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경제학 18】
콩깍지가 씌어 미친 거야.
사랑이 영원하다고? 그럼 참 좋겠어. 그런데 그거 불가능하다는 거 너도 알잖아. 사랑을 오래 유지하려면 참 힘들어. 제대로 된 사랑을 하려면 노력이 많이 필요해. 안타깝게도 노력보다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아. 우리가 사랑 때문에 울고, 사랑 때문에 가슴앓이하는 건 다 그 때문이야.
사랑에 빠지면 온통 그 사람 생각만으로 가득한 거 경험했지? 세상 사람이 다 미쳤다고 해도 좋은 걸 어떡하냐고 볼멘소리를 한 적도 있었지. 눈에 콩깍지가 단단히 씌었지. 그때는 미쳐도 단단히 미쳐 눈에 뵈는 게 없었어. 그런데 알고 보면 사랑에 빠진 건 진짜 미친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해.
사랑에 빠졌을 때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상황이 정신병자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해. 말하자면 진짜 미친 것과 같다는 거지. 인정하기 싫지만 그건 사실이래. 뇌 영상 사진만 보면 둘 사이를 구분하기 힘들다는 뜻이지. 짝사랑에라도 한번 빠져봐.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는 일이 벌어지잖아. 진짜 사랑에 빠지면 다 미치게 되나 봐. 그나마 사회적으로 용인된 미친 짓이니 다행이지 뭐.
사랑도 중독의 위험이 있어. 마약이나 알코올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에게 깊이 빠지면 그 사람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해. 종일 그 사람만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고, 온 신경을 그 사람에게만 집중하게 한다면 그건 사랑의 중독이야. 도박과 쇼핑에 중독되면 쉽게 끊지 못하잖아. 사랑도 마찬가지야. 중독에 빠지면 상대를 보지 못하면 불안해지고, 그 사람이 곁에 없으면 마음이 극도로 예민해져. 그러다 보면 상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일이 일어나.
사랑 중독은 마약중독이나 알코올중독보다 더 해결하기 어려워. 마약중독이나 알코올중독은 겉으로 증상이 드러나잖아. 그래서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치료할 수 있어. 그런데 사랑 중독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겉으로 보기에는 자상하고 끔찍이도 연인을 아끼는 걸로 보여. 너무 헌신적이라 연인이 자기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지. 그게 비극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 말이야.
사랑은 최소 비용의 최대 효과가 아니야.
사랑 중독에 빠진 사람은 상대 생각으로 정신적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비해. 평소에는 멀쩡하고 자상하게 보여 괜찮아. 그렇지만 이별의 순간에 중독 증상이 밖으로 드러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끊임없이 상대에 집착하고, 애원하고, 매달려. 사랑이 떠나는 걸 참지 못하고, 다음 사랑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아.
어쩌면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노력과 정성을 기울일 마음이 없는지도 몰라. 익숙함과 편안함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사랑을 하기에는 너무 큰 비용을 치렀다고 생각할 거야. 그렇다고 계산기로 수지타산을 맞춰 본다는 말은 아니야. 사랑에 중독된 사람은 집착과 사랑을 잘 구분하지 못해. 그들은 자신이 기울인 노력을 늘 과대평가하고 그걸 진정한 사랑이라 착각하지.
사랑하는 연인이 자신을 떠나겠다고 할 때, 누가 쉽게 받아들이겠어? 이별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지. 누구나 떠나는 사랑의 발길을 돌리려 노력해. 끝내 그것이 소용없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정상적인 사람은 이별을 받아들여. 상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떠나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야. 생살 찢어지듯 마음이 아프지만 참고 견디는 거지.
따지고 보면 사랑은 열정이 아니라 기술이야. 더 나은 사랑을 하려면 끊임없이 사랑의 기술을 혁신해야 해. 사랑에 빠지는 건 쉽지만, 사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건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이걸 잘 알아. 사랑은 단 한 번의 열정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지.
진정한 사랑은 최소 비용만 지불하고, 최대의 효과를 바라는 게 아니야. 제대로 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의 비용을 치르고, 최소의 효과만 기대하는 것이 좋아. 내가 상대에 기대하고 바라는 것보다 더 많이 사랑하면 어떨까?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사실 쉽지 않겠지. 그래도 기대치를 낮춘 사랑은 가능하지 않을까.
진정한 사랑은 상대에게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고, 서로의 마음을 배려하고 격려해. 상대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믿고, 그를 다시 만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지. 공을 많이 들이지만, 반대급부를 바라지도 않지. 비용을 많이 들이지만, 기대하는 바가 적어. 실망하지 않고, 참고 인내하는 그런 사랑이 오래가는 법이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연인의 이별 통고를 받아들이지 못해. 차갑게 식어버린 상대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고 되돌려 놓으려고 안간힘을 쓰지. 상대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때는 파괴적으로 돌변해. 끝내 결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자살, 스토킹, 폭력 같은 가학적인 방법으로 집착해.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 데 이럴 수 있냐면서 분노하지. 이들은 사랑에 빠질 줄만 알지, 사랑을 오래 유지하는 방법을 몰라. 이들은 사랑을 유지하는 데 최소 비용만 지불하려고 해. 그러고는 상대가 항상 내 곁에 머물기를 원하지.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최소 비용의 최대 효과라 할 수 있지. 사랑의 이름으로 상대를 영원히 옭아매려 하는 거야.
연인들이여, 한 번 사랑은 영원한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기대하지 말고, 최대 비용으로 최소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좋아. 최대한 배려하지만, 최소한만 바라면 좋을 거야. 그래야 사랑이 오래갈 수 있어. 끝내 사랑의 수명이 다했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고 해. 그렇다면 집착하는 이별도 없어야 하지 않겠니? 한 번 떠난 사랑이 발길을 되돌려 다시 찾아오기는 어려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