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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문화를 찾아서

_국립인천해양박물관

by 달빛의 여행자

[ 보통의 하루 : #국립인천해양박물관 ]


#국립인천해양박물관

- 인천광역시 중구 북성동 1가 106-7

2024년 12월에 개관식을 한 박물관이다. 수도권 최초의 국립 해양문화시설로 월미도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다. 개인적으로 해양박물관은 이전에 제주에서 '제주해양동물박물관'(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군산 여행을 갔을 때 들렸던 '씨큐리움'(충남 서천군 장항읍) 이 두 곳을 방문했었다. 두 곳의 박물관에서는 각종 어류의 표본을 볼 수 있었는데 인천해양박물관은 어떨지 궁금하다.

1층에 들어서면 바로 실감영상실 1이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앞 벽면에 큰 스크린이 있어 영상이 반복 재생 중이다. 이는 조선시대 '이덕형'이 사신단으로 명나라로 갈 때의 기록(한글기록과 기록그림)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상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서 관람하고 있었는데, 눈앞에 펼쳐지는 광대한 바다와 넘실거리는 파도 영상 그리고 음향까지. 그 당시 조선시대 바닷길 여정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드넓은 바다에 저 조그마한 나무배가 어찌 견뎌낼 수 있었을까. 그 여정에 많은 이들이 병들고 죽기도 했겠지. 영상 중간에도 나오지만 태풍이 불어 배가 뒤집히려 하자 무당이 나와서 굿을 하는 장면이 있다. 옛날부터 바닷가 사람들은 바다에 '용'이 살고 혹은 바다신이 있다고 굳건히 믿는 토속신앙이 뿌리깊이 잡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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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0년 전 바닷길 사행' <항해조천도 航海朝天圖> ⓒmoonlight_traveler


영상실을 나서자 눈앞에 에스컬레이터가 등장한다. 오호라, 박물관에 에스컬레이터도 있네, 감탄하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 본다. 2층에는 '해양교류사실'이 있다. 이곳은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가 바다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역사 시대별로 바다와 관련된 유물과 사진을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제일 신기했던 부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 '창녕 비봉리 배'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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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배, 창녕 비봉리 배 (우) 배 모양 토기편 ⓒmoonlight_traveler


'창녕 비봉리 배'는 2005년 경남 창녕 비봉리 조개무덤 유적에서 출토된 배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배로 약 8,0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비봉리 유적은 지금은 내륙이지만, 바다 생물의 뼈와 조개껍질 등이 출토되어 선사 시대에는 이곳이 바닷가였음을 알 수 있다. 사랑이도 이 배를 사회 교과서에서 봤다며 직접 보게 되니 더욱 신기해한다. 8천 년이나 지났지만 저렇게 배의 형태를 유지했던 소나무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니. 정말 놀랍다.

'배 모양 토기 편'은 부산광역시 동삼동 유적에서 출토된 배 모양의 토기 조각이다. 2004년 창년 비봉리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의 나무배와 형태가 유사하다. 배 모양 틀 안에 8천 년 전의 배 조각을 배열한 것을 보니 이 유적들을 발견하고 유물을 찾고 제자리에 맞는 곳에 배치하는 학자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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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하멜 표류기 초판본 (우) 해시계, 망원경, 녹터널 ⓒmoonlight_traveler


하멜을 여기에서도 만났다. 제주에서 탑동, 용머리해안에서 만나던 하멜. 여수 여행 때도 하멜을 만났었는데 인천해양박물관에도 있다. 이 '하멜 표류기'는 무려 초판본이다. 1670년 프랑스에서 발행했다고 한다. 하멜은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소속 선원이다. 일본 나가사키로 항해 중 풍랑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 무려 13년간의 조선에서의 체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저술한 책이 바로 하멜 표류기다. 이 표류기를 통해 그 당시 조선의 세세한 모습, 서양인이 남긴 우리나라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무엇이든지 글과 사진으로(혹은 그림) 남기는 일은 꼭 해야 하고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개인의 삶 속에서도. 하멜 표류기뿐만이 아니라 그 옛날 사용했던 휴대용 나침반 겸 해시계, 망원경, 녹터널(밤에 특정 별의 위치를 기준으로 시간을 측정하는 관측기기)도 볼 수 있다.


KakaoTalk_20250206_193744427_27.jpg ▲ 그 당시 시대 상황을 알 수 있는 '해녀의 노래' ⓒmoonlight_traveler


우리나라의 바다 역사를 보건대, 바다를 통해서 물고기를 얻으며 먹을 식량을 구하고 가정의 생계를 유지해 나가기도 했지만. 그 바다를 통해서 외적이 침입하기도 하고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기도 했다. 조선 시대, 개항장(1876년 개항 이후 항구 주변의 제한 지역, 예로 부산, 원산, 인천)을 중심으로 신식 건물이 들어서고 전등, 전화, 우편, 전차 등 새로운 문물과 제도들이 도입되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삶의 방식뿐 아니라 의식까지 변화시키며 조선이 근대 사회로 나아가는 길을 열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에게 있어서 조선의 바다는 첫 침략지였다. 육지보다 먼저 바다를 빼앗긴 것이다.

