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냄새가 사라질 때 알츠하이머가 찾아온다.

【우리 안의 치매 16】

by Henry

생활 속의 치매 예방 훈련

'95에 59를 곱하면 얼마일까? 시간이 날 때면 가끔 암산을 해.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도 좋아. 먼저 숫자 9와 숫자 95를 곱한 값인 855를 뇌의 해마가 잠시 기억하고 있어야 해. 그 사이에 50과 95를 곱한 값 4,750을 구하는 거야. 그리고 이 둘을 합한 값 5,605를 계산하는 거야.


이걸 종이에 적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해. 숫자 두 자릿수 곱셈을 암산으로 하니 버거워. 해마는 여러 개의 숫자를 동시에 기억하는 걸 잘하지 못해. 해마의 기억 용량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지. 전화번호 9개를 불러주면 그걸 단번에 외우기가 쉽지 않잖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억 능력은 훈련을 통해 향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지.


해마의 뉴런은 소멸해도 유일하게 재생할 수 있어. 세계적 뇌 신경의학자 에릭 켄델의 말이야. 켄델은 학습을 통한 기억 능력의 향상을 증명함으로써 노벨 의학상을 탔잖아. 그의 연구 덕분에 우리는 학습과 훈련을 통해 기억 능력을 향상하고 있어. 그렇지만, 한 번 소멸한 해마의 뉴런을 되살리고 기억을 증진하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해.


뉴런과 시냅스의 연결이 인간의 지적 활동을 보장한다고 했어. 시냅스가 끊어지면 뉴런도 살아남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바로 뉴런이 소멸하지는 않아. 그러나 몸통인 뉴런이 사라지면 시냅스도 통째로 소멸해. 마치 나뭇가지의 큰 줄기가 사라지면 작은 가지들도 함께 사라지는 것과 같아. 그러니 뉴런을 잘 관리해야 해.


나흘 전인가? 지하철에서 우연히 미국 영화배우 니콜라스 케이지의 얼굴이 떠올랐어. 뭐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그랬어. 이름이 기억나지 않고, 그의 별명만 생각났어. 한때 한국인 부인을 둔 덕분에 한국에서는 케서방이라는 불렸어. 이름 중 오직 '케'라는 한 음절만 생각난 거야.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지. 그렇게 하지 않고 나는 이름을 떠올리려고 노력해. '케'를 앞에 두고 가나다순으로 음절을 붙여 보는 거야. 예를 들면. 케가, 케갸, 케고, 케교, 이런 식으로 말이야. 외국인 이름은 이렇게 해도 맞추기 참 쉽지 않아. 안 되면 기억이 날 때까지 몇 날, 며칠을 두고 틈날 때마다 이름을 되뇌어 보는 거야.


니콜라스 케이지를 나흘 만에 떠올렸어. 한국 이름이면 성공 확률이 높아. 성이 김씨면, 김가, 김갸, 김고, 김교, 이런 식으로 자음과 모음을 순서대로 붙여가다 보면 번쩍하고 이름이 떠오를 때가 많아. 한 번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말이야. 시간을 두고 다시 시도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기억이 떠오르곤 해.


왜 이렇게 할까? 사라져 가는 기억 때문이야.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고 미리 예방하는 거지. 치매가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 말했잖아. 불과 5년 만에 똑똑하던 후배를 거의 바보로 만든 병이야. 며칠 전에 만났는데 나를 겨우 알아봐. 반갑다는 말도 못 하고 거저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거야. 건강하냐고 물어도 씩 웃기만 하는 거야. 하긴 그게 웃는 건지 아닌지도 정확하게 몰라. 마음이 너무 아프고 찢어지는 거야.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가 부른 알츠하이머병

시냅스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달라 붙은 뉴런, 사진 픽사베이


치매의 원인은 무척이나 다양해. 그중에서 60~80%를 차지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이 원인이야.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흔한 치매의 형태로, 뇌의 신경 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병이지. 주로 65세 이상의 노인에게 발병하지만, 조기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더 이른 나이에도 나타나기도 해.


알츠하이머 치매가 무서운 것은 조기 발병이야. 65세 이전에 병이 발생하면 진행 속도가 너무 빨라. 손 쓸 틈도 없이 상태가 악화해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상실하지. 나이가 젊을수록 그게 알츠하이머인 줄도 몰라. 처음에는 건망증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 그러다가 상태가 심각해져 병원에 가면 후배처럼 너무 늦은 거야.


알츠하이머병은 뇌 신경세포(뉴런) 주위에 단백질 조각이 뭉쳐 생기는 치매야. 단백질 조각이 모여 덩어리가 된 것이 베타 아밀로이드(Beta-amyloid)야. 이 덩어리가 뉴런 사이의 정상적인 신호 전달을 방해하지. 시냅스와 뉴런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 정보가 흐르지 않는 뉴런과 시냅스는 죽어버리지.


베타 아밀로이드는 뉴런 주변에서 염증을 만들기도 해. 이 염증은 뇌세포의 손상을 더욱 가속하고, 치매의 진행을 촉진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해. 특히 젊은 나이에 걸릴수록 치명적이야. 베타 아밀로이드는 기억과 학습 능력을 저하하고, 판단력을 떨어뜨리는 등 인지 능력의 장애를 유발해.


최근 판단력이 떨어지거나 잘 수행하던 일이 갑자기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있을 거야. 남들이 요즘 성격이 변했다거나 행동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면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아 보는 것도 좋아. 가끔 시간과 장소를 혼동할 때도 마찬가지야.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는 후각 기능의 상실이 가장 무서운 알츠하이머 치매의 전조 증상이라고 해.


알츠하이머병의 뚜렷한 예방 방법은 아직 없어. 건강한 식습관, 정기적인 운동, 독서와 책 읽기 같은 지적 활동은 뇌를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어. 특히 평소 기억 증진 훈련을 하는 것도 좋을 거야. 다음에 자세한 이야기를 하겠지만, 오늘은 내 경험을 말했어.


틈날 때마다 두 자릿수의 곱셈을 암산으로 해보는 거야. 쉽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머릿속 뉴런은 바삐 움직이면 열심히 운동할 거야. 암산하느라 분주하고, 전기 신호가 빠르게 뉴런과 시냅스를 통과하지. 두뇌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양제야. 이것만 가지고 알츠하이머를 예방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 이렇게라도 노력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고맙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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