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 대단한 경험이라 기억하도록
구글은 육감을 통한 인터뷰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놓았다.
HR 부서도 따로 없는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인터뷰 자체에 쓸 인력도 많지 않기에, 그나마 인터뷰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구글의 면접은 [작업 표본검사 > 종합인지 능력 검사 > 구조화 면접]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작업 표본검사(Work sample test)란, 실제 직무와 비슷한 작업을 수행해보는 테스트이다. 개발자가 어느 정도 개발을 할 수 있는지, 기획자가 어느 정도 기획을 다뤄보았는지는 직접 시켜보면 당연히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다(물론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캐치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특히나 맡기고자 하는 직무가 뚜렷할 때, 이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우리 팀도 마찬가지로, 콘텐츠 기획 아이디어 제시 및 작문을 진행하여, 우리가 원하는 업무 능력을 갖고 있는지 판단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이 과정을 거치며 왜 그렇게 언론이나 방송국에서 작문 시험을 보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비슷한 열정을 보여주는 인터뷰이들도 간단하게 해당 직무의 일을 시켜보면 생각보다 차이가 분명할 때가 있다. 빛좋은 개살구를 거르는 데 효과적이다.
종합인지 능력 검사란 학습능력 및 지능지수를 파악하는 테스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적성 검사와 같은 맥락일 텐데, 구글에서도 이런 테스트를 거친다는 게 흥미롭긴 했다. 업무 수행에 있어 현재 시점의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에 대한 learning curve의 문제일 것이다. 결국은 그러한 측면에서 해당 지원자의 학습 능력도 빼 놓을 수 없는 검사 지표인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이런 테스트까지 진행하긴 아직 애매한 구석이 있기에, 결국은 단순히 이력서 속 학력에 기대어 학습능력을 파악하게 되는 점이 아쉽긴 하다. 논리력을 알아보기 위해 컨설팅에서 사용하는 게스티메이션 질문을 던지는 팀을 본 적도 있었는데, 결국 논리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지를 알아본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
구조화 면접은 행동 면접과 상황 면접을 통해 실제 발화 뒤에 숨겨진 진실성과 사고 과정을 파악하는 면접이다. 행동 면접이란 예를 들면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설명]하고, [이것이 앞으로 하게 될 업무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연결]해보는 것과 같은 행동을 바탕으로 인터뷰어를 파악하는 면접이다. 상황 면접은 [업무와 관련된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러한 상황에 어떻게 행동할지를 설명]하는 식의 상황을 가정하여 인터뷰어를 파악한다. 그리고 질문들은 인지 능력, 구글다움, 성실성, 리더십과 결합하여 질문한다고 한다.
이런 식의 접근은 내가 바로 필요로 하던 부분이었다. 단순히 인터뷰이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은 얼마든 대답을 지어낼 수 있기에 노이즈가 충분히 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신뢰하지도 못할 질문이라면 물어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때문에 진짜 해당 인터뷰이가 자신의 행동 패턴을 과거의 경험 속에서, 그리고 가상의 상황 속에서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이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미국의 재향군인회 사이트만 접속하더라도 이를 위한 질문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https://www.va.gov/pbi/questions.asp
해당 내용들을 전반적으로 파악한다면, 지원자의 다양한 경험 속에서도 그들의 가치관과 실제 모습들을 속속이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본다.
구글은 인터뷰어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고 한다.
단순히 지원자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게 하라.
면접 과정이 대단한 경험이었다고 기억하도록.
인터뷰어들이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필요한 것에 집중하기 쉽다. 그렇지만 지원자도 그들 입장에서 회사만큼이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기에 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돌아가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말할 회사에 대한 인상의 대부분은 인터뷰어로부터 나오는 것일 테이기 때문이다.
속이 뜨끔하는 지적이었다. 나 역시 유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초짜 인터뷰어로서 인터뷰 자체에도 정신이 없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터뷰 분위기에 대한 고려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곤 했기 때문이었다.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에서는 이와 같은 구글의 다양한 HR에 대해 상세히 다룬다. HR에 대해서도 a/b 테스팅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야말로 문화 충격이었으나, 이제 시작하는 팀으로서 그저 그런 꿀팁들에 감사함을 느끼며 열심히 적용할 뿐이다.
그동안은 다행히 운 좋게도 부족한 인터뷰였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계속해서 발전하여 체계성을 갖추자는 다짐을 한다. 육감이 믿을 만한 육감이 되도록.
어쩌다 보니 오늘도 인턴 공고를 올리며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