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자가 느끼는 초여름에 대하여
오늘 아침
옷장 서랍 속에 들어 있는 초여름을 본다.
긴팔 옷을 넣을까 말까 하는 고민 속에
나의 초여름이 담겨 있다.
화장대 위에 밀쳐 둔 선크림을
가까운 곳으로 옮겨 놓는
나의 분주함이 초여름이다.
더 이상 알레르기 약을 안 먹어도 되겠다는
나의 다짐도 바로 초여름이다.
마트에 빨간 립스틱을 칠한 듯 예쁘게 앉아 있는
빨간 딸기 속살도 초여름을 노래한다.
시원한 아침 스무디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도
왠지 햇빛이 너무 눈부시게 느껴져 선글라스를 찾아 써보는
나의 마음도 분명 초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