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초기가 아니었을까
출국이 이렇게 슬프다니.
우리 서비스의 해외 진출을 결정내린지 2주 만에 한국을 뜨게 되었다.
누군가에겐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충분하다면 충분한 시간일 테지만,
나에겐 버거웠던 것 같다.
멀쩡히 내 일 열심히 하고, 진짜 미친 듯이 달라져서
우리 팀의 성과를 8주 안에 보여주고 팀을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사람이었기에, 더 당혹스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 몇 주간은 평일에 하는 것만으로는 일이 진전이 없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사실상 일 때문에 신경 쓰여서 다른 게 잘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주말에까지 온갖 카페로 일을 챙겨 다니면서 내 나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내 착각이었나 보다.
언젠간 올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팀으로부터의 분리가 이렇게 빨리 일어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몇 주간의 뿌듯한 긴장감이 그저 성과 없는 조바심으로 보일지는 몰랐다.
내가 하는 모든 일에 자신감이 사라졌다.
내가 내딛는 모든 한 발짝에 의구심이 생겼다.
확신이 없어서 아무 행동도 못하고, 아무 결정도 못 내리고,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내비칠까 벌벌 떨며,
그러다가 놓는 수는 최악의 수가 되는 것 같고, 뒤따라오는 타인들의 평가를 두려워하면서,
그런 나를 계속해서 곱씹으며 자책하고 있다.
그런 상황이라서 그런가 보다.
불확실 투성이의 영역으로 가는 게 마냥 즐겁게만 느껴지지 않는 건
내가 지금 너무 약한 상태라서 그런 것 같다.
그렇게들 강하다고 말하던 내 멘탈.. 그냥 자존심 때문에 강해보였던 걸지도.
이젠 진짜 바닥난 것 같다.
너무 힘들고 마음이 아프다.
그래, 가서 안 되면 때려치우면 되지.
라고 백 번씩 외치자.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말자.
가볍게, 가볍게, 나는 자유로운 몸이다.
꿀 빨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