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받은 편지 속 상처들
미국에서 키워도 한국 드라마 열심히 보여주길 정말 잘했다. 누군가는 빨리 적응하라고 미국 친구들 사귀고 Americanize 시키는 것을 중시하지만, 난 우리 딸이 미국애가 되는 게 싫어서 머릿속뿐만 아니라 마음속까지 한국으로 채우느라 애를 썼다.그래서인지 고등학교 때까지 도시락 싸 갖고 다니며 친구들에게 오히려 한국 입맛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올해는 그래서인지 어머니날보다 먼저 있는 어버이날을 기념해주었다.
새벽기도 때만 조금씩 읽어 나가는 성경 책위에 편지가 놓여 있었다.
나름 손재주가 많아서 예쁘게 그리고 만든 딸애의 편지가 곱다.
어버이날이라 한국에 계신 엄마를 생각하며 전화 통화하고
엄마 생각하는 와중에 그러고 보니
나도 엄마였다는 자각이 왔다.
뭔가 받을게 생겼다는 기쁨과 설렘이
가슴을 토닥거렸다.
울 딸이 챙겨주니 좋네...
하고 여러 장의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넘치는 사랑과 지지로 늘 평온한 시절을 보낸 내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고민과 아픔이 녹아있었다.
옛날 남편과 다투던 일들 자녀교육과 과수원 일 등 여러 가지로 불협화음이 있던 시절
그런 크지 않은 삐그덕거림에도 민감했었던 딸의 기억에 적잖이 놀랐다.
그리고 존재론적 고민들이 따라다니는 딸아이의 내면을 읽어 내려가면서
속내를 드러내 보이지 않고 마냥 철부지인 줄만 알았던 딸아이가 부쩍 커진 느낌을 가졌다.
또, 많이 걱정이 되었다.
Sasha Sloan의 <older>를 틀어주며 들어보라고 하는데
자기가 공감하는 가사말이 많은 것 같다.
마음이 울었다.
한편으론 딸아이의 아픔이 느껴졌고 한편으로는 뒷부분 아이의 편지에 감동해서....
우리 부부가 가끔 딸에게 아픔을 주었다는 생각을 하니 좀 놀라기도 하고
부부의 티격태격 일상 같은 사소한 말다툼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딸애가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담아내어 표현해 줄 수 있어서 참 고마웠다.
이제 나이가 드니 이해가 된다며
자신이 얼마나 엄마 아빠에게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는 모습에서 정말 아이의 성장을 느꼈다.
한편으로는 아이가 느꼈을 자책에 미안하고,
앞으로는 좀 더 온화하게 소통하고
사랑을 헤프도록 표현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그냥 예년처럼 선물로 넘기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속을 훤히 내보여준 아이에게 제일 고마움을 느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b_tqxQKSPM
https://www.youtube.com/watch?v=I9T9W34KUNU