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잘하지 그랬어!! 아니면 잘 좀 태어나든가..

【외부인의 컨설팅, 내부인의 비판】

by Henry


내부자들.jpg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


잘하지 그랬어!!

“부장님. 저 한 번 살려주십시오.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고! 저 진짜. 조직을 위해서 개처럼 일했습니다.”

웬만한 사람은 한 번쯤 들어본 말이다. 약 1,000만 명이 본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온 말이다. 검사 우장훈(조승우)이 승진에서 미끄러진 뒤 부장에 하소연한다. 제아무리 대한민국의 검사라도 학벌도 빽도 없는 처지가 곤궁하다. 기대하던 승진에서 또 물 먹었다. 실망감으로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다.


“그러게, 잘하지 그랬어? 아니면 잘 좀 태어나든가?”


부장의 표정은 싸늘하다. 물불 안 가리고 최선을 다한 부하에게 냉소를 날린다. 결정적인 한마디, 잘 좀 태어나지!! 엄청난 팩트 폭격이다.


듣는 사람은 뼛속까지 아프다. 폐부 깊숙이 날카로운 비수가 꽂힌다. 피가 솟구치고 선형이 낭자하다. 잘 태어났으면 왜 네 밑에서 기겠냐. 몸 구멍까지 차오르는 울분을 꿀꺽 삼킨다. 현실은 이렇게 쓰리고 아프다.


“조직, 실력으로 승진하나?”


조직 생활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실력이 있다고 승진하는 건 아니다. 그러면 뭐가 있어야 할까? 연줄, 학연 혹은 지연? 그중 어느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윗분들과 제대로 맺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실력만 보고 뒷배와 연줄 없이 승진하는 조직이 있긴 할까? 사람들은 이상을 꿈꾼다. 실력대로 승진하지 않으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고 말한다. 문득 의문이 든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어디까지가 합리적이고, 어디까지 공정할까? 조직이 요구하는 실력이 뭘까?


실력만이 살길이다?

실력이 출중하면 학연과 지연의 제약을 덜 받는다.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정 수준의 사람이 모인 현실에서 실력은 다들 고만고만하다. 정말 죽을 둥 살 둥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런데 늘 승진에 밀리고 백에 치인다. 동료는 설렁설렁하는데 승진은 도맡아 놓고 한다.


상사는 생각한다. 실력이 별거냐. 나를 잘 따르는 놈이 제일이지. 일은 내가 잘 가르치고 키우면 된다. 직원이 하면 얼마나 잘할까? 언제 뒤통수칠지 모르는 세상이다. 내 사람을 곳곳에 심어야 산다.


이런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삶이다. 성공하려면 실력은 기본이다. 실력은 세상을 뒤집을 정도가 아니면 크게 표가 나지 않는다. 고위층에서는 내가 누군지 알 수 없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눈에 띄려면 남는 건 상사와의 연줄뿐이다. 진짜 기댈 게 그것뿐인가.


영화 ‘내부자들’의 우장훈 검사도 그렇다. 실력이야 있지만 그걸 누가 알아주는가. 직속 상사조차 속으로 그를 무시한다. 누가 해도 그 일을 해낸다고 본다. 실력 말고도 다른 카드를 가져야 한다. 그게 뭘까? 진짜 충견이 되어야 하나? 마음 내키지 않는 아픈 선택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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