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덩이에 길든 개들만 있다면

【외부인의 컨설팅, 내부인의 비판】

by Henry
늑대.jpg 출처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160712/79143286/1


개들만 있으면 개판이지.

주인이 던져주는 고기 한 덩어리에 만족한 개들 천지다. 그런 조직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차라리 외롭게 소리치는 늑대 한 마리를 키우자. 조직이 발전하려면 제대로 정신이 박힌 인재가 많을수록 좋다. 사나운 늑대라도 한 마리 정도는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조직의 능력이다. 그걸 싫어한다면 리더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하기야 우리가 리더를 싫고 좋아할 계제가 아니다. 계급이 곧 권력인데 직장에서 감히 상사 눈 밖에 나기라도 하면 이것 참 큰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은 힘이고 모든 것이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직장에서라도 살아남아야 한다. 아직 밑에서 빡빡 기는 신세라 상사의 눈에 들기 바쁘다. 그러다 보면, 차츰 조직이 던져주는 고깃덩이에 길든다.


개판이 어디 따로 있나. 짖지 않는 개들만 모인 곳이 개판이다. 아무리 고기가 맛나기로서니 거기에 목매고 아무 생각 없이 살 수는 없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 되라는 말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래서야 어디 조직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을까. 대안 없는 비판을 하고, 아무나 보고 마구 짖어대라는 말은 아니다. 다양한 의견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그런 조직이라면 좋겠다.


옷이 몸에 맞아야 옷핏이 좋다.

아끼고 총명한 후배가 엉뚱한 부서로 발령 났다. 이해할 수 없는 인사 발령이라 후배의 상심이 크다. 잘하는 부서를 두고 엉뚱한 부서로 옮기게 됐다. 듣는 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본인 마음이야 오죽할까. 그렇다고 이 친구가 늑대라는 뜻은 아니다. 고기 한 덩어리보다 더 나은 삶을 생각하는 사람은 맞다.


후배가 한동안 연락이 뜸하다. 뭐 월급쟁이가 뾰족한 수가 있을까. 새 부서에서 그럭저럭 견디나 짐작했다. 육아휴직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음을 추스르기가 힘들었나 보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올까. 장담할 수 없다. 자기한테 맞는 넓은 광야를 찾아 힘차게 울부짖을 줄도 모를 일이다.


공공기관이든 사기업이든 월급쟁이한테는 다 거기서 거기까지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하고 대의명분을 외쳐도 업무는 힘들다. 까라면 까야 하고, 물라면 물어야 하는 게 월급쟁이다. 아무리 더럽고 힘들어도 용빼는 재주가 없으면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기댈 언덕만 있으면 때려치우고 싶은 게 한두 번일까. 힘없고 빽도 없는 사람한테 조직은 어디라도 갑갑하긴 매한가지다.


새 옷을 맞추러 간다. 키가 크고 늘씬한 사람이야 무얼 입어도 잘 받는다. 키가 작은 사람도 체형 맞게 옷을 입으면 괜찮다. 어느 쪽이든 자기 몸에 맞지 않는 옷은 볼품없게 만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몸에 맞는 옷이 좋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을 몽땅 보내야 할 직장이라면 더 그렇다. 자기한테 맞는 일을 할 때 능률도 오르고 신이 난다.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적절한 인재를 적정한 자리에 배치한다? 조직도 좋고 당사자한테도 좋다. 그야말로 윈-윈이다.


세상이 이론대로만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만이 있을 리 없다. 이론과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게 현실이다. 하기야 이론대로만 돌아가는 세상이라면, 1등은 늘 1등을 차지하겠지. 반전과 역전의 매력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반칙이 통하고 기상천외한 결과나 나오는 게 세상이다.


나를 알아주는 조직을 위해 목숨 건다고?

“자네만 한 적임자가 없네. 자네가 가서 부서를 좀 살려주게. 조직이 이만큼 자네를 믿고 있다네!!”


언뜻 듣기에는 좋은 소리다. 나를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구나. 자부심도 생기고 용기가 솟는다. 맞기만 주신다면 뭐든 다 해내겠습니다. 그러면서 호기롭게 외친다.


“그래!!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지!!”


참 멋지고 매혹적인 말이다. 고전은 이래서 좋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이다. 사나이의 의리를 말할 때 자주 인용한다. 카, 나를 알아주는 조직을 위해 충성을 바친다!! 사나이의 카리스마와 마초 기질이 묻어나는 멋진 말이다.


이런 마음을 갖는 거야 나쁠 건 없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만 해도 때 묻지 않고 참신한 신입이다. 조직이 너를 알아주는 건 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네가 아무리 목숨을 바쳐 일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그날로 끝이다. 우리가 조직을 목숨까지 내놓은 그 순간, 조직은 언제든지 우리 목을 치려 시퍼렇게 칼을 간다.


조직의 의리? 그딴 건 처음부터 없다. 네가 돈이 되니까 데리고 쓰는 게 조직이다. 돈으로 표현하니 너무 세속적인가. 그렇다면 당신이 가치가 있을 때 조직이 당신을 고용한다. 이렇게 표현하니 조금 고급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사실 똑같은 내용이다. 토사구팽이야 더 거창한 거물급에 어울린다. 일반 월급쟁이야 언제든지 자를 수 있는 게 조직의 생리다.


월급쟁이들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미움을 받더라도 할 말은 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해서 조직의 위기를 미리 막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이 바른말만 하라는 건 아니다. 누구에게나 목숨은 하나다. 조직의 발전을 위한 충정이라면 윗분도 받아줄 것이다. 만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입을 다물자. 그렇다고 딱 한 번 말하고 그만두는 건 용기가 없다. 적어도 삼세판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도 안 되면 고개 박고 시키는 대로 하자. 소리칠 광야를 찾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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