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는 눈 없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면접썰(3)

면접이 대단한 경험이라 기억하도록

by 행운동 무화과

구글은 육감을 통한 인터뷰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놓았다.

HR 부서도 따로 없는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인터뷰 자체에 쓸 인력도 많지 않기에, 그나마 인터뷰 시스템을 체계화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구글의 면접은 [작업 표본검사 > 종합인지 능력 검사 > 구조화 면접]의 구조로 이루어진다.



1️⃣ 작업 표본 검사


여기서 작업 표본검사(Work sample test)란, 실제 직무와 비슷한 작업을 수행해보는 테스트이다. 개발자가 어느 정도 개발을 할 수 있는지, 기획자가 어느 정도 기획을 다뤄보았는지는 직접 시켜보면 당연히 보다 분명히 알 수 있다(물론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캐치 가능한 부분도 있지만).


특히나 맡기고자 하는 직무가 뚜렷할 때, 이는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우리 팀도 마찬가지로, 콘텐츠 기획 아이디어 제시 및 작문을 진행하여, 우리가 원하는 업무 능력을 갖고 있는지 판단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이 과정을 거치며 왜 그렇게 언론이나 방송국에서 작문 시험을 보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비슷한 열정을 보여주는 인터뷰이들도 간단하게 해당 직무의 일을 시켜보면 생각보다 차이가 분명할 때가 있다. 빛좋은 개살구를 거르는 데 효과적이다.



2️⃣ 종합인지 능력 검사


종합인지 능력 검사란 학습능력 및 지능지수를 파악하는 테스트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적성 검사와 같은 맥락일 텐데, 구글에서도 이런 테스트를 거친다는 게 흥미롭긴 했다. 업무 수행에 있어 현재 시점의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에 대한 learning curve의 문제일 것이다. 결국은 그러한 측면에서 해당 지원자의 학습 능력도 빼 놓을 수 없는 검사 지표인 것이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이런 테스트까지 진행하긴 아직 애매한 구석이 있기에, 결국은 단순히 이력서 속 학력에 기대어 학습능력을 파악하게 되는 점이 아쉽긴 하다. 논리력을 알아보기 위해 컨설팅에서 사용하는 게스티메이션 질문을 던지는 팀을 본 적도 있었는데, 결국 논리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한지를 알아본다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도 있겠다.


3️⃣ 구조화 면접


구조화 면접행동 면접과 상황 면접을 통해 실제 발화 뒤에 숨겨진 진실성과 사고 과정을 파악하는 면접이다. 행동 면접이란 예를 들면 [지금까지 이룩한 성취를 설명]하고, [이것이 앞으로 하게 될 업무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연결]해보는 것과 같은 행동을 바탕으로 인터뷰어를 파악하는 면접이다. 상황 면접은 [업무와 관련된 가상의 상황을 설정]하고 [그러한 상황에 어떻게 행동할지를 설명]하는 식의 상황을 가정하여 인터뷰어를 파악한다. 그리고 질문들은 인지 능력, 구글다움, 성실성, 리더십과 결합하여 질문한다고 한다.


이런 식의 접근은 내가 바로 필요로 하던 부분이었다. 단순히 인터뷰이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은 얼마든 대답을 지어낼 수 있기에 노이즈가 충분히 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신뢰하지도 못할 질문이라면 물어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때문에 진짜 해당 인터뷰이가 자신의 행동 패턴을 과거의 경험 속에서, 그리고 가상의 상황 속에서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이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미국의 재향군인회 사이트만 접속하더라도 이를 위한 질문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https://www.va.gov/pbi/questions.asp


해당 내용들을 전반적으로 파악한다면, 지원자의 다양한 경험 속에서도 그들의 가치관과 실제 모습들을 속속이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 본다.






구글은 인터뷰어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고 한다.

단순히 지원자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게 하라.
면접 과정이 대단한 경험이었다고 기억하도록.


인터뷰어들이 무의식적으로 자기가 필요한 것에 집중하기 쉽다. 그렇지만 지원자도 그들 입장에서 회사만큼이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기에 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돌아가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말할 회사에 대한 인상의 대부분은 인터뷰어로부터 나오는 것일 테이기 때문이다.


속이 뜨끔하는 지적이었다. 나 역시 유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초짜 인터뷰어로서 인터뷰 자체에도 정신이 없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인터뷰 분위기에 대한 고려는 우선 순위에서 밀리곤 했기 때문이었다.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에서는 이와 같은 구글의 다양한 HR에 대해 상세히 다룬다. HR에 대해서도 a/b 테스팅을 하는 모습을 보며 그야말로 문화 충격이었으나, 이제 시작하는 팀으로서 그저 그런 꿀팁들에 감사함을 느끼며 열심히 적용할 뿐이다.


그동안은 다행히 운 좋게도 부족한 인터뷰였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계속해서 발전하여 체계성을 갖추자는 다짐을 한다. 육감이 믿을 만한 육감이 되도록.

어쩌다 보니 오늘도 인턴 공고를 올리며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