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으로 비관하고, 의지로 낙관하라.

【외부인의 컨설팅, 내부인의 비판】

by Henry

곧 석방될 거야.

“분명 크리스마스 전에는 풀려날 거야.”


월남전에서 포로로 잡혔던 미군들 이야기다. 그들은 곧 석방될 것이라 생각했다. 현실을 무척이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낙천적으로 믿었다. 막강한 미군들이 자신을 금방 구해줄 거라고 철석같이 여겼다. 크리스마스가 지나도 포로수용소 생활은 계속됐다.


"내년 부활절 전에는 미국으로 돌아갈 거야’


기대는 실현되지 않았다. 그들은 추수감사절을 기다렸다. 그래도 석방 소식이 없자 연말 크리스마스를 기대했다. 그래도 석방되지 않자 그들은 절망했다. 상심에 빠진 그들의 건강이 급속히 나빠졌다. 무작정 낙관만 했던 그들은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베트남 포로수용소, 사진 출처 : https://partner.mydongsim.com/partner/agencybiz/view?boardIdx=1936


“언제 석방될지 몰라. 대비하고 견뎌야 해”


제임스 본드 스톡데일(James Bond Stockdale, 1923~2005)은 미국의 해군 장교였다. 그는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간 베트남의 수용소에 갇혔다. 그동안 수십 차례의 악랄한 고문을 당하고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었다. 그는 언제 석방될지 모르지만, 꼭 석방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암울한 현실을 견뎠다.


그는 처음부터 석방을 낙관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현실을 인정했다. 오랜 시간 포로수용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온갖 고초를 견딘 끝에 결국 석방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는 "결국에는 성공하리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 동시에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살아남은 사람과 죽은 사람의 차이는 뭘까? 비현실적 낙관과 현실적 낙관의 차이다. 무작정 잘될 거라는 긍정적인 말은 우선 듣기는 좋다. 그런데 근거가 없기에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실망하고 낙담한다. 이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면 스스로 포기한다. 삶의 의지와 희망을 내려놓는다.


세계적 경영컨설턴트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이 사례를 ‘스톡데일의 역설(Stockdale Paradox)’라고 불렀다. 어떤 역경에 처했을 때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정면 대응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조만간 일이 잘 풀릴 거라고 막연히 낙관하면 무너지고 만다. 그것은 ‘희망의 역설’이자 '긍정의 배신'이다. 냉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끈기 있게 기다리며 노력하면 살아남는다.


지성은 비관적으로, 의지는 낙관적으로

프랑스의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로맹 롤랑(Romain Rolland, 1866~1944)은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가 일을 성공시킨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철학자이자 사회사상가인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1937)가 이 말에 감동했다. 그는 옥중에서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의 지성은 비관주의적이지만, 나의 의지는 낙관주의적이다"라고 적었다.


사진 출처 : https://v.daum.net/v/20211115083813970


여기서 '이성으로 비관하되, 의지로 낙관하라.'라는 말이 나왔다. 조직이나 개인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먼저 현실을 이성적으로 비관해야 한다. 현실을 냉혹하게 진단하지 않고 덤볐다간 참혹한 패배로 끝난다. 무조건 잘 될 거라는 대책 없는 낙관론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현재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놓고 통렬하게 비판할 때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온다.


비현실적 낙관주의나 무조건 좋은 게 좋다는 심리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도록 한다. 맹목적인 낙관론은 우리는 남들과 다르다고 착각하게 한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려고? 우리는 그들과 다르니 너무 걱정할 것 없다. 안타깝게도 위험과 불행이 우리만 비껴가는 일은 없다. 이성적으로 비관했다면, 사전에 충분히 대비했을 기회를 놓친다.


세상은 낙관주의자와 긍정주의자가 점령했다. 조직 내의 비관주의자와 내성적인 사람은 입도 벙끗 못한다. 지나친 긍정이 조직이나 나라를 위기로 내몬 일도 많다. 끝내 조직을 망하게 한 경우도 한둘이 아니다. 그럴 때는 비관주의자의 말도 들어보는 것이 좋다. 좋은 것이 좋다는 생각과 무조건 잘 될 거라는 생각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낙관도 지나치면 모자라만 못하다.


지금은 모든 조직이 위기 상황이다. 나라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대학도 그렇다. 대책 없는 낙관을 멀리하고, 무한정의 비판도 자제해야 한다. 그렇지만 비현실적 낙관주의에 사로잡혀 곧 일이 잘 풀릴 거라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 큰 일이다. 그 판단의 중심에는 리더가 있다. 리더는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그 위에 의지의 낙관을 쌓아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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