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붉은 장미는 빛의 고통이다.

【빛과 색의 유혹】

by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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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여왕의 계절이자 색채의 계절

뜨거운 태양, 작열하는 열기, 인내의 끝판을 요구하는 7월은 태양의 시간이다. 세상을 불바다로 만드는 8월의 태양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7월과 8월의 해는 모든 생명을 불태워 죽일 듯한 맹렬한 기세로 타오른다. 햇빛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알프레드 카뮈의 '이방인' 뫼르소가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한여름의 태양에는 어둡고 광폭한 죽음의 그림자와 시뻘건 피의 냄새가 난다.


지금은 오월의 부드럽고 자애로운 햇살을 만끽할 때이다. 하늘은 다정하고, 바람의 손길은 섬세하다. 세상은 눈이 편안한 초록이다. 계절은 붉은 장미꽃으로 여왕의 대관식을 치른다. 살아 있는 오월 태양은 어머님의 부드러운 손길을 닮았다. 5월은 여왕의 계절이자 동시에 색채의 계절이다. 온통 울긋불긋한 화려한 색으로 멋진 풍경화를 그린다. 그러나 만일 빛 속에 색채가 없었다면 여왕의 계절도 없다.


색의 근원을 밝히려는 데카르트와 뉴턴의 생각을 알아봤다. 이번에는 두 사람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 괴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데카르트와 뉴턴과 달리 괴테는 인문학과 철학의 눈으로 색을 봤다. 괴테 색채관은 데카르트와 뉴턴과 달라도 한참 다르다.


괴테(Goethe, Johann Wolfgang von, 1749~1832)가 누구인가. <파우스트>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쓴 위대한 문학가이다. 동시에 뛰어난 과학자이면서도 철학자이기도 하다. 이 시기의 천재들은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괴테는 심지어 『색채론』에서 해박한 색의 이론을 전개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의 문학적 색채관을 밝혔다.


괴테는 세상에는 노랑의 밝음과 파랑의 어둠만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노랑의 밝음과 파랑의 어둠이 서로 힘을 겨루면서 경계가 합쳐지고 중첩된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색채가 발생한다. 노랑과 파랑 가운데 어느 쪽으로 많이 쏠렸는지, 어느 힘이 더 강한지에 따라서 그쪽에 가까운 색이 나온다. 괴테는 색채가 노랑과 파랑의 힘의 균형과 대립에서 발생한다고 봤다. 그는 빛과 어둠의 힘겨루기에서 원초적 색(빨강, 노랑, 파랑, 보라)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괴테의 색채론은 과학적 실험의 결과가 아니라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하지만 화가들과 문학가들은 괴테의 색채론을 좋아했다. 특히 그림에 본격적으로 빛을 도입한 인상주의 화가들은 괴테의 색채 이론을 잘 활용했다. 색채의 근원이 빛과 어둠이라는 그의 주장은 인상주의 화가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에서 빛과 색채의 강렬한 대비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색은 빛의 행위이자 고통

"색채는 빛의 행동, 다시 말해 빛의 행위이자 고통이다"


색채와 빛은 관계를 근사하게 시적으로 표현했다. 괴테가 자신의 저서『색채론』(괴테·정희창 옮김, 민음사, 2020)에서 한 말이다. 괴테는 빛의 파랑과 노랑, 밝음과 어둠의 힘겨루기가 색채를 만든다는 보았다. 밟음과 어둠의 치열한 힘겨루기는 빛 내부의 고통이고, 그 고통의 결과가 아름다운 색으로 구현된다는 것이다.


괴테의 말을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뉴턴의 색채관에 가까워진다. 빛은 대기 중의 공기나 먼지 입자와 충돌한다. 이 충돌로 빛의 스펙트럼은 깨지고 공중에서 산란한다. 우리는 그것을 '빛의 행위이자 고통'으로 해석한다. 하늘에서 파편으로 흩어지는 빛의 고통과 멍울이 하늘을 파랗게 물들인다. 대기 중에 아무것도 없다면 빛의 아픔도, 빛의 멍울도 없다. 빛은 색을 뿌리지도 못하고, 투명한 백색광으로 남는다.


괴테는 파란색과 노란색을 좋아했다. 파란색 특유의 고독하면서도 우울한 느낌 때문일까. 괴테는 1774년 소설 『베르테르의 슬픔』을 발표하면서 베르테르의 고독과 우수를 베르테르가 입었던 연미복의 파란색으로 상징하였다. 가질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베르테르는 끝내 권총으로 자살한다. 베르테르가 자살하던 날 받쳐 입은 조끼의 노랑과 연미복의 파란색은 괴테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던 색깔이다.


괴테의 『베르테르의 슬픔』이 발표되자 청춘의 열정으로 방황하던 유럽의 젊은이들이 자살했다. 그들은 고독과 우수에 찬 얼굴로 소설 속 베르테르처럼 파란 연미복과 파란 조끼를 입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훗날 사람들이 '베르테르의 효과'라고 부르는 동조 자살 현상이 최초로 일어난 것이다. 첫사랑의 실패를 모티브로 쓴 이 책에서 괴테는 자기가 좋아하는 파랑과 노랑을 극적으로 대비했다.


괴테의 색채론은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더 낭만적이고 가슴에 닿는다. 화가와 문인인 그가 들려준 색깔 이야기에 많은 사람이 귀 기울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데카르트, 뉴턴 그리고 괴테에 이르러 다양한 색채론을 알아봤다. 결론은 하나다. 빛은 색채의 어머니이자 고향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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