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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nry Aug 22. 2023

"패션은 사라져도, 스타일은 영원하다"

【색(色)의 인문학 18】


순결함, 신성함, 완전함

색의 원천이자 불멸의 흰색

패션은 사라져도 스타일이 영원하다는 

코코 샤넬이 사랑한 화이트



빛에서 색으로, 색에서 빛으로

나는 순결의 상징, 흰색이야. 가시광선의 스펙트럼에는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남색, 보라색이 있다고 했어. 이들 파장의 빛을 모두 합하면 흰색이 되는 거야.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을 가시광선이라고 해. 그걸 파장대로 쪼개면 색이 되고, 쪼갠 색을 합하면 다시 가시광선인 하얀빛이 되는 거야.



뉴턴은 프리즘으로 빛을 분리해 색을 만들었어. 그는 산란한 일곱 가지 색을 다시 프리즘의 한 점으로 모았어. 그랬더니 원래의 하얀색 빛으로 돌아갔어. 뉴턴은 빛이 색이 되고, 색이 다시 빛이 되는 것을 보였어. 그리고서 그는 "흰색은 빛의 색이다"라고 말했어. 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흰색의 빛이 여러 무지개색 빛의 총합이라는 사실을 알았어.


흰색은 빛의 색이자 모든 색의 원천이지. 흰색은 색의 부재를 뜻하면서도 가장 완벽한 색이라고 평가받기도 해.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4)는 "흰색은 침묵이다. 그러나 죽음의 침묵이 아닌, 가능성으로 가득 찬 침묵이다"라고 말했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흰색을 근원적인 색이며 빛을 대표하는 색이라 했어. 흰색은 스스로 색을 가진 것이 아니라 빛 속에 들어있는 모든 색을 말해. 흰색은 밝고 어두운 것만 있고, 색상도 없으니 채도도 없지.


흰색은 전통적으로 신성, 완전함, 불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 태양의 흰 빛은 영원을 상징하고, 종교적으로 부활, 영생, 행복을 뜻하기도 해. 한편으로 인류는 속죄를 위해 흰 양과 흰 황소, 그리고 하얀 비둘기를 제물로 바쳤어. 흰색은 순수함, 죄 없음, 순결함을 상징하는 색이기 때문이야. 누가 감히 신의 제물로 더러운 것을 쓸 수 있을까.


사람들은 흰색을 신성한 힘이라 생각했어. 그래서 신을 찬미할 때 흰색 옷을 입었지. 모든 문화와 종교에서 흰색은 숭고한 힘을 가졌어. 기독교는 흰색이 순수하고 천진함을 뜻해. 가톨릭교회는 흰색을 신의 거룩한 모습으로 여겼어. 신의 색은 사제의 색이라 교황은 흰옷을 입었어. 중세 가톨릭교회와 근대 프로테스탄트 교회에서는 가공하지 않고, 염색하지 않는 흰색 직물이 순종, 순결, 감소 등의 미덕을 나타낸다고 생각했지.


처음에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지 않았어

결혼하는 신부는 눈처럼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지. 순결과 청순, 행복과 우아함을 뜻하는 흰색의 웨딩드레스는 모든 신부의 로망이야. 고대 그리스의 신부들은 흰색 드레스 차림에 흰 꽃을 들었어. 로마와 중세를 지나면서 서구의 평민들은 웨딩드레스의 색상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하루 벌어 하루 살아야 할 빠듯한 형편에 하얀 웨딩드레스를 꿈꿀 수 없었어.


그나마 형편이 넉넉한 부자와 귀족들은 빨간색의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어. 그들은 금실과 은실을 섞어 짠 비단에 수를 놓은 웨딩드레스를 좋아했어.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세 유럽의 신부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지 않았어. 흰색 옷은 때가 잘 타기 때문에 좋아하지도 않았어. 관리도 어려운 데다, 세탁비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야. 일반 가정의 여성은 평소 집에서 입는 옷 가운데 제일 깨끗한 것을 입고 결혼식을 올렸어.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흰색 웨딩드레스의 전통은 서구에서 비교적 최근에 시작한 거야. 1840년 독일계 외사촌 알버트 경과 결혼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의 과감한 선택 때문이야. 빅토리아 여왕은 자신이 손수 짠 레이스를 자랑하려 흰색 웨딩드레스를 선택했어. 그녀의 이런 결정은 화려한 색깔의 웨딩드레스가 대세였던 영국과 유럽의 결혼 문화에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어. 그 뒤부터 귀족의 딸들이 너도나도 흰색 드레스를 입기 시작한 거야.


코코 샤넬의 화이트

가브리엘 "코코" 샤넬(Gabrielle "Coco" Chanel. 1883~1971)이라는 이름을 들어봤니? 아하, 잘 모른다고, 그러면 샤넬(Chanel)은 어때? 바로 알겠지. 샤넬의 창립자이자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이름이 코코 샤넬이야. 그녀는 마케팅에서 흰색을 아주 잘 활용한 사람으로 유명해. 


