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인의 컨설팅, 내부인의 비판】
"다 잘될 거야. 나만 믿어!!"
이거 너무 무리하게 투자하는 거 아니냐? 잘 못 되기라도 하면 우리 부서는 통째로 날아갈 텐데? 이런저런 걱정이 앞선다. 이 와중에 상사의 확신에 찬 말에 조금은 안심한다. 그래 뭐 이사님이 저래 자신하니 문제 될 거야 없겠지. 에라 모르겠다. 하라면 해야지 뭐 별수 있나.
“자네 뭘 제대로 알기나 해? 내 말이 맞아!!”
상사가 부하의 비판에 이렇게 말한다면, 이 프로젝트를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실제 맞는 말일 수도 있지만, 생각이 틀렸을 확률도 만만찮게 높다. 리더는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를 좋아한다. 반대로 자기 의견에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정보는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거나 축소한다. 일종의 확증 편향에 빠지기 쉬운 것이 자수성가한 상사의 특성 중 한다. 매사를 지나치게 낙관하는 리더는 문제의 잘못을 외면함으로써 조직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
바라는 것과 실제는 차이가 있다. 원하는 걸 모두, 아니 일부라도 제대로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행하게도 삶은 우리 뜻과는 반대로 흘러갈 때가 많다. 그러니 리더는 비현실적 낙관주의에 빠지는 걸 경계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긍정적인 평가를 좋아하고, 부정적인 평가를 싫어한다. 더구나 상사가 추진하는 계획을 부하 직원이 비판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극단적인 긍정주의가 좋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바버라 에런 라이크(Barbara Ehrenreich)는 자신의 책 『긍정의 배신(부키, 2011)』에서 긍정이 자주 사람을 배신한다고 말한다. 지나친 낙관주의와 추상적인 긍정심리는 현재 당면하고 있는 잘못과 모순에서 눈을 돌려버리게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생각이 오히려 일을 그르칠 때가 많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것을 고칠 기회를 날려버리는 긍정의 배신이다.
리더는 아부하는 말만 듣는 팔랑귀를 가졌다. 듣기 좋은 말에 솔깃하고 듣기 싫은 말에는 귀를 닫아버린다. 아랫사람이 바른말을 하거나 대놓고 반대하기 힘들다. 그렇다고 매사 대놓고 비판하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다. 속으로 성공을 바라지만, 실패할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자는 말이다. 부하 직원의 말이라도 잘 들어보고 맞다 싶으면 수용해야 한다.
1인용 전동 이동 수단 세그웨이 첫 출시 20년 만인 2020년 생산을 종료했다. 이유는 판매 부진 때문이다. 세그웨이를 발명한 딘 케이먼(Dean L. Kamen)은 자신감에 넘쳤다. 그는 세그웨이가 도시 교통의 혁명이 일 것이라며 자동차는 쓸모없어질 거라고 낙관했다. 처음에는 미래의 운송 수단으로 여겨질 만큼 언론과 사람의 대대적인 호평을 받았다.
아뿔싸, 지나친 낙관이 화가 됐다. 자신감에 넘친 케이먼은 한 달에 4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제조공장을 세웠다. 안타깝게도 20년 동안 겨우 14만 대를 팔았다. 가격은 비싸고,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세그웨이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자 2009년 영국 기업이 회사를 인수했다. 2015년에 또다시 소유권이 중국 나인봇(NineBot)에 넘어갔고, 끝내 세그웨이의 생산은 중단됐다. 리더의 비현실적 낙관주의가 불러온 안타까운 결말이다.
리더의 낙관과 추진력으로 조직을 키운 사례도 많다. 탁월한 지도자라면 가능한 일이다. 그가 제대로 미래를 읽는 통찰력을 가졌을 때 말이다. 그런데 그걸 사전에 알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성공과 실패가 확정된 후에야 지도자의 안목이 뛰어난지 아닌지를 가름한다. 그때는 모든 것이 끝난 후라 너무 늦다. 그러니 비판적인 이야기라도 들어보고, 조금 더 신중하다고 해서 나쁠 게 없다.
리더의 판단이 실패하면 조직이 휘청인다. 현실은 늘 묘하게 돌아간다. 사고가 터지면 높은 분들은 살아남는다. 온갖 빽과 인맥을 동원해 책임질 일에서 빠진다. 뒤처리와 벌은 직원들 몫이다. 성공 신화에 사로잡힌 지도자의 비현실적 낙관주의는 조직을 위기로 내몰 수 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듣기 싫어도 부하 직원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이자. 지나친 자기 확신이 불러올 비극을 한 번 더 점검해 손해 볼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