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월과 동주를 만난 AI가 정신을 잃었다.

【AI와 슬기로운 동거 생활】

by Henry

소월과 동주

http://www.fdaily.co.kr/news/article.html?no=45289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의 일부다. 뭐 대한민국 사람이면 웬만하면 다 아는 시다. 너무 유명해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 중에 하나다. 이별의 아픔을 속으로 삼키는 애잔함 때문이다.


https://www.topstar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598722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


윤동주 시인의 '서시‘의 일부다. 윤동주의 유고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시다. '서시'는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고뇌의 흔적이 짙다. 식민지 시대를 살다 간 윤동주의 아픔이 담겨 있어 큰 사랑을 받는다.


그리고 AI

"김소월(金素月)은 대한민국의 시인으로, 1907년 1월 18일에 평안남도 해주에서 태어나 1934년 2월 24일에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현저동에서 자신의 집에서 자살했습니다."


김소월 시인의 삶이 궁금해서 AI에 물었다. 어라, 내가 아는 내용과 다르다. 평안남도에서 해주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고, 서울에서 사망한 것도 아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당황했다. 이번에는 '진달래꽃의 시인 김소월(金素月)'로 더 구체적으로 그의 삶을 물었다. 그랬더니 다음과 같은 놀랄만한 답이 나왔다.


"김소월은 1907년 1월 22일에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난 시인으로, 1934년 2월 24일에 천안에서 일어난 기나긴 열차 사고로 인해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번에도 AI의 대답은 영 엉뚱하다. 시인 김소월은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 더더구나 천안에서 열차 사고로 죽었다고? 도대체 평안북도에서 태어나고, 평안북도에서 사망한 김소월을 모르는 것 같다. 아니 내가 모르는 김소월이 따로 있나 싶을 정도로 궁금하기 짝이 없다.


”윤동주는 1917년 충청북도 제천에서 태어났으며, 1947년 2월 16일 서울에서 불의의 사고로 돌연히 세상을 떠났다. “


내친김에 윤동주 시인의 삶도 궁금했다. 물었더니 또 내가 아는 것과 다른 답을 내놓았다. 뭐,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이 대답 역시 황당하다. 이번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작가 윤동주(尹東柱)라고 질문했다. 그랬더니 이렇게 답했다. 대답이 너무 황당해서 원문 그대로 옮긴다.


"윤동주는 1917년 12월 30일에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시인으로,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시기를 겪으며, 불행과 고통, 그리고 사랑과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을 남겨놓았습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윤동주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41년에 발표된 시집입니다. 이 시집은 그가 일본 유학 중에 썼으며, 그의 철학과 인생관,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과 불행한 인생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시는 차분하고 감성적인 문장으로 유명하며, "서시" "하나" "초혼" "무제(無題)" 등의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윤동주는 1945년 국내에 복귀한 이후, 광주와 서울 등에서 교사로 일하며 시를 썼습니다. 그러나 1947년 2월 16일, 청년 작가들의 모임에서 발생한 청년들의 난 사건에서 구속된 후, 결국 도주를 시도하다가 행방불명되었습니다. 그의 시는 그의 죽음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한국 시 문학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느낌이 어떤가? 일부 맞는 내용도 있지만,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 윤동주가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났다고?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한국 전쟁을 겪었다고? 그런데 아래쪽 대답을 보면 1947년 행방불명되었다고 말한다. 시점도 틀리고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을 한 바가지 늘어놓는다. 이 정도면 AI의 답변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난감하다.


요즘 잘 나가는 AI 챗GPT와 대화형 질문을 하다가 일어난 일이다. 알파고 이후 잠잠하던 사람들이 AI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다. 챗GPT는 미국 오픈에이아이(openAI)가 2022년 11월 30일 공개했다. 챗GPT는 사용자와 주고받는 대화에 따라 질문에 답한다. 지식이나 개념을 아주 깔끔하게 답한다. 여러 분야의 지식을 겸비한 아주 박학다식한 AI다.


똑똑하다고 소문난 챗GPT가 우리의 대표 시인 ‘김소월’과 ‘윤동주’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몇 번이나 반복해서 물었다. 그랬더니 줄줄이 엉터리 답을 들려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내용과 사뭇 다르다. 물을 때마다 또 말이 바뀐다. 이 정도면 완전 변덕쟁이다. 안 되겠다 싶어 지식 검색으로 실제 김소월과 윤동주의 연대기를 살펴봤다.