일본과 더 가까웠던 제주도도 그랬을 것이다. '해녀의 노래'가 전시되어 있다. 가사를 읊어보니 그 당시 해녀들은 일본 대마도로 물질을 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때에도 나무배를 타고 갔을 텐데. 그 험난한 바다를 건너. 고향의 바다가 아닌 곳에서. 숨을 참고 바닷속 깊이 해산물을 채취하러 가는 이들이 마음이 어떠했을까. 노래 가사 그대로 그네들이 '가이없다'(가엽다). 결론적으로 항만은 수탈의 통로가 되었고 쌀을 비롯해 면화, 누에고치, 고래 등이 수탈되었다. 해양박물관에서 뜻밖의 아픔의 역사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2층에 있는 실감영상실 2에서는 제물포부터 이어진 인천항갑문의 이야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빈백에 앉아서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눈에 띄게 새로운 관은 '해운항만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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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중간, 우) 해운항만실에 있는 다양한 영상과 체험관 ⓒmoonlight_traveler


해운항만실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항만의 모습이 담겨 있는 곳이다. 해상으로 운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림과 동영상, 실제 체험관으로서 알아볼 수 있다. 해운물류를 기반으로 무역이 활성화되면서 세계 각국의 식료품 및 생활용품들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됐음을 보여준다. 마트를 재현한 곳에서 한 상품을 골라 바코드를 찍으면 그 제품이 어디에서 어떻게 운송 됐는지 유통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그 과정이 신기한지 아이들은 과일의 망고, 수산의 고등어, 육류의 소고기 등을 가져다가 바코드를 찍어본다.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은 참 매력적인 것 같다.


▲ 순항 <새로운 여정의 시작> 입구 ⓒmoonlight_traveler

3층으로 올라가니 기획전시실 '순항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 있다. 이곳은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개관기념 기증특별전이다. 전시실로 들어서마자 반가운 파도소리가 들린다. 천장은 물고기 모양처럼 모빌 조형물을 달아놨고 파란색 커튼과 파란색 벽을 갖춰 놓아 마치 심해 바닷속에 들어온 것처럼 꾸며놨다. 해녀가 깊은 바닷속으로 헤엄쳐 들어온 듯. 온통 푸른색이니 보기에 좋다. 입구에 이런 글이 쓰여 있다.

우리는 기증자들의 기록 조각을 지표 삼아 첫 번째 항해를 순조롭게 마쳤습니다.

우리는 기증자의 이야기로 시작된 이 물결을 넘어 더 깊고 넓은 바다로 나아갈 것입니다.

다양한 삶이 물든 바다를 보며, 여러분의 삶에 물든 바다를 발견하셨기를 바랍니다.

"당신에게 바다는 어떤 곳인가요?"


아. 당신에게 바다는 어떤 곳이라니.

다양한 삶이 물든 바다를 보며 내 삶에 물든 바다를 발견하기를 바란다니.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 글귀가 있을까. 어쩌면 필자가 바다를 정말. 무지하게. 진짜로. 좋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사실 3층에 다른 전시실 '해양문화실' 끝자락에 모니터가 있는데 그 모니터에는 '나에게 바다는 ____이다',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남겨주세요,라고 적혀있다. 각자가 생각하는 바다는 무엇일까. 과연 사람들은 바다를 보면 무엇을 떠올리기는 할까. 필자는 그 모니터를 보자마자 '고향'이라고 썼다. (대문사진 참조) '나에게 바다는 고향이다'. 모니터에 쓰자마자 글자는 앞 화면에 떠올라 바닷속을 둥둥 떠다닌다. 그 글자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괜스레 울컥하다. 딱히 바닷가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춘기 시절과 방황하던 20대의 마음을 위로해 준 건 '제주 바다'였기 때문에.

'순항' 전시실에 들어가면 바다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형형색색의 부표, 그물, 나침반, 의복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리고 '해양문화실'에서는 옛날 풍어기에 열린 파시 풍경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으며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갯벌체험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3시간 정도 박물관을 관람했을까. 밖으로 나서니 공기가 시원하다. 마침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져있어 눈앞의 서해가 햇빛에 반짝거린다. 저 앞에 등대까지만 걸어가 보기로 한다. 가는 길에 양쪽으로 인천의 다양한 문화행사, 맛집, 거리들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바닷바람이 조금은 매섭기 하지만, 그래도 갯벌과 어우러진 바다를 보자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여행을 마치며

얘들아, 오늘은 인천을 왔네. 개관한 지 얼마 안 된 박물관이야. 게다가 국립이고. 저번에 국립중앙박물관 갔었잖아. 그런 것처럼 나라에서 관리하는 박물관인 셈이지. 그런데 좀 색다르지. 뭐랄까. 이전에 제주, 군산에서 갔었던 해양박물관에서는 각종 어류의 표본들을 많이 볼 수 있었잖아. 그런데 이곳은 그런 표본은 하나도 없네. 오히려 우리나라 바다의 역사를 엿볼 수 있었던 것 같아. 색다른데. 그래서 좋아. 특히 여기 인천은 옛날부터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온 입구잖아. 세상에 저기 봐봐. 아까 박물관 영상에서 보던 서해갑문이 바로 저기 있네. 와, 신기하다. 실제로는 처음 봐. 저렇게 문이 열려있다가 배가 들어오면 물을 가두고 갑문을 닫는 거지. 그래서 서해는 조수간만의 차가 크고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고, 아까 설명 들었지. 그래, 잘 봐봐. 어찌 보면 여기는 역사의 찬란함의 시발점이기도 하고. 뼈아픈 슬픔의 현장이기도 하네. 저번에 월미도 왔었을 때, 놀이공원만 봤는데 바로 옆에 박물관이 생기니 서해의 다른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좋다. 이제,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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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서해 갑문 (우) 박물관 앞 방파제 그리고 서해 ⓒmoonlight_traveler








엄마,
저에게 바다는 신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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