으로 구성된다. 가시광선 안에도 길이가 다른 빛이 섞여 있다. 빛의 길이가 다름이 곧 색으로 구분된다. 700~610nm는 빨강, 610~590nm는 주황, 590~570nm는 노랑, 570~500nm는 초록, 500~450nm는 파랑, 450~400nm는 보라로 보입니다. 그리고 빨강보다 파장이 긴 빛을 적외선, 보라보다 파장이 짧은 빛을 자외선이라 합니다. 나노미터(nm)는 10억 분의 1미터이니 색의 파장은 무척 짧다.

이들 색이 어떤 물체에 부딪혀 나오는 색이 그 물체의 색이다. 장미 꽃잎이 빨간색인 것은 가시광선이 장미 꽃잎에 부딪혔을 때 빨강의 파장만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머지 파장의 색은 어디로 갔나? 빨강을 뺀 나마저 파장의 색은 장미 꽃잎에 흡수해 버렸다. 우리가 아름다운 색을 볼 수 있는 것도 파장이 서로 다른 빛을 반사하는 색채의 성질 때문이다.


모든 빛의 파장을 반사하면 어떻게 되는가? 가시광선이 물체에 부딪혀도 어떤 색도 흡수하지 않는다. 원래의 백색광이 그대로 반사되어 나온다. 이처럼 흰색에 가까울수록 빛을 대부분 반사한다. 반대로 가시광선의 모든 색의 파장을 다 흡수하면 어떻게 되는가? 어떤 물체가 검은색이면 가시광선을 흡수하고 어떤 파장의 색도 토해내지 않는다. 검은색은 대부분의 빛을 흡수한 어두운 색이 된다.


블랙홀은 검은색이 아니고 침묵의 색이다.

저 먼 우주에는 모든 것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있다. 그렇다면 블랙홀은 검은색이 아닌가? 그건 아니라고 한다. 블랙홀은 빛을 빨아들이지만, 검은색인지 아닌지 모른다. 물체의 검은색이 빛을 반사하지 않는다는 것과 블랙홀이 빛을 토해 내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다. 블랙홀은 가시광선뿐만 다른 모든 파장의 빛도 빨아들인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이든, 우주선이든, 어떤 물체라도 가까이 가면 빨려든다.


블랙홀도 빛이 들어가면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검은색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아니다. 검은색은 검기 때문에 가시광선의 색만 전부 흡수한다. 블랙홀은 검기 때문이 아니라 중력이 높기 때문에 가시광선을 포함한 다른 종류의 빛과 물체까지 흡수한다. 블랙홀에서 블랙은 검다는 뜻보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진 죽음의 공간이라는 뜻으로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조차도 통하지 않는다 해서 블랙홀의 입구를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부른다. 블랙홀은 검은색이 아니라 죽음 같은 침묵의 색이다.


검은색은 어둠의 색이고 침묵의 색이다. 과묵하고 진중하다. 하지만 과묵함과 진중함으로 따진다면 블랙홀만 한 것이 없다. 어떤 것을 들어도, 어떤 것을 봐도 그대로 삼켜버린다. 남는 것은 끝없는 고요다. 그런 침묵으로 살고 싶다. 지금은 태산보다 무겁고 바다보다 깊은 고요가 필요하다. 세상일이 내 마음대로 된 적이 있던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는 재주 없음을 탓하고 침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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