김소월은 1902년 9월 7일 평안북도 구성군에서 태어나고, 1934년 12월 24일 평안북도 곽산에서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만성 관절염의 아픔을 잊으려 마약을 과다 복용하는 바람에 죽었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로는 뇌출혈이나 자살설도 있다. 저항적 지식인이었던 그는 일본 경찰한테 불려 다니면 괴롭힘을 당했다. 그런 수모와 육체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끝내 자살했다는 설도 있다.


윤동주(尹東柱, 1917년 12월 30일~1945년 2월 16일)는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 시인이자 작가이다. 본관은 파평(坡平), 아호는 해환(海煥)이다. 1917년 12월 30일 동간도 명동촌(明東村)에서 태어났다. 본적은 함경북도 청진시 포항동 76번지이다. 민족시인 그는 1945년 2월 16일 오전 3시 36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하였다


챗GPT가 들려준 김소월과 윤동주의 정보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 AI가 알려준 그들의 고향과 출생 연도, 사망 정보가 틀렸다. 더 가관인 것은 윤동주가 해방 이후도 작가 활동을 했다고 능청스럽게 말한다. 해방되기 불과 몇 달 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안타깝게 죽은 윤동주를 말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챗GPT가 김소월 시인과 윤동주 시인의 자료를 제대로 학습하지 않았나 보다.


김소월은 33살의 나이로 요절했고, 윤동주는 28살이 요절했다. 그들의 삶을 둘러싼 자료가 빈약하다. 그러니 챗GPT도 많은 자료를 학습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거야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태어난 곳도, 사망한 장소도 심지어 생일까지 다르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최첨단 디지털 기계인 AI가 소월과 동주의 아날로그 감성을 만나 정신을 잃은 건 아닐까. 그런 객쩍은 생각도 해본다.


능력이 없어 그런 건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챗GPT와 대화하면 할 때마다 다른 말을 듣는다. 소월과 동주 이야기만 해도 매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학습 데이터가 적어 그렇다고 이해하기로 했다. 그들이 워낙 옛날 시인이라 그럴 거다. 자료가 적으면 적은 대로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다. 매번 답이 달라지면 알고리즘이 이들의 이름과 매칭할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코드가 비슷하면 그대로 읽어 들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난다 긴다 하는 AI 챗GPT가 왜 이런 실수를 할까? 자료 부족? 그건 당연하다. 그렇다고 그것만으로는 퉁치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그걸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뭔가가 있다. 아직은 AI의 기술적 한계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AI를 지레 무서워하는 건 아닐까? 너무 겁 먹을 필요가 없는데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건 아닐까?


AI가 능력 있는 것은 분명하다. 거기에 대해 아무도 토를 달 수 없다. AI는 점점 사람의 영역으로 들어온다. 어떤 AI는 시도 쓰고, 소설도 쓴다. 또 다른 AI는 그림도 그리고, 디자인도 한다. 작곡도 하고, 노래하는 AI도 나왔다. 이뿐이면 말도 안 한다. 자율주행도 하고, 자동차 설계도 한다. 바둑도 잘 두고, 게임도 잘한다. 게다가 싸움까지 잘하면?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그게 현실이다.


AI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다. 함부로 무시하면 큰코다친다. 그렇다고 AI가 말한다고 무턱대고 다 믿을 수도 없다. 까딱 잘못하면 AI가 답한 것을 확인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건 알아야 한다. 도대체 얘네들의 머릿속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궁금하다. 그걸 한 번 만에 어찌 알 수 있겠나. 우리 삶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몇 번에 걸쳐 차근차근 알아봐야겠다.


그렇게 똑똑한 AI가 왜 이런 실수를 할까?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의 서정 시인인 김소월과 윤동주의 연대기를 이렇게 엉터리로 답해도 되나? 그건 안돼, 정말 안돼. 그래서 그 이유를 알아봐야겠다. 어차피 AI를 외면하고 살 수 없다. 그렇다면 AI를 제대로 알고, 슬기롭게 동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AI와 슬기로운 동거 생활】이라는 시리즈로 글을 쓸 생각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AI의 역설은 사라지고, 인간의 역설만 남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