샤넬은 어머니가 일찍 사망하고, 아버지로부터 버림받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 그녀는 보육원과 수도원에서 힘겹게 생활했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도원의 수녀로부터 바느질을 배운 거야. 이때 배운 바느질이 훗날 그녀가 샤넬 제국을 창립하고 세계 패션계를 주도하는 밑거름이 되었어. 


수도원에서 도망쳐 파리에 온 그녀는 다양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어. 그녀는 카페의 가수로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 그때 그녀의 별명이 된 "코코"는 예명을 사용했어. 어쨌든 그녀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초창기 경험은 그녀를 독립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가진 여성으로 성장시켰어. 코코는 당시 누구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샤넬만큼 하양과 검정을 잘 사용한 사람이 드물어. 상업적으로 블랙 & 화이트를 들고 나온 건 그녀가 최초일 거야. 하양의 순수함과 검정의 세련미를 절묘하게 결합한 디자인은 시대를 앞서간 뛰어난 혜안이야. 샤넬 본인이 워낙 단순한 가운데서도 우아함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 블랙 & 화이트가 그녀의 의도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거야. 화이트 톤을 기본으로 깔고 블랙 글자를 사용한 로고는 깔끔하면서도 세련미를 돋보이게 해.


샤넬은 여성의 패션에서 코르셋(corset)을 제거함으로써 전 세계 여성들에게 패션의 자유를 선사했어. 덕분에 그녀는 패션 혁명가라는 칭송을 받았어. 당시 여성들의 몸을 옥죄던 코르셋을 없애고,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의 패션을 창조했어. 또 남성복에서 영감을 받아 슬랙스나 트위드 재킷과 같은 아이템을 내놓아 여성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어. 패션에서 코스튬 주얼리(Costume Jewelry)와 액세서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코코 샤넬이었어. "패션은 사라져도 스타일은 영원하다"라는 그녀의 말, 멋있지 않니?   



그녀의 또 다른 업적은 리틀 블랙 드레스를 대중화시킨 거야. 이 심플하고 세련된 검은 드레스는 20세기 여성 패션의 상징이 되었지. 물론 지방시가 오드리 헵번스타일로 만드는 바람에 살짝 체면을 구기긴 했어. 그녀는 시대의 아이콘이 되어 패션계에 큰 영향을 끼쳤어. 덕분에 샤넬(Chanel)은 전 세계 여성의 로망으로 성장했어. 샤넬 백과 '샤넬 No. 5' 향수는 여성들의 애간장을 녹이는 베스트셀러 아이템이야.


그녀는 블랙과의 대척점에 과감히 흰색을 세움으로써 블랙 & 화이트의 아름다움을 완성한 거야. 샤넬의 디자인에서 화이트는 언제나 블랙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트위드 재킷, 블라우스, 액세서리에서 샤넬의 화이트는 독보적인 위용을 과시하고 있어. 블랙과 화이트의 간결하면서 단순한 디자인을 통해 최상의 고급스러움을 끄집어낸 것은 샤넬의 뛰어난 패션 감각 덕분이야.


흰색은 순수함과 깨끗함의 상징이잖아. 흰색은 평화롭고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하지. 스트레스가 많고 마음이 불안할 때는 흰색을 쳐다보면 좋아. 마음이 가라앉고 차분해질 거야. 흰색이 신체와 마음의 안정을 주기 때문이야. 또 흰색은 간결함과 심플한 디자인을 강조하는 데 효과적이야. 그렇지만, 흰색은 공허한 느낌을 줄 수도 있어. 지나치게 흰색을 많이 사용하면 사람 감정을 무디게 만들기도 해. 


하얀색의 파이토뉴트리언트에는 알리신(Allicin)과 퀘르세틴(Quercetin)이 있어. 마늘에 풍부한 알리신(Allicin)은 항균, 항진균, 항바이러스 효과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또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효능을 갖고 있어. 흰 양파에 포함된 퀘르세틴(Quercetin)은 항산화제, 항염, 항알레르기, 항암효과를 갖고 있어. 이 외에도 항산화 효과와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는 흰색 식품으로 마늘, 양파, 버섯, 양고추냉이, 콜리플라워, 배, 순무 등이 있어. 


나는 마음이 심란할 때면 가끔 프랑스 작곡가 프란시스 레이(Francis Lai)의 '하얀 연인들'을 들기도 해. 마음이 차분해지고 기분이 맑아져서 좋아. 이 곡은 한국의 드라마 <겨울연가>에 삽입되어 다시 크게 유명해졌어. 제목을 들으면 하얀 설원과 아름답고 낭만적인 겨울 풍경이 떠올라.  


프랑스어 제목은 '프랑스에서의 13일(13 jours en France)'이야. 1968년 프랑스 그루노블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 다큐멘터리 주제곡이었어. 이 제목을 일본에서 '하연 연인들('白い恋人たち')로 바꾸었고, 우리나라가 이걸 그대로 따라한 거야. 아무려면 어떨까. '하얀 연인들'이라는 제목이 음악과도 잘 맞아. 하얀색이 주는 깨끗한 어감과 편안함을 즐기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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