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분갈이
책 보고, 글 쓰고, 코칭을 준비하는 공간
볕이 잘 드는 곳에 식물들이 자란다.
난도 있고, 고무나무도 있고, 바나나 나무도 자란다.
이런저런 행사 때 선물 받은 것들이다.
창이 가까이 있어 늘 햇볕이 가득하다.
물을 듬뿍 주니 다들 잘 자랐다.
처음 올 때 키 작은 바나나 나무가 훌쩍 자랐다.
이젠 나보다 더 크다.
고무나무도 더 자랐고 잎도 넓어졌다.
난도 번갈아 가며 꽃을 피운다.
나머지 아이들도 꼬맹이에서 어른이 됐다.
식물들이 뿜어내는 향기 덕분에 공간이 늘 신선하다.
그려 놓은 그림이 식물들과 함께하니 제법 근사한다.
뭘 해도 배경이 좋아야 실물이 돋보이는 법이다.
이름을 모르는 화분이 두 개다.
검색해 보니 한 아이는 ‘크로산드라’ 확률이 95%
이 정도면 이름이 맞나 보다.
다른 한 아이는 ‘만데빌라’ 확률 60% 혹은
‘금전수’ 확률이 40%라고 한다.
이 아이의 이름은 여전히 모르겠다.
이렇게 잘 자랄 줄 알았다면 이름을 알아둘 건데..
이름 모르는 이 아이의 운명이 극적이다.
지난가을 분갈이했다.
그전까지 이 아이는 말라서 죽어가는 중이었다.
잎들이 다 떨어지고 이파리 5개만 겨우 남았다.
곧 죽을 것 같아 내다 버리려고 한 아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분갈이했다.
아뿔싸, 뿌리가 스티로폼에 단단히 박혔다.
시간이 지나면서 스티로폼이 벽돌처럼 단단해졌다.
물이 스며들지 않으니 제대로 자랄 수 없다.
그것도 모르고 주야장천 물만 주고,
날이 갈수록 시들시들하다고 타박했다.
스티로폼을 없애고 남은 뿌리를 잘 손질했다.
부드러운 흙으로 덮어주고 영양제 주사도 꽂았다.
2주일 간격으로 화분이 넘치도록 물을 흠뻑 줬다.
그랬더니 죽은 줄 알았던 가지에서 새순이 솟았다.
봇물 터지듯이 새잎들이 자라났다.
까닥 잘못했으면 식물 하나 버릴 뻔했다.
이리도 잘 자랄 줄 몰랐다.
오늘도 새순이 돋아나고 있다.
마음의 분갈이
아이들도 그럴 것이다.
잘 자라고, 공부도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탈없이 쑥쑥 커준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세상일이 뜻대로 될까.
공부 못하는 걸 아이들 탓만 할 수 없다.
뭔가 원인이 있을 것이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그걸 없애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이만 닦달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벽돌처럼 딱딱한 스티로폼에 박힌 식물이
어찌 제대로 자랄 수 있겠는가.
잎이 떨어지고 가지도 말라비틀어졌다.
뿌리를 에워싼 스티로폼이 문제였다.
이걸 제거하고 나니 세상 좋아졌다.
아이들 마음도 가끔 분갈이해야 한다.
아이의 트라우마를 찾아 없애줘야 한다.
그리고 사랑과 애정을 듬뿍 줘야 한다.
부모의 충분한 사랑은 따뜻한 햇볕 같다.
그것은 영혼의 자양분이다.
그러면 아이들도 무럭무럭 성장한다.
어른들 마음은 더 자주 분갈이해야 한다.
마음의 뿌리에 욕망이 덕지덕지 붙었을 것이다.
그걸 제거하지 않으면 마음도 클 수 없다.
잘 갈무리하면 영혼에도 새순이 돋아날 것이다.
나도 자주 마음을 분갈이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