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의 컨설팅, 내부인의 비판】
신입 여직원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아직 미혼인 후배가 있다. 가끔 연락하고 지내다가 오랜만에 만났다. 마흔을 살짝 넘은 나이다. 결혼을 안 한건지, 못한 건지 모르겠다. 비혼주의자는 아니고 결혼할 마음은 있다. 그걸 보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한 게 맞다. 뭐 아직 짝을 못 만났으니 그럴 수도 있다.
꽤 큰 기업의 과장이다. 연봉도 그만하면 적은 액수가 아니다. 큰 부자는 아니지만 현금도 조금 모아뒀다. 성실하기로야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런 그가 마음에 드는 이상형을 만났다고 말한다. 어디 이야기나 들어보자.
"선배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그래? 어떤 사람이니?
"신입 여직원인데 예쁘고 상냥해요."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구나. 잘 됐다."
이야, 이 친구 그렇게 뜸 들이더니만 드디어 임자를 만난 모양이다. 일단 축하를 하고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는지 물었다. 나이가 16살 차이 나는 게 고민이라는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에잉? 이게 뭔 소리야? 41살 먹은 남자가 이제 겨우 25살 먹은 아가씨한테 마음을 두고 있다고?
뭐 서로 좋아한다면야 그깟 나이가 무슨 대수인가. 그런데 아직 그녀의 마음을 확인한 것도 아니란다. 자기 혼자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가? 혼자 밤새 기와집을 지었다 부셨다 하는 모양이다. 이거 참 야단 났다. 직장 상사가 나이 어린 여직원을 짝사랑하는 상황이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혼자 김칫국을 화끈하게 들이키는 느낌이다.
노총각 혼자 몸이 단 건 아닌지 걱정된다. 아직 정식 사귀자고 말은 안 했지만, 그녀도 자기를 좋아하는 눈치란다. 자기한테 상냥하고 살갑게 대한다고 말한다. 입이 찢어져 아예 귀에 걸렸다. 자기가 뭘 해도 멋있다고 말하고, 최고라고 치켜세운다는 것이다. 카톡으로 연락할 일이 있으면 하트 이모티콘도 보낸다면서 황홀해한다.
마음이 있으면 먼저 고백하겠지.
맙소사, 계급적 친절을 이성(異性)적 호감으로 오해하는 것 같다. 예쁘장한 여직원이 친절하게 대하니 마음이 흔들리는 모양이다. 문제는 그게 착각이라는 데 있다. 같은 부서 여직원이 상사한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하는 건 당연하다. 그녀는 어떤 상사한테라도 상냥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할 것이다.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부하 직원의 입장이다.
직장은 조직 사회다.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위계와 계급을 정해 놓았다. 군대만큼은 아니라 해도 상하관계가 분명한 것이 조직이다. 세상에 누가 상사한테 쌀쌀맞게 대할 수 있나. 더구나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서 말이다. 그러니 부하 직원의 친절을 자기 인기로 오해하면 안 된다. 특히 신입 여직원의 상냥한 미소는 이성적 호감의 기준이 되지 않는다.
후배도 아직 미혼이라 여직원한테 프러포즈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전혀 그런 마음이 없는데 나이 많은 상사가 고백하면 어떻게 될까? 어린 여직원이 많이 당황해할 것이다. 자칫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관계를 망칠 수도 있다. 괜히 상처만 남을 것 같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25살의 신입 여직원이 16살이나 많은 나이 많은 과장을 이성으로 좋아할까? 시쳇말로 돈이라도 엄청 많으면 이해가 된다. 속물이라 욕해도 그건 현실이다. 젊은 시절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만 못해도 외모도 훈훈해야 한다. 그래도 될까 말까 한 게 16살이라는 나이 차다.
직장은 직장일 뿐이다. 부하 여직원의 친절한 미소는 상사에 대한 존경의 표시다. 그나마 존경한다면 다행이다. 그도 저도 아닌 계급에 밀려 보이는 미소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추호도 딴 맘먹지 않는 것이 좋다. 용기 있는 사람이 미인을 얻는다는 말도 다 때가 있다. 자칫하면 나이 많은 노총각의 무모한 스토킹으로 비칠 수도 있다.
후배야, 그녀의 미소는 계급의 친절이지 이성의 호감이 아니란다. 그녀는 너를 그저 상사로 대할 뿐이다. 아쉽지만 마음을 고쳐먹는 게 어떨까. 괜히 스타일 구기지 말고, 좋은 직장 상사로 남는 게 좋겠다. 혹시 누가 알겠니. 그녀가 진짜 마음이 있다면 먼저 고백하겠지. 그런 행운이라면 놓치지 말고 꽉 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