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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외롭지 않을 자신 있어? 그럼 사랑해도 좋아!

【별별 경제학 19】

by Henry
고독.jpg 사진 픽사베이


꼭 필요한 것은 고독이야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시가 있어. '사랑은 홀로 따로따로 있어야만 완성된다'고 하면서,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라고 충고하지.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라는 제목의 시로 많이 들어봤을 거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지. 그러나 실제로 릴케가 이 시를 쓴 흔적은 없어. 아무리 그의 작품을 뒤져봐도 이 시를 찾을 수 없었어.


“꼭 필요한 것은 다만 이것, 고독, 즉 위대한 내면의 고독뿐입니다. 자기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몇 시간이고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 바로 이러한 상태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프란츠 카푸스라는 젊은 시인 지망생의 질문에 릴케가 답장으로 보낸 편지에 나오는 내용이야. 릴케는 진정으로 무언가를 이룩하려면 고독 속에 깊게 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도 자기 내면의 고독에서 나온다는 말인 것 같아. 상대의 고독이든, 자신의 고독이든 그것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사랑이 나온다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


릴케의 이러한 생각을 누군가가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어라.'라고 표현한 건 아닐까. 그런 추측을 해볼 수 있어. 뭐 이건 내 생각이 아니야. 이렇게 해석하는 학자들이 있기에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아무튼 진정한 사랑은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고독 속에서 지켜볼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말로 이해해.


직장 생활이 어디 쉬운가

“앗!! 이런 늦었다.”


오늘도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아침을 시작했어. 아침 먹을 시간이 어딨어? 늦잠을 자는 바람에 그냥 총알처럼 튀어 나갔지. 전철역까지 정신없이 뛰었어. 떠나려는 급행 전철에 몸을 던졌지. 문이 닫히기 전에 가까스로 올라탔어. 1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를 서서 가니 이런 고역도 없어.


아슬아슬하게 사무실로 슬라이딩했어. 뭐 이 정도 슬라이딩 실력이면 메시의 공격도 막을 수 있어. 그런데 컨디션이 엉망이야. 어제 모처럼 동창들과 만나 한잔했지. 진짜 한잔만 했냐고? 거참 뭔 농담을 그리 진지하게 하시나요. 몽골 초원을 달리듯 술집을 마구 달렸지.


직장 생활은 힘들고 외로워. 어디 마음 둘 데도 없어. 동료들의 위로도 그때뿐이지 크게 힘이 안 돼. 어차피 동료가 잘리지 않으면 내가 잘리는 게 직장이야. 겉으로는 동료지만 속으로는 치열한 경쟁자들이지. 그러니 시원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어. 상사를 잘 못 씹기라도 했다간, 자칫하다간 내 목을 치는 서늘한 비수로 돌아올 줄 판국이야.


외로우니 기댈 걸 찾아야지. 마음을 달래 줄 뭔가가 있겠지. 아직 미혼이면 사랑을 찾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만 만나면 마음이 크게 안정될 거라 기대하지.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해하는 사람도 많아. 그도 저도 아니면 술이든 도박이든 빠지기가 쉬워. 그렇게 우리는 외로움을 달래 줄 사람이나 무언가를 찾는 거야.


혼자서도 외롭지 않아야 사랑을 할 수 있어.

네트워크 기술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게 만들었어.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전 과정을 상품화한 거야. 탄생-성장-노화-사망에 이르기까지 다 돈을 주면 살 수 있게 만들었어. 사랑도 상품이 된 지 오래야. 데이터 앱이 나오고 결혼 시장이 호황을 맞이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잖아.


세상이 편리해진 만큼 우리는 행복할까? 현대 사회가 정신 건강 측면에서는 그리 좋은 시기는 아니야. 풍요하니까 정신적으로는 외롭게 된 거야. 사람 사이에 존재하던 선의와 호의가 사라졌어. 이제는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해야 해. 도와주고 도움을 받는 그런 아름다움은 없어. 그저 각박하고 냉정하고 치열한 경쟁만 존재하지.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인간은 더 고립되었고, 소외가 주는 불안감이 커졌어. 어디 한 군데 마음 붙일 데 없는 영혼들이 망가지기 좋은 세상이야.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은 어딘가에 빠져 그것에 기대며 살아야 해. 쇼핑 중독, 도박 중독, 알코올 중독이 이래서 나타나. 사랑 중독도 그중 하나야. 그렇지만 제일 독하고 치유하기 힘들어.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겪는 이별을 하지. 이별이 얼마나 아픈 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야.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아픔을 견디고 이겨내지. 그렇지만 유난히 고통을 참지 못하는 사람도 많아. 그런 사람은 한사코 이별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쳐. 떠나려는 연인을 보내지 못해 극단적인 사건을 저지르기도 해. 참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야. 그게 바로 사랑 중독이 불러온 금단 증상이야.


혼자여도 외롭지 않아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어. 중독에 빠지지 않는 그런 사랑을 말이야. 상대의 고독을 존중하고 나도 고독 속에 침잠할 수 있어야 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외로운 건 외로운 거야. 그건 이 사회가 우리에게 덧씌운 굴레야. 돈이 적다고 해서 꼭 외로움을 더 많이 탄다는 것도 아니야. 그건 마음의 문제가 아닐까 해.


그런 면에서 보면 릴케의 통찰력이 뛰어나. 꼭 필요한 것은 위대한 내면의 고독뿐이야. 몇 시간이고, 몇 날이고 자기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혼자 있을 수 있는 고독이 중요해. 그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야 진정한 사람을 할 수 있다는 말로 들려. 그렇게 된다면 지나치게 사랑에 의지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매달리지도 않아.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 있고, 깊은 고독을 즐길 수 있으니까.


2천 년도 더 전의 불교 경전 <숫타니파타>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고 충고했어.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고, 연정에서 우환이 생긴다'라고 말했잖아. 모든 욕망과 애증을 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고독에 침잠하라는 릴케의 충고가 가슴에 더 와닿아. 속세에 물든 나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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