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사를 욕하면서 닮아갈까?

【외부인의 컨설팅, 내부인의 비판】

by Henry

나는 정말 좋은 상사가 될 것이다.

“나는 직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좋은 상사가 될 거야!!”

“내가 저 자리에 있으면 절대 저렇게 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독재적이고 강압적인 상사를 만나면 그를 비난한다. 아랫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윽박지르는 상사 밑에서 일하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왜 저렇게 사람을 무시하면서 일을 시킬까. 민주적인 방식으로 지시하면 서로가 좋을 텐데 안타깝다. 소통하면서 일하면 사기가 올라가서 업무 성과도 높아질 것이다. 나는 상가가 되면 직원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다짐한다.


부드럽지만 무능한 상사를 만나도 우리는 그를 욕한다. 조직은 느슨하고 관리가 엉망이다. 부서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하루가 멀다고 직원은 떠난다. 새로 온 직원은 며칠 버티지 못하고 나간다. 업무는 쌓이고 능률은 오르지 않는다. 조직을 이렇게 만든 무기력한 상사를 비난한다. 내가 저 자리에 앉으면 절대 저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퇴근 후 직원들이 모여 술이라도 한잔할라치면 이런 상사들을 성토한다. 마른오징어 씹듯 잘근잘근 씹는다. 내일이라도 당장 회사를 때려치울 것처럼 말한다. 하루에도 열두 번이나 사표 내려는 것을 참고 있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렇게 상사를 욕하면서 스스로 위로한다. 그러고는 나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고, 직원들을 위하고 아껴주는 상사가 되겠다고 큰소리친다.


과연 그렇게 될까?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옛날 무서운 시어머니 밑에서 혹독하게 시집살이를 한 며느리는 늘 그렇게 다짐한다. 내가 시어머니가 되면 절대 며느리를 고생시키지 않을 거라 맹세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시어머니가 되고 며느리를 맞으면 더 엄한 시어머니가 된다. 절대 그런 상사가 되지 않으리라 다짐한 부하가 정작 상사가 되면 더 엄한 상사가 되는 이치다.


내가 어떻게 해서 이 자리까지 왔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너무 편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흔히 말하는 ‘라떼’ 논리가 나오면서 자연스레 ‘꼰대’가 된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말이 맞아떨어진다. 그 옛날 자기가 모시던 상사가 보여준 일방적인 태도를 잊은 지 오래다. 그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욕하면서 배웠기에 행동은 진화하기 마련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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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저서 『선악을 넘어서』에서 한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그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중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얼마나 뛰어난 통찰인가?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괴물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괴물이 될 수 있다. 무척이나 역설적이고 모순된 상황이다. 괴물 같은 상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그보다 더한 괴물이 된다. 권력이라는 괴물과 싸우던 사람이 막상 권력을 갖게 되면 자신도 권력이 취해 버린다는 뜻이다.


직장의 인간관계는 계급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계급이 높아지면 권력도 강해지고, 그것이 주는 기쁨도 커진다. 부하 직원이 내 말을 따르고, 내가 화를 내면 바짝 긴장한다. 내 말 한마디로 조직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쾌감이 솟는다. 상사의 뇌에서 쾌락의 물질인 도파민 분비량이 증가한다. 도파민이 주는 쾌감에 빠질수록 상사의 뇌는 점차 그것에 중독된다.


직급과 계급이 높아지면 대부분 사람은 달라진다. 과거에는 자상하고 친절하던 사람이 직급이 높아질수록 점차 권위적으로 변한다. 저분이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처음에는 안 그랬는데 심연 속의 괴물을 닮아 그렇게 된 것인지 혼란스럽다. 상사의 머릿속에 분출되는 쾌감의 물질인 도파민이 그렇게 만든다.


도파민은 사람을 용감하게 만든다. 도파민이 주는 쾌감은 자기 결정에 확신과 기쁨을 준다. 권력자는 매사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며, 자기가 똑똑하다는 생각에 젖는다. 집중력과 추진력을 높여주고, 그가 전략적으로 사고하게 만든다. 이것은 도파민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이다.


권력이 높아질수록 도파민 분비량도 증가한다. 과도한 도파민은 실패의 위험을 간과하게 하고, 오직 성공의 확신만 불러온다. 권력자는 목표 달성과 자기만족에 도취한다. 자기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고, 나만 한 사람은 없다는 오만에 빠진다. 권력에 취한 리더는 상황을 과도하게 낙관해 조직 전체를 위기로 내몬다. 무엇이든 중독은 이래서 위험하다.


권력에 중독되지 않고,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항상 자기를 돌아봐야 한다. 계급이 높아져 직원들의 생각을 무시하거나 그들의 의견을 외면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상사의 힘과 인기라는 것도 그 자리에 있을 때나 가능하다. 계급이 사라지고, 직급에서 내려오는 순간 힘은 사라진다. 권력에 중독되지 않으면서도 카리스마를 유지할 수 있어야 진짜 좋은 상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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