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생활, 역린인가? 순린인가?

【외부인의 컨설팅, 내부인의 비판】

by Henry


역린 순린.jpg https://ppss.kr/archives/96516



"이놈의 회사 몇 푼 받는다고 때려치울까?"


해도 해도 이건 너무 하지 않나? 불의를 보고 참지 말라고 배웠다. 알고 보니 그건 책에서나 보는 말이다. 세상 이치가 어디 그런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 수 없다.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지만, 배알 없는 사람처럼 묵묵히 산다.


용의 목덜미 아래에 거꾸로 난 한 자 길이의 비늘이 있다. 이것을 건드린 사람은 죽는다. 군주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다. 군주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역린을 피하는 길이다. 왕이 지배하는 엄혹한 봉건 시대의 이야기다.


용의 비늘이 거꾸로 선 비늘을 건드리면 역린(逆鱗)이다. 군주에게 대드는 것도 역린이다. 지금은 이 말을 많이 쓰지는 않는다. 왕조시대의 권위주의적인 용어라 일상에서 잘 쓸 일이 없다. 그렇다고 해도 불필요하게 상사의 기분을 거스르거나 화를 돋울 필요는 없다. 그것도 따지고 보면 역린이라 할 수 있다.


상사가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내린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다. 부당하다고 말할까? 군소리 없이 복종할까? 고민이다. 뜻밖에 사람들은 상사의 부당한 명령에도 쉽게 굴복한다.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은 '권위와 복종' 실험에서 이걸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목구멍은 늘 포도청이었다.


직장인들은 감히 역린(逆鱗)을 생각할까. 제 결대로 누운 비늘을 따르는 순린(順麟)을 택한다. 사람은 한 번 권위에 복종하면 그것에 적응된다. 스스로 결정하기 힘든 험한 세상이다. 차라리 권위자에게 결정을 위임하고 그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 속 편하다.


정말 상사가 정말 마음에 안 든다면 한판 붙을 수도 있다. 수틀리면 화끈하게 역린을 행하고 사표 던지면 된다.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않는 삶은 불안하다. 회사 문을 박차고 나가자니 밖은 엄동설한이다. 이래저래 상사의 눈치를 보지만, 그래도 두 주먹 불끈 쥐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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