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 년, 200년, 20년 그리고 우리는?

【AI와 슬기로운 동거 생활】

by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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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년보다 200년이 더 길다. 시간의 절대적 길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최근 200년 동안 일어난 문명의 발전 크기가 이전의 시간보다 훨씬 더 크다는 뜻이다. 인류가 침팬지의 혈통에서 벗어난 것은 약 7백만 년 전이다. 그 후 인간은 눈부신 생물학적 진화를 이뤄냈다. 20만 년 전 인류의 직접 조상인 사피엔스가 지구에 등장했다.


사피엔스 등장 이후 인간의 지적 수준은 놀랄 만큼 발달했다. 인지 혁명에 이어 농업혁명도 일어났다. 문자가 발명되고 제국이 건설됐다. 문명이 태동했고, 신화와 철학이 발전했다. 고대 제국을 이어 중세 봉건사회가 등장했다. 이 일들은 인류가 20만 년 동안 이룩한 성과다.


문화와 문명도 긴 축적의 시간을 거친 후, 어느 한순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오랜 세월 충분히 쟁여 놓은 지식의 화약이 르네상스의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 힘은 18세기 말과 19세기 초의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산업혁명은 인류의 산업과 사회 구조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말 그대로 세상을 완전히 뒤집었다.


산업혁명 후 지금까지 약 200년 동안 이룬 발전은 그 이전의 발전보다 더 크다. 그 사이에 인간은 많은 것을 발명했다. 수세식 변기, 자동차, 전기, 세탁기, 청소기, 컴퓨터, 디지털 음원, 로봇 등을 발명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한다. 이제는 인간을 닮은 기계인 AI까지 나타나 활개를 친다.


사람은 편해지려고 지식을 축적하고 기계를 만들었다. 노동 시간을 줄이고 더 많은 여가를 즐기기 위해서다. 세탁기가 빨래하고, AI 청소기가 청소한다. 남는 시간 우아하게 커피를 내리고 화사한 봄볕을 즐긴다. 그건 꿈이었다. 적어도 디지털 기술은 그렇게 해줄 거라고 믿었지만, 정작 우리에겐 그런 여유가 없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우리는 행복하길 꿈꿨다. 아쉽게도 과학과 기술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해주지 못했다. 자고 나면 첨단 기계가 등장한다. 우리는 그것을 가지려고 행복을 잠시 유보한다. 저것만 가지면 되니까 그때까지만 참자고 다독인다. 그걸 장만하고 나면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금방 더 좋은 기계가 나와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더 머리 아픈 건 디지털 기술이다. 디지털 기술은 어느새 아날로그의 영토를 대부분 자치했다. 어제의 신상을 하루 만에 구닥다리로 만든다. 밤사이 성능 좋은 디지털 기계가 새로 등장한다. 욕망은 그걸 가지라고 부추기니 정신없이 일해야만 한다. 이럴 바에는 조금 느려도 아날로그 시절이 더 좋았다. 적어도 그땐 이렇게 정신없진 않았다.


20년 후 세상은 어떻게 될까? 이대로 가면 AI로 무장한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점령할 것이다. 미래학자들의 말처럼 인간을 능가하는 AI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때 인간은 정말 행복할까?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더 바쁘고 더 정신없고 감성은 더 메마를지도 모른다.


아날로그, 좀 느리면 어때? 사람 냄새가 나서 좋기만 하다. 그건 20년 후 아니 200년 후에도 마찬가지다. 그때까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아날로그 감성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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