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래?
내가 제일 잘 나가!!
나는 실패한 적이 없는
성공의 아이콘이야
지능의 함정
“아니 왜? 저 사람이 뭐가 아쉬워 저린 일을 저질렀을까?”
“그렇게 그렇게 머리 좋고 똑똑한 사람이 어떻게 저런 판단을 내렸지?"
사회적 지위와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춘 사람이 예상치 못한 결정이나 행동을 하곤 해. 세계적인 학벌과 실력을 지닌 유명한 정치인도 때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려. 보통 사람에게는 도달하기 어려운 높은 지위에 있는 이들조차도 한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잘못된 행동을 하기도 해. 더 큰 일을 이룰 기회가 있음에도 작은 고집이나 감정에 휩쓸려 그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허다해. 그뿐 아니야.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상처받게 하거나 멀리하게 만드는 일도 자주 발생해.
왜 그럴까? 남보다 못 배운 것도 아니고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니야. 오히려 더 많이 배웠고 천재적인 머리를 가졌어. 그런데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결정을 내릴까? 또 그런 뜻밖의 행동을 할까? 의외로 천재들은 너무 똑똑하기에 평균적인 사람보다 실수를 더 많이 해. 그 실수 가운데 어떤 것은 치명적이라 재기불능으로 빠뜨리기도 하지.
인문·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롭슨(David Robson)은 2020년 1월 출간한 저서 『지능의 함정(The Intelligence Trap)』에서 이 문제를 다뤘어. 그는 똑똑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특정한 종류의 어리석은 생각에 더 쉽게 빠져들 수도 있다고 말해. 그는 세계적 천재 물리학자 폴 프램튼(Paul Howard Frampton)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소개했어. 물론 천재들의 다른 어이없는 실수 사례도 많지만, 여기서는 프램튼의 사례만을 다룰게.
폴 프램튼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물리학 교수로, 끈 이론과 양자장 이론에 관한 수많은 기념비적 논문을 발표한 세계적인 물리학자야. 그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알게 된 모델로 자기를 소개한 여성과 사랑에 빠졌어. 한 번도 만나보지 않은 그녀의 초청을 받고 볼리비아로 가게 되었어. 정작 그녀는 나타나지 않고 전화로 가방을 벨기에로 가져달라고 했어. 공항에서 그 가방 안에 마약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그가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어.
머리가 좋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은 자기 실수를 인정하는 데 인색해. 이를테면 실수에서 교훈을 얻거나 타인의 조언을 포용하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말이야. 실수해도 제법 그럴듯한 논쟁으로 자기 논리를 정당화하는 능력이 남보다 뛰어나기 때문이지. 이들은 자신의 견해에 의심하지 않고, 자신이 성공의 신화라는 착각에 빠져들지. '나는 합리적이고, 너는 비합리적이다'라는 ‘편향 맹점(bias blind spot)’에 사로잡히기 쉬운 것이 지능의 함정이야.
아집이 가져온 천재의 몰락
'내가 제일 잘 알아!!' 혹은 "내가 제일 잘 나가!!" 나 빼고는 일할 사람이 없어. 이런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리는 몰락의 급행열차에 올라탔다고 봐야 해. 기술의 발전으로 세상이 바뀌고 정보가 쏟아지는 형편에,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혼자서 정보를 다 분석할 수 없어. 지위가 높아질수록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영역으로 들어서지. 이런 상황에서는 단독 지성으로 감당할 수 없고,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거야.
맨주먹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을 위한 욕구와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뛰어난 추진력을 지닌 건 분명해. 이들은 자신을 믿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 강한 신념과 확신으로 불확실성과 불안감을 이겨내지. 이들은 성공하기까지 더없이 좋은 성품을 가졌지만, 성공 후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 '나는 해냈고, 내가 하면 다 된다'는 그릇된 소신이 마음속에 자리를 잡지.
누군가 이런 말을 했어. “머리가 좋다고 다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걸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머리가 아주 좋으면 최고의 선뿐 아니라 최고의 악을 실현할 수도 있다.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은 옳은 길로만 간다면, 너무 서두르다가 길을 잃는 사람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다.” 이 말은 재주가 주는 빠른 속도보다 선함이 주는 정확한 방향이 낫다는 말과 같은 뜻이야.
공자님은 ‘재승박덕(才勝薄德)’이라는 말로, 재주 좋은 사람의 덕이 없음을 경계했어. 또 ‘천재불용(天才不用)’이란 말로 덕(德)이 없이 머리만 좋은 사람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다고 일갈했어. 재주 좋은 사람은 모든 것을 안다는 착각에 빠져 성과를 서두르고 속도 조절하는 법을 몰라.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야.
머리가 좋은 사람 중에는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욱'하는 성향을 보일 때가 있어. 평소에는 침착한 그들이지만, 가끔 자신의 의견이 반대되거나 무시될 때 성질을 낼 수 있어. '내 말이 맞는 데 왜 반대하지? 괘씸하게 감히 내 말을 무시해?' 이런 마음이 불쑥 피어오르기도 하지. 어쩌면 이런 일은 고생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고 실패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자주 나타날 수도 있어.
아이가 너무 똑똑하게 자라면 지능의 함정에 빠질 수 있어. 아이한테 실패의 교훈을 들려주고, 패자의 아픔을 알게 해야 해.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갖춘 아이는 지능의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줄어들지. 원인 없는 결과는 없듯이, 성인이 되어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몰락하는 것도 어릴 적의 지나친 자신감 때문일 수도 있어. 늘 겸손하고 자기의 오만함을 경계하도록 일찍부터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